SBS '신의 선물-14일' 지난 22일 종영했다. / 사진: SBS '신의 선물' 방송 캡처


SBS '신의 선물-14일'(이하 신의 선물)이 '5분 엔딩'이라는 매회 반전 엔딩 장면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쫄깃한 전재로 호평을 받았지만 최종회에서는 어딘가 모르게 찜찜한 결말과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스토리 전개로 시청자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기동찬은 왜 죽어야 했나

동생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생각한 형은 동생을 대신해 감옥에 가고 '사형집행'을 앞두고 있다. 뒤늦게 진범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동생은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형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형을 살리면 김수현(이보영)의 딸 샛별(김유빈)이가 죽고, 샛별이가 죽으면 형이 산다. 하지만 이 공식은 결말에 와서야 풀린다.

카페 여주인이 말한 "둘 중에 하나는 없어져야 끝난다"는 말은 형 기동호(정은표)와 김수현의 딸 샛별을 두고 한 말이 아닌 자신(기동찬)과 샛별임을 동찬이 깨닫게 된 것. 14일전 샛별이를 죽게 만든 범인은 기동찬. 알코올을 마시면 기억 장애에 걸리는 기동찬은 대통령 비서실장인 이명한(주진모)의 계략에 의해 자신의 어머니가 샛별을 죽였다는 거짓 전화를 받고 시신을 유기하려 샛별이를 안고 저수지로 향한다. 하지만 샛별이 아직 살아있단 사실을 알게 된 기동찬은 샛별이를 살리겠다며 스스로 저수지에 빠져 자신을 희생시켰다.

급한 결말 탓일까. 기동찬의 죽음은 쉽게 시청자를 이해시키지 못했다. 카페 여주인의 말만 믿고 죽음을 택한 기동찬과 "둘 중 하나는 없어져야 끝난다"는 말 속 두 사람이 왜 기동찬과 한샛별인지, 두 사람이 얽힌 관계도 명확히 설명되지 않았다.


◆대통령 김남준 외에 아무도 해결할 수 없었다

엄마 김수현은 범인에게 무자비하게 맞았다. 김수현을 도와 그의 딸 샛별이를 살리려던 기동찬도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들과 싸우며 쫓고 쫓기는 탓에 온몸 성할 날이 없었다. 남녀주인공 뿐일까. 기동찬과 함께 '묻지마 서포터즈'로 활동 중인 제니(한선화)도 괴한들에게 폭행 당했고, 샛별을 구하기 위해 괴한의 앞을 막은 기영규(바로)도 상처투성이가 됐다. 김수현의 첫사랑이자 형사 현우진(정겨운)은 그들을 돕다 생명이 위독해지는 상황에 처했다. 김수현과 기동찬의 주변인물 모두 자신의 위치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회까지 '범인 찾기'는 계속됐지만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스토리가 급박하게 그려지며 충분한 마무리를 못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김수현은 청와대 앞에서 취재진에게 "내 아이는 국가의 희생양이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고 어린아이는 더더욱 보호받아야 한다. 그 어떤 직무가 아이의 목숨보다 소중한 걸까요?"라며 뼈있는 말을 내뱉었다. 이를 TV로 지켜보던 김남준은 김수현과 독대한다. 김남준과 만난 김수현은 "이 비극을 끝낼 사람은 오직 당신뿐"이라며 대통령 아들이 10년 전 살인사건의 진범임을 알린다. 유능한 인재이자 친구인 김남준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었던 이명한과 자신의 아들을 범죄자로 만들수 없었던 영부인(예수정)의 극악무도한 악행은 대통령 김남준이 끊어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여기서 아쉬운 점은 기득권층의 참회만이 해결책이며 국민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허탈감 때문이다. 수 많은 사람이 한 아이와 살인누명을 쓴 한 사람을 구하려 발버둥쳤지만 아무도 비극을 끝낼 수 없었다. 비극을 끝낼 수 있는 사람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높은 위치의 사람들만이 가능한 것이며, 서민은 그들 앞에서 진실을 호소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은 비극적인 현실을 반영한 것처럼 느껴져 씁쓸하기만 했다.


◆결말은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남긴 것은 많다.

매회 '범인은 누구'라는 의심을 품고 드라마를 보게 만드는 스릴 넘치는 전개와 예측할 수 없는 캐릭터들의 반전으로 마지막회까지 시청자로 하여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또 엄마가 딸이 죽기 14일 전으로 돌아간다는 타임워프 방식을 지루하지 않게 영리하게 풀어냈고 새로운 장르를 신선하게 받아들이게 하는데 성공했다.

'신의 선물' 엔딩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듯 강렬하게 마무리돼 방송 다음날까지 회자되기 일쑤였고 이는 콘텐츠 파워로 직결됐다. 뿐만 아니라 연기파 배우 조승우, 이보영, 김태우의 건재함과 특별 출연한 오태경, 강성진이 일회성으로 소비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한 작품을 함께 하고 끝낸 것 같은 '강렬한 존재감'으로 시청자에 각인시키며 배우 활용의 좋은 예를 보여줬다. 방영 전 시청자들의 우려를 샀던 '연기돌' B1A4 바로와 시크릿 한선화도 기존 이미지를 깨고 한층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드라마가 주는 교훈도 시청자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과 깨달음을 얻게 한다. 내 가족 만큼 소중한 다른 누군가의 가족을 위한 따뜻한 마음, 사건 발생 후 빠른 판단, 신속한 대처, '불신'이 난무하는 현실 속 '신뢰'가 현시대에 필요한 것은 아닐까. 우리에게 주어진 '신의 선물'은 무엇일지 드라마가 끝난 지금 이 순간 고민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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