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흥행 영화 TOP 10 / 사진 : 각 영화 포스터

팬데믹 상황에 마침표가 찍혔지만, 여전히 극장가에는 찬 바람이 이어졌다. 팬데믹 상황은 유독 콘텐츠 업계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손 안에서 콘텐츠를 즐기는 OTT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고, 줄어든 관객에 극장은 티켓값 인상으로 자리를 지켰다. 영화의 개봉 시기는 점점 밀렸다. 2~3년 전 제작된 작품들이 이제서야 빛을 보았고, 관객의 선택은 갈렸다. 과연 한국 관객들은 어떻게 작품을 선택했나. 올해 흥행 순위 10위권을 중심으로 이를 살펴봤다.


◆ "한 번 먹어본 맛에 끌린다"

올해 관객수 1위를 기록한 영화는 '범죄도시3'이다. 마석도 형사(마동석)가 휘두루는 주먹은 여전히 막강했다. 지난 5월 31일 개봉한 '범죄도시3'은 1,068만 2,813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범죄도시2'에 이어 천만 영화가 되었다. 올해 흥행 6위를 기록한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만화 '슬램덩크'의 향수를 블러 일으키며 477만 862명의 관객수를 기록했다. 흥행순위 7위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8위의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10위의 '아바타: 물의 길' 역시 시리즈물이다.

티켓값이 인상된 상황에서 관객들은 보다 안전한 선택을 했다. 내가 한 번 먹어본 맛에 끌리는 것. 영화진흥위원회 웹매거진 한국영화에서 배동미는 "2024년 프랜차이즈 영화들이 대거 몰려온다. 2022년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부터 3위('범죄도시2', '한산: 용의 출현', '공조2: 인터내셔날')까지 모두 프랜차이즈 영화였던 점을 감안하면 한국형 프랜차이즈 영화들이 박스오피스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라고 밝혔다. 관객의 요구에 걸맞게 오는 2024년에는 더 많은 한국형 프랜차이즈 작품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 '외계+인2'를 필두로 '범죄도시4', '베테랑2' 등이 관객과 만나게 될 예정이다.


◆ 해외 애니메이션의 강세

올해 흥행 작품 10위권 내에 무려 세 작품이나 애니메이션 작품이 자리했다. 3위에 '엘리멘탈'(관객수 723만 7,796명), 4위에 '스즈메의 문단속'(관객수 557만 3,668명), 6위에 '더 퍼스트 슬램덩크'(관객수 477만 862명)이 올랐다. 여기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현재까지 199만 4,626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순위 14위를 기록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작품은 자극적인 소재보다는 자신과 환경을 돌아보게 하는 시선으로 호평을 이끌어냈다. 특히, '슬램덩크'는 올해 초 개봉해 입소문으로 개봉 첫 주보다 늘어난 관객수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 '명절 영화'가 사라졌다

설날특선영화, 추석특선영화라는 단어들이 무색하다. 천만 영화를 만들어냈던 시즌이었는데, 올해는 유독 이 시기에 개봉한 작품들의 고전이 이어졌다. 올해 설 연휴에는 한국영화 '교섭'과 '유령'이 개봉하며 우세가 점쳐졌지만, '교섭'은 172만 1,100명, '유령'은 66만 4,146명의 관객수에 그쳤다. 여름 극장가에도 '밀수'(관객수 514만 3,219명), '콘크리트 유토피아'(384만 9,242명)는 관객의 선택을 받았지만 '더 문'(51만 6,412명)과 '비공식 작전'(105만 8,745명)은 아쉬운 성적표를 남겼다.

추석 극장가에도 이어졌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191만 6,431명), '거미집'(31만 3,686명)과 '1947 보스톤'(102만 5,772명)은 모두 손익 분기점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었다. 영화진흥위원회 웹매거진 한국영화에서 배동미는 "‘명절 영화’란 표현은 이제 낡은 표현이 됐다. 2023년 설·추석 연휴 기간을 노리고 개봉한 영화들이 대부분 흥행에 실패하면서 2024년 각 배급사의 명절 연휴 라인업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 '유명' 감독·배우 보다 '입소문'이 관객을 부른다

우리나라 관객에게 큰 사랑을 받은 감독들의 작품이 대거 개봉했다. 하지만 '비트', '아수라' 등의 작품으로 사랑을 받은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과 '베테랑', '베를린' 등의 작품으로 사랑을 받은 류승완 감독의 '밀수'를 제외하고, 모두 손익 분기점에 못 미치는 성과를 거두었다. '국제시장', '해운대'로 쌍천만영화 기록을 가진 윤제균 감독은 지난 해에 이어 뮤지컬 영화 '영웅'을 공개했지만 178만 7,344명의 관객수에 그쳤다.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와 영화 '끝까지 간다' 등의 작품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은 주지훈과 하정우를 앞세워 '비공식작전'을, '밀정', '놈놈놈' 등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은 송강호, 임수정, 전여빈, 오정세 등의 배우들이 열연한 '거미집'을 내놓았지만 손익분기점이 넘는 관객의 선택을 받는데 실패했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유명'보다 '입소문'에 대한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함을 알 수 있다. 그 일례로 12·12 사태를 재조명한 영화 '서울의 봄'은 개봉 첫 주에는 149만 관객을 기록했지만, 개봉 2주차에 그보다 약 20만이나 높은 170만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 현재 누적관객수는 736만 2,640명(13일 기준). 꾸준한 입소문의 힘이 관객의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웹매거진 한국영화에서 남선우는 "들쭉날쭉한 선을 그리는 중인 상업영화 개봉 편수 그래프가 2024년에도 불안정할 전망이다. 영화계 곳곳에서 “2024, 2025년에 개봉할 만한 영화가 손에 꼽는다”는 우려가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2022년과 2023년을 지나오며 그동안 개봉을 미뤄온 작품 다수도 관객을 만났기에, 소위 ‘창고 영화’로 불린 작품의 수마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한 주요 배급사 직원 또한 '당장 내년 여름에 틀 텐트폴 영화가 없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라고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의 봄'이 불러온 극장가의 봄은 더 이어질 기세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가 오는 12월 20일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파트 1 관객수는 부진했지만 OTT에서 호평을 얻은 '외계+인' 파트2 역시 오는 2024년 1월 1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또한, 라미란을 필두로 왁짜지껄한 추적극 '시민덕희'도 통쾌한 오는 1월 통쾌한 한 방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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