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영화 '혼자사는 사람들' 포스터


'웅성 웅성 웅성'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서 이야기하는 소음이 이명으로 들렸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누군가에게 말할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나 혼자 아프고 마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말한다.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그런 때가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사람이 사람에게 완치는 될 수 없을지 몰라도, 위안은 분명 될 수 있다. 영화 '어바웃 어 보이'에서도 말했듯이 '인간은 섬이 아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제목 그대로의 이야기를 담았다. 혼자사는 유진아(공승연)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진아는 카드사 콜센터 상담원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상담 전화, 콜을 받는다. 그에게 전화를 거는 사람들은 대부분 화가 나있거나, 어딘지 이상하다. 진아는 이들의 전화를 능숙하게 '처리'한다. 정작 진아를 힘들게 하는 건, 아빠의 전화, 커피를 건네는 후배, 갑작스레 인사하는 이웃 등이다. '차라리' 콜을 받는 건 편하다. 그러던 진아의 삶에 조금씩 균열이 발생한다. 앞서 말했던 불편한 사람들로 인해서다.

사진 : 영화 '혼자사는 사람들' 스틸컷


진아의 삶은 마른 낙엽 같다. 작은 터치에도 고작 '바스락' 소리를 내며 그냥 사라질 것 같다. 회사에선 콜을 처리하는 실적이 우수한 사원이지만, 이를 누구도 축하해주지 않고 진아도 기뻐하지 않는다. 진아의 귀에는 항상 이어폰이 꽂혀있다. 일할 때는 콜을 받느라, 일을 하지 않을 때는 세상의 소리를 막아내느라 다른 소리가 필요하다.

배우 공승연은 이런 마른 낙엽 같은 진아의 삶을 자신의 질감으로 표현해낸다. 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정연의 언니인 만큼 화려함이 잘 어울렸던 공승연은 전혀 다른 옷을 입는다. 심지어 겉옷은 잘 바뀌지도 않는다. 그냥 떠밀리듯 사는 삶의 옷 그 자체로 보여준다. 화려한 메이크업을 지우고, 큰 이목구비에 표정을 지웠다. 알고 있던 공승연의 얼굴이 '혼자 사는 사람들' 속에 없다.

사진 : 공승연 인스타그램


공승연의 출발은 남달랐는지 모른다. 공승연은 초등학교 6학년 때, 길거리 캐스팅으로 SM엔터테인먼트에 입성했다. ‘SM 베스트 선발대회’의 ‘외모짱’ 부문 1위로 뽑힌 그는 7년의 연습생 기간을 거쳤다. 이후 그는 tvN ‘아이러브 이태리’(2012)로 데뷔해 SBS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2014)를 거쳐 SBS ‘풍문으로 들었소’(2015)에서 서누리 역, 그리고 MBC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4'에서 가상 결혼의 모습으로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15년 당시 진행된 인터뷰에서 공승연은 "제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져서 '풍문으로 들었소'에도 나오고 '우리 결혼했어요'에도 나온 건 아니다"고 했다. 그전에 백 번 오디션에 떨어진 경험이 있었고 그때마다 공승연은 마음을 다잡았다. 당시 공승연의 꿈은 "내면을 잘 채워 제 향기를 전할 수 있는 '연기 잘하는 배우"였다.

공승연의 꿈은 '혼자 사는 사람들'을 통해 데뷔 10년 만에 이뤄졌는지도 모르겠다. '혼자 사는 사람들' 속 공승연이 보여준 유진아의 모습은 "나를 보는 것 같았다"는 현대 사회의 수많은 관객들의 마음에 종을 울렸다. 둘째 동생의 콜센터 상담원 경험과 유튜브 등 인터뷰와 자료를 참고하며 만들어진 유진아 캐릭터로 그는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우상을 받았다. 데뷔 10년 만의 첫 영화 주연작에서 첫 연기상을 수상했다.

한편, '혼자 사는 사람들'은 지난 5월 19일 개봉한 이후,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수많은 관객과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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