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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이 '윤여정' 했다…주옥같은 소감 전문
배우 윤여정이 한국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가 됐다. 한마디 한마디마다 어록이라고 할 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긴 그가 또 한 번의 어록을 남겼다.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윤여정이 16일 소감을 전했다. 윤여정은 "격리 중이라 만날 수 없어 너무 속상합니다"라고 운을 떼었다.
솔직한 속내도 전했다. 윤여정은 "여러분의 응원이 정말 감사하면서도 솔직히는 굉장히 부담스러웠다"며 "올림픽 선수도 아닌데 올림픽 선수들의 심적 괴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고 위트있게 비유했다.
수상에 대한 바람보다 "저랑 같이 후보에 오른 다섯 명 모두가 각자의 영화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상을 탄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마음을 전했다. 그는 "이 나이에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놀란 마음을 덧붙이기도 했다.
마무리를 짓는 글 역시 윤여정 다웠다. 윤여정은 "사람이 여유가 생기면 감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유가 없을 땐 원망을 하게 되지요. 제가 많이 여유가 생겼나 봅니다. 지나온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네요"라고 소감을 마무리 지었다.
한편, 영화 '미나리'는 윤여정의 여우조연상을 비롯해, 스티븐연의 남우주연상, 그리고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음악상까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총 6개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이하 윤여정의 소감 전문.
◆ 윤여정 소감 전문.
죄송합니다. 제가 여러분을 직접 뵙고 감사를 드려야 하는데 캐나다에서 어젯밤에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이 시기에 놀러 다녀온 것은 아니고 나름 외화벌이를 하러 촬영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지금 나이 74세인데 이 나이에 이것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이고 여러분의 응원에 감사를 전해야 한다는 건 너무 아는데 이렇게 밖에 인사를 못 드려서 너무 죄송합니다. 지인들도 축하를 해주고 싶어 하는데 격리 중이라 만날 수 없어 너무 속상합니다.
그동안 여러분의 응원이 정말 감사하면서도 솔직히는 굉장히 부담스러웠습니다. 올림픽 선수도 아닌데 올림픽 선수들의 심적 괴로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사실 노미네이트된 것만으로도 너무 영광이고 사실 저랑 같이 후보에 오른 다섯 명 모두가 각자의 영화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상을 탄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경쟁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순위를 가리는 경쟁 프로는 애가 타서 못 보는 사람입니다. 사실 노미네이트가 되면 이제 수상을 응원하시고 바라실 텐데 제 생각에는 한 작품을 다른 배우들이 연기해서 등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기에 이 노미네이트만으로도 상을 탄 거나 같다고 생각됩니다. 응원에 정말 감사드리고 이 나이에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저도 상상을 못했습니다.
교포 2세들이 만드는 작은 영화에 힘들지만 보람 있게 참가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기쁜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네요. 이 영화 시나리오를 저에게 전해주고 감독을 소개해 주고 책임감으로 오늘까지도 함께해 주는 제 친구 이인아 피디에게 감사합니다. 같이 자가격리 중이라 어제 소식을 같이 들었는데 제 이름 알파벳이 Y 다보니 끝에 호명되어 이 친구도 많이 떨고 발표 순간엔 저 대신 울더라고요. 어쨌든 제가 이런 영광과 기쁨을 누리기까지 저를 돕고 응원하고 같이 해준 많은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사람이 여유가 생기면 감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유가 없을 땐 원망을 하게 되지요. 제가 많이 여유가 생겼나 봅니다. 지나온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네요.
다시 한번 상황 상 직접 인사 못 드려 죄송합니다. 응원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