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영화 '염력'의 신석헌 역 배우 류승룡 / NEW 제공


<부산행>의 천만 신화, 또 다시 재현될까. 연상호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실사영화 <염력>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영화 <염력>은 갑자기 초능력이 생긴 아빠 '석헌'(류승룡)과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빠진 딸 '루미'(심은경)가 세상에 맞서 상상초월 능력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 슈퍼히어로 물이다.

주인공인 석헌은 한 은행의 경비원으로, 어릴 적 딸을 두고 홀연히 떠난 이혼 남. 그런 그에게 '염력'이란 초능력이 생긴다. 그는 생계를 위해 염력을 마술로, 전 세계를 돌며 일확천금을 벌겠다는 꿈을 꾸게 된다. 그러다 딸과 아내가 잘나가던 치킨 집을 운영하고 있는 시장에 개발 계획을 꿈꾸던 세력에게 상권을 뺏길 위기가 처해지자, 그가 가진 염력을 딸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부산행>에 이은 부성애는 <염력>을 통해서도 절절히 느껴진다. 10년 만에 만난 아빠가 초능력자라니, 당장 생계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루미에게는 석헌이 어떤 기교를 부려도 믿기지가 않는다. 그러다가, 그 능력을 본격으로 펼치는 순간부터 그런 딸을 지키려는 아빠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해가는 과정을 그려냈다.

애니메이션 출신 감독이다 보니, 연상호 감독이 그려낸 장면은 상상을 초월한다.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힘인 '염력'을 표현하고자, 배우 류승룡도 온 몸을 비틀어가며 쥐어 짠다. 하루 아침에 히어로가 된다는 것, 그래서 그 힘으로 악당을 물리치는 것, 누가 봐도 짜릿하다. 어벤져스의 영웅들처럼 특별한 무기는 석헌에게는 없다. 류승룡이 석헌을 연기하기 위해 일부러 살을 찌운 것도 슈퍼맨의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것 보다는 소시민이 가진 초능력으로 가진 자에 맞선다는 설정 자체가 이 영화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아닐까.

석헌과 루미가 메인 스토리를 이끌어 가지만, 민사장 역의 김민재와 홍상무 역의 정유미가 걸출한 악당 연기를 해냈다. 특히, 정유미는 생애 첫 악역연기로 그가 가진 청순이미지에 반하는 파격 변신으로 눈길을 끌고도 남는다. 그 두 부녀와 악당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인권 변호사인 박정민도 투입된다. 그런 선과 악의 대결 구도를 연 감독은 과거 우리가 처했던 현실의 부조리로 적나라하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가슴 아팠던 용산 참사가 군데군데 떠오를 정도니 말이다.

그런 무거운 주제를 뒤로 하고도 남을 것이 주인공 석헌을 연기한 류승룡의 코믹 연기다. 그는 앞서 말한 대로, 온 몸을 비틀어가며 초능력을 발휘하는 몸동작과 표정 연기도 압권일 뿐만 아니라, 마지막 장면에서 어설프지만 온 도시를 밟고 뛰어가며 딸과 상인들을 구출하기 위해 땀방울을 흘려 가며 내달리는 모습들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흔히 알던 멋진 초능력자의 모습이 아니기에, 더 없이 정(情)이 갈 수 밖에 없더라.

또한, 전작 <부산행>에서 보여준 좀비들의 아찔했었던 떼 씬이 이번 <염력>에서는 강제 철거 인원들로 대체된다는 점. 그 장면들만 봐도 비교되는 재미요소다.

한국형 SF 영화 <염력>, 한국영화의 새 장르의 지평을 열어준 연상호 감독의 도전이 궁금하다면 1월 31일 극장가로..러닝타임은 101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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