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최동훈 감독이 말하는 전지현 "손 전체에 멍이 들어도…" / 사진 : 더스타,조선일보일본어판DB


최동훈 감독은 안옥윤을 정말 명예로운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런 안옥윤 역할을 전지현에게 맡겼다. 최동훈 감독은 자신의 선택에 만족했다.

지난 22일 개봉한 영화 <암살>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은 <도둑들>에서 만난 전지현과 두 번째 작품을 함께했다. 최동훈 감독은 <암살>을 9년 전부터 떠올렸고, 전지현과 <암살>의 만남은 <도둑들>의 해외 홍보 일정 때 시작됐다. 당시 차기작을 궁금해하는 전지현에게 최동훈 감독이 <암살> 이야기를 꺼냈던 것. 이후 <암살> 시나리오를 받은 전지현은 "감독님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라고 회상했다.

전지현은 <암살>의 개봉과 맞춰 진행된 인터뷰에서 "저는 평범한 사람이에요. 나랏일에 관심도 없고"라며 자신을 낮췄다. 최동훈 감독은 이에 "다들 그렇죠"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윤봉길 의사와 이봉창 의사의 사진 앞에 섰을 때, 자신도 '나는 정말 평범한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저는 '안옥윤'이라는 사람이 되게 멋있고,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독립군에서 일하다 임무를 맡게 됐는데, 별로 할 말이 없잖아요. 그들은 대화를 그렇게 많이 안 해요. 왜냐면 고독하거든요, 외롭고. 그런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무언가를 표현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것도 다 때가 있고 켜켜이 쌓이면 끝날 때 관객들이 알아줄 거라고 (전지현에게) 말했었죠."

<암살> 스틸컷 / 사진 : 쇼박스 제공


최동훈 감독은 전지현에게 "예쁘게 보일 생각도 말고, 분장도 하지 말고, 대충 머리 동여매고 달리면 돼"라고 말했다. 사실 최동훈 감독이 여성 독립군을 그리고자 했던 것은 한 장의 사진에서 비롯됐다. <암살>의 제작보고회 당시 그는 "제가 본 많은 그 시대의 사진 들 중에 독특하게 여성분이 앉아있는 사진을 보는데, 서글퍼지기도 하고 묘한 느낌이 들더라. 그래서 이 중 한 여인이 암살단 중 한 명일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궁금증에서 안옥윤이라는 강인한 여성을 만들고 싶었다"라고 했다.

"총 가진 독립군은 거친 남성의 세계잖아요. 거기에서 한 여자가 되게 침착하게 있다가 뛰고, 구르고, 헉헉거리면서 임무를 수행하려 달리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거예요. 그게 <암살>의 정체 같다고 느낀 거죠."

최동훈 감독은 이어 <암살>의 장면을 그려냈다. "첫날 촬영을 했어요. 다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은 상황이었죠. 전지현이 독립군 부대에서 나오면서 '내 총' 이러는데 '우와' 감탄했어요. 그 앞에 이정재가 '눈이 안 좋은가'라고 되묻는데 '좀? 걱정되세요?'라고 전지현이 대답해요. 그 모습을 보는데 진짜 안옥윤처럼 하는 거예요. 전지현이 맑은데 싸한 느낌이 나요. 그게 너무 좋았죠."


최동훈 감독이 그리는 <암살> 속 전지현에 대한 말은 이어졌다. "제가 원래 '컷'을 빨리하는 편이에요. 빠르게 가자는 주의였는데, 하와이피스톨(하정우)이 안옥윤(전지현)에게 '두렵지 않나?'라고 물어보는 장면이 있어요. 그런데 안옥윤이 가만히 있어요. 한 4, 5초 그렇게 있다가 '두려워' 라고 대답을 해요. 그게 너무 좋은 거예요. 저렇게 담백하게 툭 내뱉는 게. 옛날 같았으면 '두려워, 그렇지만 나는 해야지'라고 길게 말했을 텐데, 백 마디 말보다 '두려워'라는 한 마디가 너무 좋았어요."

그는 '안옥윤'을 연기한 전지현에 대해 "잘했어요"라고 백마디 말보다 강한 진심을 전했다. 그리고는 "어느 날, (전지현의) 손바닥이 파랗길래 '손에 뭐 묻었어? 왜 이렇게 파래?'라고 물었더니 '멍이 예요'라고 하더라고요. '어떡해'하고 걱정을 하는데 '평생 가겠어요?' 라고 대답하더라고요"라는 일화와 함께 "어우, 나 진짜"라는 감탄사를 덧붙였다.

전지현은 <암살>의 80%를 끌고 나간다. 최동훈 감독은 "관객들도 안옥윤을 멋있다고 생각하나 봐요. 그럼 된 거죠"라고 담백하게 말한다. 하지만 그와의 만남 중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안옥윤에 대한 애정이었다. 그리고 이를 완성해 준 건 전지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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