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도' 힐링인가 킬링인가 / 사진 : '군도' 포스터, 쇼박스


'군도:민란의 시대'가 베일을 벗었다.

하정우-강동원의 만남과 더불어 '용서받지 못한 자', '범죄와의 전쟁' 등 탁월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윤종빈 감독의 차기작으로 주목을 받았던 '군도:민란의 시대'. 기대감이 컸던 걸까? 관객들은 137분의 무게를 견뎌야 하게 됐다.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조선 철종 시기 구월산 목단설과 함께 '군도'의 양대 산맥이었던 추설은 삼남을 아우르는 지리산 자락에 산채를 잡았다. 해당 시기는 조선 후기로 나라의 안팎으로 위협을 받던 시기며 탐관오리들이 행하는 백성의 수탈이 극에 달해있던 시기였다. 그리고 '군도'무리는 약한 자의 힘이 되어 힘 있는 자와 싸워 하늘 아래 형제의 의를 다시 세우고자 만들어졌다.

'군도'는 해당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는데 내레이션을 사용했다. 내레이션은 가장 손쉽고 정확한 화법으로 관객들에게 영화의 배경을 설명한다. 하지만 이런 화법은 배경적 설명에 그치지 않는다. 인물들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데에서도 계속돼 일대기를 전달한다. 특히 내레이션을 통해 풀어지는 조윤(강동원)의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괴물이 될 수밖에 없던 그의 일대기를 강요하는 듯하다.


개봉 전 '군도'는 힐링무비를 자처했다. 윤종빈 감독 역시 언론시사회 현장에서 "제가 전작에서 계속 사회의 어두운 면이라든지, 사실적으로 많이 표현해 왔는데, 어느 순간, 특히 <범죄와의 전쟁>을 끝내고 나니까 너무 지치더라"라며 "사람들이 뭔가 세상의 변화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 뭐 이런 것들을 저 역시도 많이 느꼈고, 그런 것들을 한 번 호쾌하게 뛰어넘어 치유해주는 무협 영화를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라고 '군도: 민란의 시대'를 통해 주고 싶었던 메시지를 밝혔다.

하지만 '군도'에서는 치유보다는 넘을 수 없는 한계성이 여실히 보였다. 조선 시대를 바탕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도치(하정우)의 짧은 두 개의 쌍칼은 조윤(강동원)의 길고 수려한 검에 닿지 않고, 순수 양반 혈통이 아닌 조윤은 끝내 아버지(송영창)의 마음에 닿을 수가 없다.

두 사람의 대결이 아니더라도 137분간 수많은 백성들의 피는 스크린을 수놓는다. 그 어떤 화끈한 결말을 향해 가더라도 백성들이 피흘리는 모습을 활극으로 즐기긴 어렵다. 하지만 '군도'속 긴 상영시간동안 양반에 의해 목이 장대에 높이 걸리는 이도, 긴 검이 화려하게 그려나가는 자리에 뚝뚝 떨궈지는 것도 모두 백성들이었다.

웨스턴 음악은 심장을 뛰게 한다. 화려한 말발굽 소리 역시 귀와 눈을 사로잡는다. 불로 상징되는 도치(하정우)와 얼음으로 상징되는 조윤(강동원)의 색(色)다른 대결도 시선을 끌기 충분하다. 하지만 이들의 싸움에 이르기까지 흘리는 피의 무게는 힐링무비를 자처했던 영화의 의도와는 다른 길을 걷는다.

'군도:민란의 시대'는 137분의 상영시간을 이어간다. 이 시간 동안 관객을 붙잡기 위해 영화는 점점 더 역치 이상의 자극으로 강도를 높여간다. 백성의 시각에서 본 조선은 '군도'의 세상이었을까? 힐링을 기대하고 본 영화에 마음이 더 쓰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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