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SBS 제공

29일(오늘) 방송하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두 형사를 무참히 살해하고 8일 만에 인질범으로 나타난 살인 용의자의 마지막 도주를 재조명한다.

무더위가 한창인 2004년 8월 8일. 서울의 한 빌라에 할머니가 혼자 어린 손자를 돌보고 있었다. 오후 2시경. 손자가 낮잠에 든 사이 화장실에 다녀온 할머니는 꿈에서조차 상상해 본 적 없는 공포의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화장실 문 앞에 정체불명의 낯선 남자가 할머니를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놀라 비명을 지르는 할머니를 향해, 남자는 곧바로 커다란 회칼을 들이밀며 이런 말을 건넨다.

“할머니... 나 누군지 알지?”

그 순간,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할머니는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만다. 남자의 정체는 두 명을 칼로 잔인하게 찔려 살해 한 살인 용의자로, 며칠 전 우연히 할머니가 본 수배 전단지 속 그 얼굴이었던 것이다. 남자의 정체를 확인한 순간 할머니는 숨이 멎을 듯한 공포에 휩싸인다. 하지만 옆 방에는 손자가 곤히 자고 있는 모습에 정신이 번쩍 든 할머니는 어떻게든 이 위기를 침착하게 모면해야겠다고 결심한다.

한때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인질범 이 씨의 사건은 8일 전, 한 커피숍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시만 해도 이 씨는 여자친구에게 폭행을 행사한 죄목으로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던 중이었다. 여자친구의 신고를 받고 이 씨 검거를 위해 출동한 형사는 두 명이었다. 서울 서부서의 강력반 소속 형사인 심재호 경사와 이재현 순경이다. 두 사람은 여자친구가 이 씨를 만나기로 했다는 신촌역 인근의 한 커피숍으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 심형사는 현장에 나타난 이 씨를 향해 미란다 원칙을 고지했다. 그때였다. 이 씨가 갑자기 품에서 칼을 꺼내 들더니 심형사와 이순경을 향해 느닷없이 칼을 휘둘렀다.

칼에 맞은 두 형사는 필사적으로 이 씨의 다리를 붙잡았지만 용의자 역시 필사적으로 도주했다. 급소인 왼쪽 가슴을 두 차례 찔린 심형사와 무려 아홉 차례나 등을 찔린 이순경은 결국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 구급차 안에서 숨을 거뒀다.

심재호 형사는 어린 두 아이를 둔 가장이었다. 그날 이후 심형사의 아내 황옥주씨는 아빠를 찾는 아이들을 홀로 키우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황옥주씨는 남편이 그리울 때마다 순직 경찰관의 추모공간인 추모게시판을 찾아 글을 남기고 있다. 꾹꾹 눌러 쓴 그리운 마음은 어느새 두꺼운 책 한 권이 되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잃은 이재현 순경의 어머니 역시 여전히 그날의 시간에 머물러 있다. 어머니는 칼에 찔려 허망하게 떠난 아들 생각에 지금도 주방에서 칼을 잡지 못하고 있다.

두 형사를 무참히 살해하고 8일 만에 인질범으로 나타난 이 씨. 과연 살인 용의자를 마주한 할머니는 악몽 같은 그날, 무사히 손자를 지킬 수 있었을까.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와 섬세한 감정 연기로 영화와 드라마에서 경찰역을 도맡은 배우 류승수가 장현성의 이야기 친구로 꼬꼬무에 두 번째 방문했다. 류승수는 어린 두 자녀를 남기고 떠난 심형사의 이야기에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내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천상의 목소리, 가수 배다해가 장성규의 이야기 친구로 찾아왔다. 남편을 잃고 홀로 남겨진 아내의 이야기와 남겨진 유가족들이 겪을 상처에 배다해는 폭풍 공감을 이어가며 눈물을 쏟아냈다. 매력적이고 독특한 음악 스타일로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가수 이승훈이 장도연의 이야기 친구로 등장했다. 남다른 추리력을 선보이며 그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에 남겨진 가족들의 이야기로 출연자와 제작진 모두를 울린 '인질범의 흉터'편은 8월 29일 목요일 밤 10시 20분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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