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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윤여정', 오는 29일 방송…동료 11人이 전한 '윤여정'
윤여정의 대서사시가 다큐멘터리로 탄생한다.
오는 29일 방송되는 KBS 1TV '다큐멘터리 윤여정'은 한예리, 김고은, 노희경 등 동료 배우, 작가, 감독, 제작자 11명의 목소리로 써 내려간 '윤여정 대서사시'를 다룬 다큐다.
이날 방송에서는 영화 '화녀'의 제작자 정진우가 윤여정에 대해 회상한다. 그는 윤여정이 '자기주장을 다 하는 여주인공에 제격'이었다고 말한다. 드라마 '장희빈'부터 영화 '장수상회'까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배우 박근형의 눈엔 '별난 여배우'였고, 수많은 드라마에 가족으로 함께 출연한 강부자에겐 '일 저지를 줄 알았던 앞서가는 여성'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창작자들에게 신선한 자극이었다. 노희경 작가에겐 '사유하는 엄마'로 심재명 제작자에겐 '실험적 역할의 대상'으로, 김초희 감독에겐 '꼭 필요한 친구'로 남았다. 후배 한예리는 그런 윤여정을 이정표 삼아 걷는다. '계춘할망'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고은은 동시대 배우로서 꿈을 꾼다. 스크린 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배우 윤여정의 진짜 모습을 동료 배우 7인과 작가, 감독, 제작자 4인에게 들었다.
1966년 TBC 공채탤런트 3기로 데뷔해 2021년 영화 '미나리'로 세계의 주목을 받기까지 윤여정이 출연한 영화는 36편, 드라마는 총 100여 편에 달한다. '다큐멘터리 윤여정' 제작진은 반세기 넘게 켜켜이 쌓인 5,600여 회, 4,000여 시간의 아카이브를 탈탈 털어 모조리 훑었다.
드라마 속 윤여정은 디자이너, 의사 등 소위 '사'자 붙은 직업의 지적이고 당당한 여성이었다. 그런 그녀도 중년에 접어들자 통과의례와 같은 전형적인 역할을 피할 순 없었다. 억척스러운 엄마 혹은 아들의 결혼을 반대하는 악덕한 시어머니로 악다구니를 썼다. 그녀를 주인공 옆 조연으로 '엄마', '할머니'라는 이름에 가뒀던 방송국 사람들의 조금 늦은, 그리고 처절한 자기반성을 담았다.
맡았던 역할만큼이나 그녀의 연기 인생은 굴곡졌다. 한때는 목소리가 나빠서, 똑똑한 여자 역할을 많이 했다는 이유로 비호감을 샀다. 시청자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치기도 했지만, 생계의 무게를 짊어진 그녀는 도전을 멈출 수 없었다.
그녀의 묵묵한 걸음은 '화녀'를 기억하는 영화계를 움직였다. 가부장제의 굴레를 깬 할머니 '바람난 가족', 사회 주변부를 버티며 살아가는 박카스 할머니 '죽여주는 여자'를 거쳐 할머니 같지 않은 할머니 '미나리'로. 거부감 1위였던 배우는 자연스레 진취적인 여배우들의 롤모델이 됐다. '다큐멘터리 윤여정'은 브라운관 속 여성들의 변화를 이끈 배우 윤여정의 어제와 오늘을 복기했다.
한편, '다큐멘터리 윤여정'은 오는 29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