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터뷰] 최희서, “’동주’ 캐스팅 당시, 연기 포기할 생각”
“신연식 감독님이 길을 가다 명함을 처음 준 게 바로 저랍니다. 미친 여자 같았대요.(웃음) 지하철을 타고 그날도 어김없이 대본연습을 했었거든요. 제가 주연한 연극이 주로 남녀가 싸우는 장면이 많았고, 2인극이다보니 대사가 많았던 거죠. 어찌되었든 신 감독님의 소개로 이준익 감독님을 만났는데, 오디션은 안보고 이야기만 주고 받는 거예요. 두 분 생각에 ‘동주’에 출연시켜도 괜찮겠다는 믿음으로 출연했어요. 지금 생각해도 얼떨떨합니다.”
<박열>의 가네다 후미코, 최희서란 여배우를 삼청동서 만났다. 일본을 거쳐 미국에서까지. 그녀의 파란만장했던 유학시절이 이 작품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바로 ‘일본인 여자’다. “일본어도 잘하고, 굉장히 진지하고 지적인 데다가, 당당하기 까지..이런 제가 후미코란 역할이 제격이라고 감독님이 말씀하셨죠. 뿐만 아니라, 전작 ‘동주’에서는 강하늘, 박정민 선배의 일본어가이드를 자청해 촬영이 없는 날에도 현장을 찾았어요. 이번 이제훈 선배와도 마찬가지였고요.”
최희서는 박열의 연인, 후미코를 연기하면서 위풍당당한 캐릭터에 성격답게 다채로운 표정연기를 선사했다. “안면 근육이 발달했냐고 주변에서 종종 물으세요, 하하! 제 스스로는 전혀 느끼지 못하는데, 연기할 대 습관인 거 같아요. 갑작스레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한 건 아니었고요, 어릴적부터 연기를 하고 싶었는데, 대학 진학 전까지 연기수업을 접할 기회가 전무했죠. 재학중인 연세대에 극예술연구회가 있다는 소식을 접해 무작정 뛰어 들었죠.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하는 성격 탓에 입학식 날 동아리 문부터 두드렸고요. 푹 빠진 나머지 학점은 내세울 게 못됐죠. 중간에 자퇴까지 고려할 정도였으니까요.(웃음)”
그러면서 최희서는 영국의 왕립 연극 학교(R.A.D.A)에 지원했다고. “한 해에 10명만 뽑는다는 그 학교에 지원을 했는데, 사계절 내내 오디션을 보는 거예요. 다니던 대학을 2년이나 휴학하면서 도전한 결과는 3차 시험에 낙방했죠. 다시 돌아와 복학 후 다시 동아리 활동에 전전하며 졸업을 했습니다.”
그런 최희서에게 대학고 연극계도 활동하기엔 현실적으로 만만치가 않아, 고심 끝에 뜻 맞는 친구들과 작은 소극장을 빌려 극단을 만들었단다. “바로 ‘예술공동체 희한, 읽을 때는 독특하게 ‘햔’으로 읽어요, 후훗! 함께 공연한 오빠 중에 센스8이란 미국드라마에 캐스팅된 손석구란 분이 계시죠. 캐나다 출신이라 영어 연기가 능했던 그라, 지금도 여러 글로벌 오디션을 통해 기회를 엿보고 있는 멋진 배우랍니다.”
동료배우를 무한 칭찬했던 최희서도 ‘박열’ 역의 이제훈에게 배우로서 찬사를 받았다. “’후미코는 최희서가 아니면 가능하지 못했다’란 말을 해줬던데요? 너무 감동 받았죠. 촬영하면서 배우들과 술자리를 할 기회도 많았지만, 결국 하는 이야기가 영화더군요. 제훈씨도 사적인 농담보다는 작품이야기를 나누며 지낸 것이 전부랍니다.”
<박열>의 후미코는 극 중 ‘개새끼’란 시를 쓴 박열에게 반해 동거서약까지 단숨에 결정을 한다. 그러한 캐릭터와 실제 본인의 닮은 점이 있냐고 물었다. 최희서는 “좋아하는 이성에게 제 마음을 먼저 밝히는 건 자존심 문제죠.(웃음) 전 한번도 그런 고백을 해 본 적은 없어요. ‘후미코’는 본인의 의지와 마음 자체가 용감한 여자죠. 어릴 적 부모님의 내리사랑이 부족했던, 애정 결핍이 있는 여자였고. 그 때문에 더욱 그(박열)를 따랐던 거 같다고 생각했어요. 제 이상형요? 저와 가치관이 같은 사람이 좋아요. 한번 만나면 오랫동안 사귀는 스타일이라, 그만큼 마음의 상처나 골도 깊죠. 외모는 크게 안 보는 편인데, 키는 저보다 컸음 좋겠어요. 소박하죠?”라고 웃었다.
차기작이 결정되진 않았지만, 이준익 감독이 러브콜을 한다면 또 출연하겠다라고. “작품활동에 목마름이 강합니다. 앞서 언급한 ‘동주’의 제작자 신연식 감독님을 만났을 때에도 연기를 포기해야 하나 하고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었거든요. 장르에 대한 욕심을 부리자면, 형사나 탐정 등 추리극에 관심이 많아요. 예능 출연은 좀...보여줄 것도 없고요. 배우로서 당분간 올인 하겠습니다.”
요즘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이란 서적을 읽으며 ‘엄친딸’이 주는 의미에 대해 그녀는 “제가 그런 소릴 듣는다는 게 좀 싫어서요. ‘금수저’란 말도 사라져야 할 속어인 거 같아요. 그런 말들보다 ‘연기파’란 수식어가 달렸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멀었지만, 제가 좋아하는 송강호 김해숙 전도연 선배님과 작품에서 만나보고 싶고요. 한예리씨처럼 또래 여배우들과 함께 작업도 해보고 싶어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