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영화 <아가씨>의 숙희, 김태리를 만났다.

데뷔작을 박찬욱 감독과, 생애 처음으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받는 영광의 순간을 맛 본 뒤라 마냥 설레는 그녀다. 국내 개봉 당일 방글방글한 미소를 띤 그녀에게 물어 본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냐고. "주변 권유도 없었어요. 지금껏 살면서 순간순간의 선택을 저 스스로 많이 하고, 잘 헤쳐 나갔죠. 대중이 우려하는 부분(레즈비언 연기)도 심사숙고 후 내린 결정이니까. 이야기도 굉장히 잘 풀어냈고..누군가 읽어 주는 한 편의 성인동화이자, 누구나 즐길수 있는 오락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대학 진학 후, 연극동아리에 가입하기 전까지의 김태리는 "그냥 지냈다"고 했다. 대충 생각대로 사는 스타일에 다 같이 어울려 사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밝고 낙천적인 성격이라고 자신했다. "무엇이든 선택을 빨리 하는 편이죠. 그 선택이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아요. 연극을 한번 겪어 보니 빠져 나올 수가 없었죠. 그 후로 4년간 헤어나오지 못하다가 극단에 들어갔고, 배우의 꿈을 키워나가기 시작했어요."

<아가씨>의 숙희는 백작과 히데코의 재산을 노리기 위해 찰떡(?) 호흡을 맞추게 된다. 백작 역의 하정우를 두고 김태리는 "촬영장서 풍기는 아우라가 여유로워 보였죠. 거기서 호감도가 굉장히 올라가는 데, 무슨 말을 하더라도 다 받아들여 지더라구요. 선배님의 번뜩이는 재치와 언변은 백작보다 더 할 때가 많았죠. 뿐만 아니라, 조진웅 선배님과 두 분 사이의 우정다짐도 볼 만 했어요. 툭 하면 두 분이서 말도 안되는 일본어로 이야기 꽃을 피우는 데, 배꼽을 잡고 웃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하하!"


김태리는 <아가씨>의 일본 로케이션 촬영이 가장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 이유는 기다림의 연속. "처음엔 영화 현장에서 적응기간이 필요했었는데, 그 후론 기다리는 시간이 계속 되었어요. 그 시간에 전 눈 앞에 보이는 정원과 풍경을 즐기며 산책을 주로 즐겼죠. 더 심심하면 다음날 찍을 장소도 익히러 갈겸 먼저 가보기도 했어요. 더운 날씨였지만, 제가 연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죠."

존경하는 배우가 누구냐고 물었다. 과거 함께 몸 담았던 극단 소속의 염혜란 배우를 지목한 김태리. 최근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드]에 출연해 호평을 받고 있는 그녀는 김태리가 무대 스태프였던 당시 워너비 배우였다고 회상했다.

<아가씨>의 숱한 홍보 중 차기작을 논하는 건 좀 이르지 않나 싶었다. "음..없어요. 현재에 충실하고 싶어요. 어려움도 있을 거고, 또 다른 방식으로 찾아 온다 해도 지금껏 잘 살아온 거처럼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부모님께서도 고생했다고 격려해 주셨는데, 특히 엄마는 VIP시사회 때 별 말 없이 서로 눈빛만 바라 봤어요. 그 순간 저 혼자 울컥했는데, 그 모습을 보시더니 '감기 걸렸니?'라고 웃으셨죠. 그 만큼 딸을 많이 믿어 주시는 편이에요"

김태리는 <아가씨>를 보러 올 관객에게 "너무너무 편한 마음으로 와주시면 좋겠어요.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당부하며, 박찬욱 감독 작품 중 가장 인상 깊에 봤다던 <친절한 금자씨>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마지막 복수를 이루고 총을 쏜 금자씨의 얼굴을 클로즈업 하는 장면이 있는데, 감독님은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얼굴을 준비해 왔으면 좋겠다고 주문 하셨대요. 막상 촬영이 들어가니 감독님의 말, '뭐야, 이쁘잖아?' 하고 말이죠. 저도 내로라하는 감독님들께 늘 예쁨 받는 여배우가 되겠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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