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지수 인터뷰 / 부산=사진 이은주 기자, star1@chosun.com


감독은 확신했고, 배우는 선택 받았다. 전적으로 신뢰했고, 그 믿음에 화답했다. 꽤 괜찮은 작품 속 ‘나만 알고 싶은 신예’들을 찾아냈을 땐 보통 앞서 나열한 것들이 잘 지켜진 결과는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영화 ‘글로리데이’(감독 최정열)의 이야기다. 물론 캐스팅의 속사정은 관계자가 아닌 이상 모른다. 그럼에도 빛나는 잠재력을 지닌 감독과 배우의 발견은 청춘 배우들이 기량을 펼칠 판이 전무한 상황 속 한줄기 빛처럼 기분 좋은 설렘을 안긴다.

2015년 올 한해 드라마 데뷔작과 생애 첫 영화제 초청작으로 빛나는 순간들을 기록 중인 ‘떠오르는 신예’ 지수를 만났다. 드라마 ‘앵그리맘’과 영화 ‘글로리데이’ 두 편으로 자신을 소개한 지수. “청춘영화를 좋아해요”라던 그의 신념이 엿보이는 필모그래피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이 주목하는 신예를 조금 더 들여다보고 싶어진 건 그 무렵이다.

대부분의 질문에 거침없이 답변을 이어가고, 스물셋 또래보다 성숙한 생각과 확신에 찬 신념을 얘기할 줄 아는 모습은 흐뭇한 미소를 자아냈다. 그와 인연을 맺은 이들이 어떤 지점에서 그에게 확신을 느꼈고, 신뢰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은 찰나의 시간들이었다. “지수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어떤 사람인 것 같아요?”라고 묻자, 씨익 웃던 그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불규칙 성장 지수. 저는 언제나 성장하고 있고 제 삶이 불규칙하다고 느껴요. 그리고 연기도 불규칙적으로 하고 싶고, 내 삶도 정해진 틀에 갇히지 않고 싶고요. 자유롭게 살면서도 하나하나씩 성장해가고 싶은 마음을 품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저를 ‘불규칙 성장 지수’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연기를 잘한다고 해서 반드시 뚜렷한 신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확고한 연기관이 있어도 방향성을 잃기도 하고, 마음처럼 상대를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기도 한다. 지수는 불확실한 인생 속 확실한 선택들을 스스로 해내고 있었다. 10대 후반, 그 언저리의 나이를 미성숙으로 규정하는 현세대에서 뚜렷한 신념을 갖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그는 “제일 중요한 건 제 의지이고, 신념이 뚜렷하다면 ‘이런 작품을 하고 싶다’고 설득할 수 있어요. 그게 반영되느냐, 안 되느냐의 차이는 있겠지만요”라며 명확히 소신을 드러냈다.

그의 곁에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있을 거란 생각은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었다. “좋은 사람들로부터 좋은 영향을 받는 게 전부죠”라며 눈빛을 더욱 반짝인 그가 격한 공감을 보이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제가 고등학생 때 극단에 있다 자연스럽게 드라마와 영화까지 하게 됐는데 극단 선생님 때문에 정말 순수하게 연기를 사랑했었어요. 스무 살이 된 후에도 영화를 매우 좋아해서 좋아하는 형들과 채팅방도 있고 (그분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죠.”

“저는 좋아하는 배우의 영향도 참 많이 받는 것 같아요. 그 배우들의 길을 가고 싶고, 그분들이 하는 행동과 생각이 멋있어 보인다면 저도 따라 할 테니까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배우의 인터뷰도 정말 많이 읽어요. 왜냐하면 인터뷰할 때 자기도 모르게 자기의 사상을 내비치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배우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인터뷰를 보면서도 작품에서 보이는 것보다 더 크고 보석 같은 영향들을 많이 받았어요.”


아직은 결과보다 경험이 더 중요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수에게 나아갈 원동력, 즉 ‘동기 부여’를 끄집어내고자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은 점”에 관해 물었다. 한숨 고르고 말문을 연 그는 “제가 지금까지 했던 역할들을 돌이켜 봤을 때 제가 한 번씩 꿈꿨던 역할들이었어요.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결국 이뤘고 그게 곧 성장했다는 거니까 뿌듯하죠. 그 과정 안에서도 많은 것들을 느꼈을 테니까요. 그리고 지금 제가 생각하는 것들도 아마 몇 년 후엔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라며 옅은 미소로 지나간 시간들을 꺼내 보였고,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앞으로를 꿈꿨다.

매체로 알게 되고, 한 시간 남짓한 인터뷰로 알아가려 했던 지수는 섬세하고 꼼꼼한, 그러면서도 자유분방한. 도무지 정의 내릴 수 없는 ‘묘한 끌림’이 있다. 기대되는 지점이 있기에 더욱 기다려지는 배우 지수의 최종 목표는 한국을 대표하는 ‘청춘 배우’다.

“배우로서 꾸는 꿈이라면 ‘청춘’이라는 상징적인 단어를 떠올렸을 때 ‘지수’라는 얼굴이 보였으면 하는 아주 큰 꿈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성장영화를 좋아하고 청춘 영화에 많이 끌려요. 사실 최종 목표는 부끄럽기도 해서 비밀로 하고 싶어요.(웃음) 음… 최종으로 가기까지 수많은 소목표들을 이뤄야 하잖아요. 지금은 청춘을 대변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소목표들을 이뤄내며 경험을 쌓고 운명처럼 기회가 다가온다면 세계가 주목하는 배우로 발돋움하고 싶은 게 저의 꿈이에요.”

[BIFF 인터뷰①] ‘글로리데이’ 지수, 정의 내릴 수 없는 ‘묘한 끌림’ 과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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