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 박소담 더스타 인터뷰 / 사진 : 더스타 이은주 인턴기자,star5425@chosun.com


2015년 충무로 차세대 여배우 3인방이 꼽혔다. <간신> 이유영, <아가씨> 김태리,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 박소담이 그 주인공. 차세대 여배우인 만큼 아직 대중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얼굴들이다. 직접 만나본 박소담은 첫 인터뷰에도 경직된 모습이 아니었다. 그녀의 표현을 빌린 "편안한 티타임같은" 인터뷰에서 중저음의 매력적인 목소리를 냈다.

박소담이 배우의 꿈을 꾼 것은 17살 때였다. "'그리스'라는 뮤지컬을 보고 무대 위에서 굉장히 열정적으로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하는 모습이 너무 행복해 여서 나도 저렇게 살고 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어요"라고 이유를 말했다.

친동생은 두 명이 있고, 심지어 친가와 외가를 통틀어 박소담은 맏이다. 친척들이 모두 모이면 그 안에서 가장 맏언니 역할을 한다. 그러다 보니 모범이 되어야하고, 한 발 뒤에서 가만히 보고 있기보다는 앞장서서 해결사 역할을 자처해야 했다. 중-고등학교 때도 학급 임원을 도맡아 했다. 그런 박소담이 연기를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응원보다 걱정이 앞섰다.

"'그리스'를 본 하루의 감정으로 그치지 않았어요. 그래서 부모님께 연기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역시나 반대를 하셨어요. 무대에 서고 싶다, 즐기면서 저렇게 살면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어머니께서 19살 초에 학원을 보내주셨어요. 저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녀서 연기를 접할 기회가 없었거든요. 학원에서 노래도 배우고, 무용도 배우고, 놀이 형식으로 연기에 접근했어요. 그게 너무 즐거웠어요. 아버지께서는 취미로 하라고 하셨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아버지 몰래 입시를 준비해서 통보했죠. 학교에 합격하고 입학식을 할 때까지도 아버지께서 저한테 말씀도 잘 안 하셨어요."


그렇게 박소담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에 합격했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터라 즐거웠다. 1학년 때부터 4학년 때까지 휴학 한 번 없이 학교 과정을 이수했다. "학점에 집착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1, 2학년 때는 되게 열심히 한 것 같은데 별로 성적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거든요. 계속해서 뭔가 즐기면서 하다 보니 마지막 4학년 때는 전액 장학금도 받았어요. 어머니께 '열심히 학교를 다니다 보니 이런 날도 있네'라고 했죠."

즐거워서 시작한 일이었고 학교에서도 내내 즐거웠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업이 이어졌고, 그 이후에는 무대 연습을 하거나 동기들과 움직임을 짜고 창작 활동을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여행 한 번 못 가본 것이 아쉽긴 하지만 그 시간에 후회는 없다.

"보통 두 부류로 나뉘잖아요. 부모님께서 반대하면 반항하거나, 정말 이를 악물고 열심히 하거나. 저희 부모님은 반항해도 흔들리지 않으셨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결과를 빨리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잘할 수 있는데, 언젠가는 믿게 해드릴게요'라는 마음을 가지고 이를 악물고 준비했었던 것 같아요."

박소담은 21살부터 23살까지 약 15편 정도의 단편과 독립영화를 찍었고, 학교에 다니면서 다수의 공연에 참여했다. 자신이 무대에 오르는 첫 공연에 부모님을 초대했다. 오지 않으신다던 아버지께서는 맨 뒷자리 정 가운데에서 공연을 보셨다. 박소담은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이 올라가는 순간 엄지를 치켜드신 아버지를 마주하고 펑펑 울었다.


반대하셨던 부모님께서는 지금의 가장 큰 지원군이 되어주셨다. 박소담이 처음으로 긴 호흡을 이어가는 영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의 VIP 시사회가 있던 날 아버지께서는 '오늘은 행복한 날이다'라고 그녀에게 문자를 보내셨다고.

박소담은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에서 '주란'역의 박보영을 변화시키는 소녀 '연덕' 역을 맡았다. 오디션을 통해 그 자리를 얻었다. 오디션 당시에 박소담은 '연덕'보다 더 작은 역할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해영 감독은 "오디션을 봤던 배우들 사이에서 단연 눈에 띄었다. 담백한 마스크가 매력적이었고 대사 전달력과 감정 해석력이 완성된 배우"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박소담은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을 돌이켜 감정을 이어가는 것도, 극한의 감정연기도 처음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해영 감독은 '소담아, 너가 화면에 '연덕'이로 나오는 걸 보면 감독님이 든든하고 기분이 좋다'라는 칭찬은 그를 다잡게 했다. "처음에 정말 잘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면 하면서 더 굳어졌어요. 저를 믿어주시니까 제가 더욱더 잘해야 한다고."

앞으로도 대중들은 그녀를 스크린에서 쭉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에 이어 영화 <베테랑>, <사도>, 최근 촬영을 마친 <검은 사제들>까지. 박소담의 행보는 이어진다.

"아무래도 배우라는 직업도 그렇고, 제가 하고 있다는 '예술'이 사람이 살아가는 삶을 담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많은 분들께서 저를 보셨을 때 친근하고 인간적인 배우라고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박소담'이라는 이름을 듣고 작품을 보러 오셨을 때, 이 배우는 믿을 만 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지치지 않고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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