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HD인터뷰] 지켜보고 싶은 '짱짱걸' 윤소희의 유쾌한 성장기
첫 느낌부터 좋았다. 동글동글한 귀여운 외모와 상대방을 미소 짓게 하는 반달 눈웃음, 수줍은 듯한 목소리까지. 이제 막 꽃을 피우는 신예 윤소희(22)를 처음 본 건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013)에서였다. 시간이 흐른 후, JTBC ‘12년 만의 재회: 달래 된, 장국’(이하 달래 된, 장국) 아역 분량이 끝나고 나서야 윤소희를 다시 만날 기회가 생겼다. 이날의 윤소희는 “짱짱맨”을 외치며 무한 긍정 에너지를 퍼트리던 그 모습 그대로 브라운관에서 튀어나온 듯한 느낌이었다.
‘식샤를 합시다’(이하 식샤)에서 윤소희는 세상 물정 모르고 한없이 맑은 윤진이 캐릭터로 ‘무한 긍정녀’의 이미지였다. 이제까지 했던 작품 속 캐릭터 가운데 자신과 가장 닮아 있는 인물이었기에 이질감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드라마 오디션 때마다 감독님들이 제게 ‘밝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아무래도 제가 연기를 하는 건 (대학 전공과 달리) 전혀 새로운 일을 하는 거잖아요. 다른 친구들과 달리 백지 상태에서 시작한 거니까 더 밝을 수 있고, 성격 자체도 화가 난 걸 금방 잊을 정도로 긍정적인 편이라서 더 해맑게 보이는 것 같아요.”
한동안 그저 밝기만 한 캐릭터로 만날 거라 생각했지만 ‘식샤’ 후 윤소희가 선택한 ‘달래 된, 장국’ 속 어린 장국은 하룻밤 실수로 아이를 갖게 되는 고등학생 역할이었다. 10대 특유의 밝고 씩씩한 느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 경험하지 못한 임신과 유산을 표현해야 하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밝은 이미지의 ‘연장선’보다 ‘변화’의 시도였다고 볼 수 있다.
“장국이가 유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어떤 과정으로 유산하는지는 몰랐어요. 제 나름대로 생각한 건 엄마한테 혼날까 무서워서 아이를 지웠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촬영 하루 전 날 받은 대본을 보니 장국이가 자신의 아이를 지키려고 하더라고요.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금세 ‘아이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죠. 실감 나게 연기하기 위해 자료도 다 찾아보고 대본도 외웠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안 오더라고요.”
고민은 윤소희를 성장시켰다. 책과 드라마, 영화까지 찾아볼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찾아 취합하고 이를 토대로 나름의 연구를 마쳤음에도 답이 나오지 않을 땐, 인생 경험이 풍부한 선배들에게서 답을 찾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윤소희도 이 방법을 택했다.
“장국이 엄마 역을 맡은 배종옥 선배님이 지도를 많이 해주셨어요. 제가 어려워할 때면 먼저 다가와서 ‘어렵지 않냐’고 물어봐 주셨죠. 그날도 임신한 장국이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 제게 배종옥 선배님이 먼저 다가와서 ‘눈 감고 배에 손을 댄 채 네 배 속에 아이가 있다고 생각하고 집중해봐’라며 ‘네 몸에 애가 있다고 계속 마인드 컨트롤을 해’라고 하셨어요. 그렇게 했더니 정말 신기한 게 ‘상상 임신’처럼 느껴지는 거에요. 이 장면 촬영을 앞두고 부담이 심해서 잠도 못 잤는데 그 다음부터는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선배님 덕분에 ‘임신 연기도 내가 할 수 없는 연기는 아니었구나’ 하는 위안이 들었어요.”
변화를 느끼려면 변화, 그 이전의 상태를 뚜렷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배우의 출발선 앞에 서 있던 윤소희는 자신감이 필요한 소녀였다. 브라운관으로 드라마를 보기만 했던 윤소희에게는 카메라 각도도, 동선도 모두 낯설게만 느껴졌다. 몸소 부딪히며 드라마 제작 환경과 연기를 배워나간 윤소희는 인고의 노력 끝에 이전에 없던 자신감과 좋은 사람들을 얻었다. 그렇게 조금씩, 윤소희는 성장하고 있었다.
“처음엔 진짜 ‘답도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면 ‘식샤’ 때는 감독님과 선배님들이 많이 신경을 써주셔서 연기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어요. 아직도 ‘식샤’팀과의 그룹 채팅방이 있는데 모두 ‘소희야 너 나오는 드라마 봤다’면서 챙겨주세요. ‘달래 된, 장국’ 때는 제가 겪어보지 못한 임신이나 유산 같은 일을 연기로 소화해내야 하니 내내 부담스러웠는데 선배님들과 함께하면서 연기의 방향을 확실히 잡을 수 있었어요. 이 작품을 하면서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두 번째 여정을 마친 윤소희는 현재 방영 중인 KBS 2TV 월화드라마 ‘빅맨’의 소혜라로 시청자와의 만남을 이어간다. 소혜라는 소미라(이다희)의 철부지 여동생이지만 미라가 힘들 때 힘이 되어주는 씩씩한 동생 캐릭터다. 전혀 다른 캐릭터로 급박하게 이미지를 바꾸려고 하기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비슷한 캐릭터도 다르게 그려내려는 앞길 창창한 젊은 배우의 영민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소혜라가 기존에 제가 해왔던 캐릭터들과 ‘밝고 에너지 넘친다’는 점에선 비슷해요. 비교하자면 ‘식샤’ 윤진이는 한 없이 착하고 긍정적이지만, 소혜라는 강자한테 약한 속물적인 면도 있고 뻔뻔하기도 해요. ‘어리니까 귀엽네’ 하고 넘어갈 수 있는 정도로요. 윤진이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거고 소혜라는 세상 물정을 잘 알고 얻으려고 한다는 차이점이 있죠.”
뻔뻔하고 얄밉지만, 그 모습이 마냥 귀여운 ‘빅맨’의 소혜라에게 마음을 내 준 윤소희는 다음 작품에서 액션 스릴러와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제 이미지와 나이에 맞는 캐릭터를 꾸준히 만나다 보면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날이 올 거라며 기분 좋은 상상을 펼쳤다.
“아직 시작하는 단계다 보니 큰 목표를 세울 시기는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점차 나이가 들면 목표도 바뀌고 욕심도 생길 것 같은데 지금은 제게 보이는 부족한 점들을 보완하고 싶고, ‘윤소희는 캐릭터를 잘 소화하고, 드라마를 보는 데 불편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네’라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그런 얘기를 들을 수 있게 대본도 많이 보고 연기도 열심히 해야죠.”
신인 배우의 연기가 완벽하지 않아서 더 좋은 건 ‘성장’의 순간을 함께한다는 뿌듯함 때문이다. 차근차근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 중인 윤소희의 1분 1초를 응원하고 싶은 이유도 그 때문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