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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보아 '힘들었고, 내려놨고, 칼을 갈았다'
'누군데 이렇게 예뻐?' tvN '닥치고 꽃미남 밴드'에서 처음으로 조보아를 본 소감이었다. 이후 신인임에도 '마의'라는 큰 작품에 합류해 파격 캐스팅으로 초반 화제 몰이를 한 것과 달리 조보아는 한 번씩 겪어도 힘들 선정성 논란과 연기력 논란을 한 작품에서 모두 겪었다. 그리고 한동안 소식이 없었다. 그리고 다시 만난 조보아는 큰 숨을 들이쉬고 '가시'와 자신이 맡은 캐릭터 '영은'에 대해서 입을 뗐다.
영화 '가시'의 관객들의 관람 후기에는 '남자는 조보아 때문에 볼 듯', '연기는 일품이었다', '연기 왜 이렇게 늘었니 보아야?' 등 조보아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줄을 잇는다. 이런 말들에 조보아는 "아직 굉장히 낯설어요. 낯설어서 그런 말들이 아직 실감이 잘 안 가요. 좋게 봐주시면 너무 감사하죠, 다음 작품에 부담감도 좀 느끼고요"라며 수줍게 답한다.
하지만 이어서 "사실 좀 속상한 게 영은이에 대해서 불쌍하다기보다는 미쳤다는 표현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제가 표현하려고 했던 건 그 사랑이 슬프게 다가왔으면 했는데 미쳤다는 반응을 보면 좀 속상하더라고요"라고 덧붙인다.
영화 '가시'에서 체육 선생님 준기(장혁 분)를 사랑하는 여고생 영은은 그 맹목적인 사랑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 그리고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다. 준기의 아내인 서연(선우선 분)을 위협하고 상상임신을 겪기도 하며 태어난 준기의 아이를 납치해가는 극단적인 모습으로 집착의 끝을 보여준다. 순수한 여고생의 모습부터 사랑에 모든 것을 맡겨버린 여인의 모습까지 조보아는 섬뜩하게 '가시'를 이끌고 나간다.
영은은 대중적으로 볼 때 분명 섬뜩하고 무섭고 미쳐있는 캐릭터다. 하지만 조보아는 영은이 슬프다고 말한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에는 어땠냐 묻자 "지금은 그 때 생각이 잘 안 나요"라며 "지금도 제가 못 헤어나와서 속상한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속상했어요. 불쌍하고 슬픈 애인데 저 때문에 사람들 입에 미쳤다고 오르내리는 것 같아서 미안하고 속상하고..."라고 아쉬운 듯 말끝을 흐린다.
조보아는 '가시'에서 준기의 아내 서연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운다. 영은은 상상임신을 한 터라 원래 아이가 없었지만, 병원에 갔다 온 후 영은은 배 속에 있던 자신의 아이가 없어졌다며 소리를 지르고 눈물을 흘린다. 이에 조보아는 앞서 준기가 자기에겐 아내와 아이가 있다며 영은의 사랑을 밀어내려 하자 "용서해 줄게요"라고 답했던 영은을 찾는다.
"준기에게 아내와 아이가 있어서 나한테 못 오는구나 라고 영은이는 생각하는 거예요. 그리고 준기에게는 사랑하는 사람과 그 사람의 아이가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요. 그러면 나한테도 이 사람의 아이가 있으니까 우리의 사랑은 완전히 이루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사실이 아니었지만 임신을 한 것도 영은이에게는 중요한 일이었고 없어졌을 때 분노는 말로 표현을 할 수가 없었을 거예요."
7번의 오디션을 통해 입게 된 영은의 옷은 긴 오디션 기간에 김태균 감독과의 미팅을 통해 더욱 잘 맞춰졌다. '아메리칸 뷰티', '화차', '로리타' 등의 작품을 추천해주는 감독에게 조보아는 '클로이'에서의 아만다 사이프리드 모습을 말씀드렸고 다시 '클로이'를 꺼내봤다. 앞서 화제를 모은 조보아가 참고한 '클로이' 속 아만다 사이프리드 모습은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창문에 매달려있는 장면이었다.
"클로이'에서 떨어지기 전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계속 사랑을 원해요. 그리고 정말 미련없이 뚝 떨어지는 그 장면을 보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었거든요. 그 배우는 이 사람한테 정말 사랑 하나만을 듣고 싶어하는 듯한 눈빛이 딱 보여요."
영은이 원한 것도 사랑 그 한 마디였다. "여태까지 영은이가 달려온 건 그냥 그 순간 사랑했었다고, 사랑이 맞았다는 그 한 마디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마저도 대답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뛰어내리는 영은이가 영은이 입장에서도 너무 슬펐지만 그런 영은이를 바라보는 저로서도 너무 불쌍하더라고요. '가시' 마지막 장면에서는 영은이라는 아이와 조보아라는 아이가 같이 섞여서 나온 감정 같아요."
'마의'에서도 선정성 논란이 있었다. 또 '가시'는 19세 이하 관람 불가 판정을 받았고 노출씬이 예고됐었다. 91년생의 아직 꽃다운 어린 여배우에게는 부담일 수 있었다.
"뭔가 저 자체에 대한 이미지를 많이 버린 것 같아요. '마의'를 찍고 나서 '가시'를 촬영하기까지 많은 생각을 했었고 스스로를 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누군가에게 예쁘게 보여야지 이런 생각을 하면 너무 틀에 갇혀버리는 것 같고, 연기적으로도 한계가 있을 것 같아서요. '가시' 촬영하면서 그런 건 정말 많이 버린 것 같아요. 섹시한 이미지로 각인되더라도 작품과 캐릭터 자체에 대해 이해를 하고 거기에 연민이 느껴진다면 최대한 표현해보고 싶었던 욕심이 컸던 것 같아요."
'마의'가 끝나고 나서 배우인 조보아에게 연기라는 과제가 생겼었다. 그때 조보아는 말로 부족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지인을 만나는 것도 본인 스스로에게 수치스러웠다고 말했다. "칼을 갈았어요. '마의' 끝나고 따로 (연기) 선생님께 전화했어요. 그래서 '살려달라'는 말을 했어요. 그리고 공부를 시작했었죠."
조보아의 부모님은 배우가 되기 전에도 연예계 활동에 반대하셨었다. '마의'가 끝나고 힘들어하는 딸의 모습을 보면서 "(배우 생활) 그만하라"고도 하셨다. 하지만 '가시'를 본 부모님은 "네가 정말 연기를 할 생각이구나"라고 말씀하셨다. 조보아는 이제 세 작품을 지나왔다. 자책도 논란도 수치심도 이제는 내려놓았다. 대신 캐릭터와 작품을 대하는 태도를 채웠다. 무거운 기지개를 켠 연기자 조보아가 기대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