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녀'의 주인공 김시후 / 사진 : 더스타 현셩준 기자,star@chosun.com


"혹시 마지막 파열음 아세요? 돼지 울음 소리인데…"
영화 '소녀'는 밀도가 높은 영화다. 지나치는 장면들에도 의미가 꼼꼼히 스며있고 눈과 피, 삶과 죽음, 빛과 어둠 등 극과 극의 언어가 영상 속에서 대비를 이루며 의미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런 영화 '소녀'의 반전과 밀도와 참 닮아있는 배우 김시후를 만났다.

김시후는 '소녀'의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부터 자신이 맡은 윤수 캐릭터에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순수한 모습부터 광기에 이르기까지 커다란 감정의 폭을 가진 윤수를 자신이 표현해 보고 싶었다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초반에 이어폰을 빼지 않는 윤수는 좀 더 동떨어진 부분을 살리고 싶다 말씀드렸었죠."

인터뷰 내내 김시후는 윤수가 되어 말한다. 초반부에 소녀를 의심했던 상황과 후반부에 소녀를 지켜주기 위해 소년이 변하게 되고 살인에 이르기까지의 몫을 "사랑하기 때문에 진심으로 이 친구를 지켜줘야겠고"라며 3인칭이 아닌 1인칭으로 말한다.

또 그는 윤수에 얼굴에 피가 튀기고 후에 해원이 그를 눈으로 닦아주는 장면을 회상하며 "피가 튀긴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자신에게 (죄책감 등) 평생 묻어가야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해원이가 피를 하얀 눈으로 씻어줬을 때 다시 순수한 마음으로 정화시키는 듯하게 표현했는데 그게 전달됐는지는 모르겠어요"라고 의미를 되새긴다.

김시후는 과거 2005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로 스크린 데뷔를 화려하게 치뤘다. 당시 감독님의 OK싸인을 받기 급급했던 소년은 영화 속에서 한 인물에 대한 줄기를 세우고 상징을 연구하는 배우로 성장했다. "저는 사실 분석하는 걸 좋아해요. 연기를 함에 있어서도 '이런 부분은 이런 걸꺼야'라며 저 만의 의미부여를 하게되는데 나중에 그 느낌이 맞아 떨어지니까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학창시절 김시후는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외부와 소통하고 싶어하지 않는 윤수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는 공부보다는 운동이나 예체능쪽에 관심이 있는 의리파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 때 당시에는 이성보다도 친구들의 우정이 더 중요했던 것 같아요. 그 친구들과는 아직도 만나고있고요. 친구들이 힘들거나 어려운 점이 있으면 항상 저한테 상담하기도 하고 그런 학창시절을 보냈죠."

그보다 더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김시후의 또 다른 반전이 있다. "어렸을 때 운동선수를 하려고 했었어요. 그 때 당시에는 나름 격투기 에이스였어요. 도 대회나 전국대회 나가서 항상 1등을 했었고, 제 적성도 이거다라 생각했는데 어렸을 때 꿈이 배우였기 때문에 진로에 대해 생각할 시기에 우연히 연이 닿아 꿈을 이룰 수 있었죠."

격투기 선수가 될 뻔했던 소년은 자라 자취생활 2년차의 어엿한 청년이 됐다. 그는 "제가 요리를 잘하는 편이예요, 관심도 있고. 그래서 저는 (배달음식을) 잘 안시켜 먹고 다 만들어먹어요. 찌개나 국이나 생선으로 하는 조림이나 이런 걸 만들어서 먹거든요. 요즘 한참 요리에 재미 붙였어요."

사진 : 영화 '친절한금자씨'-'써니'-'소녀' 스틸이미지


격투기와 요리. 색다른 반전이다. 그는 데뷔작 드라마 '반올림'에서 꽃미남 선배를 보여줬고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는 이영애를 사로잡은 빵집 소년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지난 2011년 작품 '써니'에서 역시 풋풋한 첫사랑의 로망으로 등장했다. 맡은 역할들이 일관성 있게 '꽃미모'를 중심으로한 캐릭터다. 하지만 영화 '소녀'에서 김시후에게 보이는 것은 외모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소녀'의 윤수와 해원은 성장을 멈췄지만 김시후는 윤수를 통해 수많은 감정표현들을 생각했고, 고민했고, 연구하며 한층 성장했다. 소년과 청년사이 그의 위치를 묻자 김시후는 "마흔이 되든 쉰이되든 그건 변해가는 과정인거고 나빠질 수도 좋아질 수도 있는거라 성장기란 건 멈추지 않는거 같아요. 사람은 누구나 성장기에 있는 것 같아요"라고 자신의 소견을 밝힌다.

이어질 그의 성장에 어떤 작품들을 거쳐가게 될까? 그는 "특별히 장르가 정해져 있는건 없어요. 스릴러적인 것도 좋아하고 진한 멜로도 해보고 싶어요"라며 "예전에는 판타지 멜로에도 빠져있었거든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 같은 판타지 로맨스를 한 번쯤 해보고 싶어요, 사랑에 대한 환상이 아직 있기 때문에"라고 답한다.

이에 김시후가 가진 사랑의 환상을 물었다. 그는 "행복이나 사랑, 이런 감정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언어가 아닌 그 마음 속에 무언가"라고 답한다. 다시 '소녀'의 결말에 대해 이야기로 돌아간다. "저한테 '소녀'의 결말은 해피엔딩 아닌 해피엔딩이예요. 윤수와 해원이 둘 만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아무도 괴롭히지 않는 안식처로 떠난 것 같아요. 사람들이 다 해석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이 친구들에게는 그게 행복이 아닐까."

한편, 소년 윤수(김시후 분)가 소녀 해원(김윤혜 분)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위태롭고 아픈 사랑이야기를 담은 영화 '소녀'는 오는 11월 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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