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HD인터뷰] 김우빈 "친구 결혼식 축의금 천만원 약속했었죠"
KBS 2TV 월화드라마 <학교 2013>의 마지막 수업 종은 울렸지만 2학년 2반 학생들이 어떤 꿈을 꾸며 살아갈지 고민하며 한동안 쉽사리 그들을 떠나 보내지 못했다. 그만큼 2013년 현재의 학교를 사실감 있게 그렸고 자칫 묻힐 수 있었던 학생 역의 많은 배우들이 자신들의 역할을 제대로 해주며 탄탄한 스토리를 만드는데 일조했다. 그 중심엔 겉모습은 강하지만 속마음은 여린 ‘전설의 일짱’ 박흥수 역의 배우 김우빈(25)이 있었다.
김우빈은 KBS 드라마 스페셜 연작시리즈 <화이트 크리스마스>와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 이어 <학교 2013>에서 세 번째 반항아 학생 역할을 맡았다. 그는 한 사람이 연기하는 각기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온 세 명의 반항아 학생들을 다르게 보이기 위해 연구해서 연기했다.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볼 때 김우빈이 아닌 박흥수를 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흥수의 일대기를 만들어갈 때 대본에 나와 있지 않은 부분까지 정교하게 준비했죠. 김우빈이라는 한 사람이 연기하지만 얼굴만 똑같지 캐릭터마다 사연이 있기 때문에 다르게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단 기간 많은 작품에 출연할 수 없는 신인배우에게는 고정된 이미지에 갇힌다는 건 캐스팅 제약을 받을 수도 있는 위기를 뜻하기도 한다. 하지만 김우빈은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행운’이라고 받아들였다.
“이미지가 한쪽으로 쏠리게 되면 나중에 변신하기 어렵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들어요. 그런데 다르게 생각해보면 한 번도 얻기 어려운 기회를 세 번이나 얻었으니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은 거죠. 저에게 놀 기회, 경험의 기회를 주신 거니까 매번 열심히 노력하려고 해요”
세 번의 행운을 만난 김우빈은 박흥수의 어떤 매력에 끌려 이 작품을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추가했을까.
“이 드라마가 지금의 현실 문제를 다룬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제가 학교를 졸업한 지도 얼마 안 됐는데 길거리에서 보아온 친구들과 기사로 접한 사회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했거든요. 무언가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학교 2013>을 그 시기에 만나게 된 거죠. 작품이 잘 되든 아니든 끝나고 의미 있는 작업이겠다 싶어 오디션을 보고 제 의사를 전달했어요. 다행히 제작진이 좋아해 주셔서 같이 작업하게 됐고요”
◆사랑보다 싱그러운 청춘, “진짜여서 진짜로 보였던 우정”
청춘 드라마의 상징인 풋풋한 러브라인은 <학교 2013>에서만큼은 만나볼 수 없었다. “이 드라마가 심도 있는 문제를 다루기도 하고 학원물의 특성상 러브라인을 그려도 깊이 있게 표현할 수 없잖아요. 오히려 러브라인이 생기면 시선이 분산되고, 방해요소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더 좋았어요.”
남녀 러브라인이 빠진 자리를 채운 건 사랑보다 깊은 남순(이종석)이와 흥수의 우정이야기다. 방송사 연말 시상식엔 ‘베스트 커플상’이 있는데 주로 케미스트리가 높은 남녀커플에게 시상한다. 이번 연말엔 김우빈과 이종석에게 이 상을 주어야 할 정도로 두 사람은 서로를 만나 더욱 눈부시게 빛났다. 김우빈과 이종석이 찰떡 호흡을 보여줄 수 있었던 비결은 두 사람이 1989년 동갑내기로 모델에서 배우까지 활동 범위를 넓힌 케이스로 같은 길을 걸어온 절친한 친구 사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번 드라마에선 서로를 위해 진심으로 아파하고 기뻐해 주는 단짝 친구로 출연해 진한 우정을 다졌다.
“종석이랑 원래 친했는데 사랑하는 정도는 아니었어요.(웃음) 촬영할 땐 정말 사랑했고 둘도 없는 친구가 됐죠. 드라마를 하면서 종석이를 얻었고 가까워졌고 서로의 비슷한 점을 알게 됐어요. 방송엔 안 나왔지만 남순이가 없는 빈집을 찾은 흥수가 만화책을 보는 남순이의 환영을 보는 장면이 있었는데 남순이 장면을 찍을 때 벽에 서서 보다가 너무 슬프고 그 순간 남순이가 보고 싶어져서 울었어요. 그렇게 흥수와 남순이처럼 지냈어요”
김우빈의 말처럼 실제인지 촬영인지 분간이 안가는 장면들도 유독 많았다. 그 중 김우빈과 이종석의 베개싸움 장면은 롱테이크로 찍은 컷이어서 뒷부분에는 흥순이와 남순이의 모습인지 김우빈과 이종석의 모습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베개 싸움신 외에도 회상신을 찍을 때 대부분은 동선이며 연기며 거의 다 애드리브였어요. 큰 동작만 감독님이 정해주시고 그 안에서 움직이는 행동은 거의 즉흥적으로 했기 때문에 진짜처럼 보였을 거에요. 진짜니까.”
한참 흥수와 남순이의 이야기에 빠져들 때쯤 1~2년 세월이 흐른 뒤의 두 사람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그건 잘 모르겠지만 두 사람의 미래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성인이 된 남순이와 흥수는 각각 만화책방 사장과 PC방 사장이 되어있을 것 같아요. 어울리지 않나요? (사장이면 둘 다 잘 된 거네요?) 어쨌든 사장이니까.”
<학교 2013> 9화에서 김우빈은 이종석에게 “다른 건 몰라도 너 감방 갈 짓은 막겠다”는 약속을 한다. 두 사람처럼 우리도 학창시절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약속들을 했고, ‘그때로 돌아간다면’ 이라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한다. 김우빈이 친구와 했던 약속과 돌아가고 싶은 때도 들어봤다.
“정의로운 약속은 아닌데 친구 결혼식 축의금으로 천만 원을 낸다고 한 적이 있어요. 지킬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돈 많이 벌어야겠어요. 후회하는 점은 좀 더 빨리 모델을 하는 방안을 마련했으면 하는 거죠. 학창시절로 돌아간다면 서울에서 전주를 왔다갔다하며 학원에 다닌다거나, 연기를 빨리 시작했을 것 같아요. 한 번도 이 일을 후회한 적이 없거든요”
◆“조금씩 여유가 생기면서 욕심도 많아졌어요”
2011년 데뷔해 여섯 번째 작품을 이제 막 끝낸 신예 배우 김우빈은 하면 할수록 어렵지만 노력한 만큼 얻는 결과물에 대한 보람 덕분에 요즘 연기의 참맛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여유가 생기고 여유의 공간에 욕심을 채워 넣었다며 ‘앞으로의 김우빈’에 대한 기대를 불어넣었다.
“배우라는 직업이 정답이 없으니까 하면 할수록 어렵게 느껴져요. 고민한 만큼 저 자신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아서 더 어렵죠. 예전엔 오케이 사인받기 바빴는데 요즘은 조금씩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생각보다 못하면 한 번 더 찍기도 하는 그런 욕심이 생겼어요.”
김우빈은 지금 빛나는 보석이 훌륭한 세공자를 만나 제 몸을 더욱 빛나게 하느냐 마느냐 하는 중요한 시점을 맞이하고 있다. 세 작품에서 반항아 연기를 선보인 그가 차기작에서 자신의 주특기인 반항아 역할을 고수할지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날 수 있을지 지켜보는 눈들이 많은 만큼 차기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못해 본 역이 많아서 어떤 역할이든 좋아요.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 드리기 위해 최대한 고민해서 가장 잘 맞는 모습을 돌아올게요.”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문의 : 더스타 thestar@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