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포토그래퍼 홍주표 / 크레딧라인 스튜디오 creditline.co.kr


똑똑한 배우는 자신의 공을 함께한 스태프들에게 돌릴 줄 알고 내가 현시점에서 무엇을 해야 더 발전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안다. 신인배우든 경력이 오래된 배우든, 나이가 많든 적든 간에 이를 깨달은 자와 깨닫지 못한 사람만이 존재한다. 배우 김우빈은 전자다. 올해 나이 25살인 ‘뱀띠스타’ 김우빈은 자신의 의사표현을 확실하게 전달할 줄 알고 다음을 위한 준비를 스스로 할 수 있는 배우로 신예치고 자기주관이 매우 뚜렷하다.

KBS 2TV <학교 2013>으로 배우 인생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김우빈. 촬영 당시 ‘이렇게 하면 어떨까?’라고 함께 고민해 나가는 감독의 믿음 덕분에 배우들이 열심히 준비해 나갈 수 있었다며 흥행의 공을 감독 이하 스태프들에 돌렸다. 감독의 디렉션에 충실한 편이냐는 질문에는 “내 안에서 끄집어내서 진심으로 한다”며 “거짓으로 연기하는 배우는 없을 것”이라고 나름의 연기관을 밝혔다.

김우빈의 ‘새끼야’라는 유행어는 방송 당시 누리꾼들의 대사 모음 패러디 사진과 영상으로 2차 가공되어 화제를 모았었다. 말끝마다 남순(이종석)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욕설이 붙는데 김우빈이 워낙 찰진 톤으로 소화해내 유행어로 거듭날 수 있었다.

“남순이에게 했던 욕들은 정말 남순이가 미워서 하는 욕이 아니라 애정이 많이 담겨있는 욕이라고 생각했어요. ‘새끼야~’라고 말하지만 그 안에 애정이 담겨 있어서 듣는 사람들이 덜 기분 나쁘게 느끼도록 표현했다고 해야 할까요? 애정을 담아 표현하고 싶었어요”


차근차근 작품을 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김우빈은 처음부터 연기를 꿈꾼 ‘모태 배우’는 아니다. 학창시절 장래희망란에 ‘모델’을 적었던 아이였다. 지금과 달리 소심한 편이어서 주변 이들도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중학교 1학년 때 도덕 시간에 첫 페이지를 열었는데 장래희망란이 있었어요. 초등학교를 막 졸업할 때니까 친구들은 미스코리아, 축구선수 등 막연한 꿈을 적었었는데 저는 적을 게 없더라고요. 사실 교수가 꿈이었는데 교복을 입고 보니 현실적인 꿈을 찾고 싶었어요. 계속 못 적다가 끝나기 직전에 모델이라고 썼어요. 왜 썼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 안에 욕망이 있었나 봐요. 담임선생님도 ‘네가?’라는 반응이었고 친구들도 웃었어요. 그런데 부모님께서 절 믿어주셨고 응원해주셨어요. 만약 부모님께서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고 했으면 공부나 다른 걸 했을 텐데 부모님께서 ‘네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걸 하라’고 하셔서 지금 이 자리에 있죠. 허락을 안 해 주셨다면 지금쯤 회사에 다니고 있겠죠?”

특이한 점은 김우빈의 부모님은 ‘모델’이라는 녹록지 않은 길을 걷겠다던 아들을 믿고 지지했다는 점이다.

“정말 깨어있는 분들이죠.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되 책과 영화를 많이 보라고 하셨어요. 제가 장남이니까 기대하는 부분도 많으셨을 텐데 저를 믿어주셨어요. (어떤 면을 보고 아들을 응원한 것 같나요?) 모델이 되기 위해 쇼나 잡지를 보며 공부를 시작하고 집에서 몇 시간씩 벽에 붙어있으면서 자세교정도 하고 무용학원도 찾아갔어요. 예전에 몸무게가 59kg여서 달걀 한 판에 감자, 고구마, 보충제, 닭가슴살 등을 종일 먹으면서 석 달에 12kg을 찌웠고 지금은 그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어요. 이런 노력하는 제 모습을 보며 부모님도 믿음을 갖고 응원해 주신 것 같아요.”


모델이라는 타이틀을 쉽게 얻지 않은 만큼 연기자 활동을 병행하면서 모델에서 멀어진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을까. 이런 질문에도 좀처럼 조급함은 보이지 않는다. 학창시절 장래희망에 ‘모델’이라고 적었던 그때처럼 신중을 기한 답변을 내놨다.

“전처럼 들어오는 모든 모델 일을 다 할 수는 없죠. 없는데 놓고 싶지는 않아요. 모델이 돼서 연기를 시작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모델 일을 할 때 정말 즐겁거든요. 저에게 모델이란 또 하나의 자극제이자 매력적인 직업이기 때문에 차승원 선배처럼 열심히 관리해서 배우와 모델, 두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하고 싶어요”

모델에서 배우로 진로를 변경한 김우빈은 각고의 노력으로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아직 만족할 만한 단계는 아니기에 그는 연기 경험이든 생활 속 경험이든 많이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며 지난해보다 더 바쁜 2013년을 살고 싶다고 했다.

“나이가 들고 어느 정도 뒤를 돌아볼 시기가 됐을 때 사람들이 ‘김우빈은 좋은 사람, 좋은 배우야’라는 이야기를 해준다면 ‘그동안 내가 잘 지내왔구나!’라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좋은 사람, 좋은 배우가 되는 게 제 최종 목표예요.”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김우빈은 최고의 자리에 오를수록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은 현명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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