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김향기 화상인터뷰 / 사진: 나무엑터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향기가 영화 '아이'를 통해 따뜻한 울림을 선사했다. 극 중 김향기는 보호종료 아동이자,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아이 '아영' 역을 맡았다. 나이로는 성인이지만, 너무 이른 시기에 어른이 되어야만 했던 아영은 미숙한 어른 '영채'와 그의 아들 '혁'을 만나면서 성장해가는 인물이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벅찬 아영은 싱글맘이자 생업을 위해 유흥업에 뛰어들어야 하는 영채를 통해 평범한 가족의 안락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두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혁'이는 두 명의 서툰 어른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해낸다.

앳된 모습을 가진 김향기는 맑지만, 수심에 찬 눈빛으로 '아영'의 서사를 그려냈다. 그가 '아영' 그 자체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김향기가 아영이 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사람 김향기와 사람 아영의 본질적 동질감이 있었다.

Q. 작품을 선택한 이유?

저는 아영이가 저와 닮아 있고, 표현되는 방식과 느낌이 좋아서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여성으로서, 딸로서 느끼는 그럼 감정을 상황에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런 고충을 작품으로 표현하는 건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어요.

Q. 작품은 여성 캐릭터들이 주를 이룬다. 소외된 환경에 놓인 여성들의 이야기로 서사를 쌓아가는데, 이런 점에 매료된 건가.

여성의 이야기를 다뤄서, 여성 서사가 많아서 선택한 건 아니에요. 남자일 수도, 여자일 수도 있었던 보호종료 아동이 영태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것뿐이죠. 물론 영채도 홀로 아이를 키우는 아빠가 될 수도 있겠죠. 단지 (캐릭터의) 상황들이 저희 영화에서 현실적이지만 따뜻하게 전달하고 싶었어요.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저희가 편협한 시각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 안에서도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는 걸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감사했죠. 여성으로서의 감정을 대변할 수 있는 매개체가 늘어가는 것 같아서 좋지만, 결과적으로는 남녀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자라나는 것 같아서 더 감사하고요.

Q.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아영'을 어떤 인물로 해석하고 연기했나. 또 배우 본인과 닮은 지점이 있다면?

제가 아영이와 어떤 부분이 닮았을까라고 생각을 해봐도 말로 정의하기가 힘들더라고요. 본인만의 가치관 속에서 그걸 표현하는 방식이라든지, 자기 욕구를 파악해가는 과정, 그리고 외부 상황을 제외하고 사람 그 자체로 저와 아영이는 닮은 것 같아요.

아영이가 하는 선택에 있어서 '왜 이런 선택을 했지? 왜 이런 행동을 하지?'하는 부분이 없었어요. 그래서 빠르게 대본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과 현경 언니와의 촬영 들어가기 전에 수정할 부분들을 체크하는데, 그때마다 사소한 부분에서 '이 정도 표현은 아영이에게는 과하게 느껴질 것 같다' 싶으면 이 대사는 안 하는 게 좋겠다는 식으로 의견을 냈어요. 제가 아영이와 닮아서 자연스럽게 그런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 같아요.

Q. 보호종료 아동인 아영이는 유치원 교사를 꿈꾸는 인물이다. '보살핌'에 대한 결핍이 있는 아영이가 왜 이 직업을 택한 것 같나.

(유치원 교사는) 아영이가 느껴왔고 생각해왔던 꿈이에요. 결핍이 당연히 있지만, 본인이 하고 싶은 게 그런 결핍에서 오는 이유라기보다는 오히려 관심에서 오는 것 같아요. 아영이를 잘 표현하는 장면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혁이랑 노는 장면 같아요. 혁이랑 놀아줄 때 아영이가 가장 행복해 보이거든요. 아영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위해 그런 직업을 선택한 거라고 생각해요.

Q. 보호종료 아동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준비했던 지점이 있나.

제가 (보호종료 아동들을) 만나 뵙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저는 일단 이 인물을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여기에 맞춰서 아영이를 표현해야 하는 걸까, 그냥 아영이의 특성 중에 하나가 보호종료 아동인 걸까, 어떤 게 먼저일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감독님과 얘기를 하면서 후자 쪽이 맞다고 생각했죠. 보호종료 아동이라는 건 아영이를 이루고 있는 것 중에 하나라는 생각으로 표현을 했어요.

보호종료 아동이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고 있었어요. 작품을 하면서 찾아보게 됐죠. 그들이 일정한 나이가 되면 자립을 하게 되는데 현실적인 부분에서 어려움들이 있겠지만, 누구나 홀로 자립해야 하는 때가 있잖아요. 보호종료 아동은 그 상황을 일찍 마주하게 된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했어요. 일찍 어른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라 안쓰럽긴 하지만 저희보다 이 순간을 받아들이는 것이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잖아요. 그렇다면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에요.

Q. 아영이는 감정 표현이 크지 않은 캐릭터다. 심지어 화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도 화를 내지 않는다.

아영이가 감정을 해소한다는 느낌을 주는 장면이 없는 게 사실이죠. 저는 그게 아영이의 방식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감정을 누른다'는 표현보다 그냥 그게 아영이의 방식인 거죠. 왜 화를 내지 않나라는 의문이 드실 수도 있는데, 제가 연기를 하다 보니까 아영이는 이성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하는 친구더라고요. 자신만이 가진 안정된 선택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강박이 있는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순간순간 본인을 표현하는 방식이 그랬던 것 같아요.

Q. 아영에게는 가족보다 더 진한 가족애를 느끼게 하는 영채가 있다. 류현경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제가 내성적인 편인데, 언니와 대화를 할 때 보면 저를 좋아해 주시는 마음을 부담스럽게 표현하시는 게 아니라, 대화할 때 서로 좋아하는 관심사를 찾고 얘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언니가 재미있고 유쾌하고 에너지가 밝은 사람이라 제가 늘 좋은 기운을 받았어요. 연기할 때는 집중해서 연기를 잘 할 수 있게 해주셨고, 현경 언니가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주셔서 현장 분위기도 정말 좋았죠.

Q. 극 중 혁이를 연기한 아역배우가 쌍둥이라고 하더라. 아기들과의 촬영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아이들은 솔직한 표현이 가장 중요한 캐릭터잖아요. 솔직할 수밖에 없는 친구들이고요. 감정적인 상황을 촬영할 때 미안하기도 했는데, (배우들의) 소리가 높아지는 장면이 있으면 아이들이 뭔가를 느끼고 울음을 터트리더라고요. 감정을 느꼈다기보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거나 할 때 울어줘서 촬영을 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자연스럽게 찍을 수 있었죠.

Q. 영화 '아이'는 기존 휴먼드라마와 다른 매력이 있다. 전작에서도 비슷한 장르를 연기한 김향기 배우에게 '아이'의 새로운 점은 무엇이었나.

가장 새로웠던 부분을 꼽자면 저희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변호사님 빼고 작은 역할까지 거의 여성분들이에요. 저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교수님이나 외부 분들은 남자겠구나 싶었는데, 감독님이 다 여자라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그걸 듣고 '내가 왜 당연히 남성이라고 생각했지?'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도 모르게 인식을 하고 있던, 편협한 시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새로웠던 것 같아요.

Q. 전작 '증인', '우아한 거짓말'에 이어 '아이'까지, 김향기의 힐링 삼부작이라는 반응이 있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뭔가.

저는 욕심이 많은 배우예요. 다양하게 욕심이 많은 것 같아요.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많고,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좋으면 늘 기회를 주신 작품에서 새롭게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게 다양한 장르가 될 수도 있고, 다양한 캐릭터가 될 수도 있죠. 크게 상업 영화와 다른 결이라는 걸 인식하고 작품을 선택하는 건 아니고, 제가 느낀 것들이 작품에서 잘 표현될 수 있도록 할 뿐이에요. 좋은 작품에서 좋은 분들과 함께하는 순간이 있다는 건 제 나름대로의 복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저는 욕심이 많지만 안돼도 상관없다는 마음도 있어요.

Q. 앞으로는 어떤 장르와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나.

해보고 싶은 게 많아요. 제 나이에 보여줄 수 있는 발랄함 같은 걸 표현해보는 작품도 좋고, 한 인물에게 집중이 돼서 감정을 끝까지 표현할 수 있는 작품도 하고 싶어요. 웹툰을 보면서 '저거 연기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런 부분에서는 다양하게 해보고 싶어요.

저는 대중분들이 보셨을 때 '지금까지 했던 작품과 비슷한 결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실 수 있는 작품에서도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기 때문에 그 점에서도 만족감을 얻고 있어요. 저는 늘 다른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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