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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터뷰] 성동일 "준이·빈이·율이 덕분에 '뭘 배울지, 뭘 해야할지' 알게돼요"
배우 성동일은 사실 한 번도 눈물을 강요한 적이 없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서도 그랬고, 영화 '담보'에서도 그랬다. 혼날 일을 하면 혼냈고, 보듬을 일에는 툭툭 어깨를 두드렸다. 아이들의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일이 없다. 등 돌려야 보이는 아버지의 눈물, 대중은 그 눈물에 함께 울어야했다.
성동일은 굴곡진 삶을 살았다. 과거 그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사생아였다고 고백했다. 아버지의 사랑은 그에게 먼 이야기였다. 그런 그가 아버지가 됐다. 성동일은 "평생 저 차를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며 산 사람은 그 차를 가진 사람보다 그 마음이 클 거예요"라는 말로 애둘러 설명한다. 수많은 딸들 중 가장 힘든 딸은 역시 "친 딸"이라고 말하는 배우 성동일은 영화 '담보'에서 빚대신 데려온 9살 승이(박소이,하지원)를 키우게 되는 사채업자 두석 역을 맡았다.
Q. '담보'를 아이들이 먼저 읽어보고 추천했다고 했다. '담보'를 봤나? 반응이 어땠을지 궁금하다.
"아이들이 '자기들이 볼 수 있는 영화를 찍으면 안되냐'고 했어요. 그리고 '담보'를 보고나선 '아빠 연기 많이 늘었다, 전반부는 아빠랑 똑같다, 언제 대사를 다 외웠냐'고 하더라고요. 저희 집에 TV가 없어서, 아이들이 제 연기를 '미스터 고' 이후에 본 적이 없어요. 저는 아이들이 '친부모가 있는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가'를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뭘 느끼겠어요. 여전히 사달라는 것 많고, 불평불만 많죠. 그리고 그걸 참 당당하게 이야기해요. 그게 친자와 양자의 차이겠죠."
Q. 9살 승이를 보며 배우 성동일이 아닌 '인간 성동일'으로 울컥하는 순간들이 있었을 것 같다.
"안쓰러웠죠. 저도 그런 경험을 해봤으니까요. 그래서 '담보'를 찍을 때는 오히려 아무것도 안했던 것 같아요. 어떤 장면에서는 '왜 성동일이 안 울지?'라고 느끼실지도 몰라요. 그런데 저는 이 이야기를 제가 버티고 가는 것만해도 충분할 것 같았어요. 눈물의 몫을 관객에게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촬영하다 눈물이 흐르면 다시 찍었어요. 마지막 장면에서는 서로 의견이 엇갈렸어요. 울어야 할지, 눈물 한방울 할지. 그래서 여러 단계로 연기를 했어요. 편집하면서 골라서 사용하라고요."
Q. 배우 정은지, 고아라, 혜리 부터 박소이, 하지원까지 가장 키우기 힘든 딸은 누군가.
"가장 힘든 딸은 일단 내 친딸이고요. 연기적으로 힘든 딸은 어린 승이(박소이)였죠. 가장 키우기 편한 딸은 어른 승이(하지원)이었고요. 친딸이 아니잖아요. 우리 딸이 잘못하면 '그만해' 혼내는데, 과연 양녀로 데려온 딸에게 친딸처럼 혼낼 수 있겠냐는 거죠. 야단을 치고, 충고를 하려면, 일단 상대가 받아들이는 마음이 있어야 할텐데요. 친딸이라면 그렇게 못했을 거예요."
Q. 배우 조인성, 이광수, 여진구부터 그룹 방탄소년단 뷔까지, 연령을 가르지 않고 호감형 선배가 되는 비결은 무엇인가.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도 궁금하다.
"그건 초등학교만 나와도 알죠. 가르치려고 하지 않고, 좋은 안주에 술 사주고, 후배들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지 않아요. 라면 맛도 집마다 다 다르잖아요. 살아온 게 다 다른 거죠. 나이를 먹어가니 제일 좋은 선배는 역시 '말을 잘 들어주는 선배'더라고요. 벽이 없어요. 걔들도 답답하니 저를 찾겠죠. 제가 해결해 줄 수 있는게 뭐가 있겠어요. 대통령도 아니고, 변호사도 아니고. 그냥 좀 더 이야기 들어주고, 받아줘요. 항상 그런 생각을 해요. 내 몸이 편하면 절대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고요. 현장에서도 내 몸이 편하면, 스태프들이 힘들잖아요. 현장 일찍일찍 나오고, 리허설 임하고, 뻔뻔하게 돈벌지는 말자고 이야기해요."
Q. 알아도, 정작 하기 힘든 것이 '남의 이야기 들어주는 일'이다.
"우리 애들도 그래요. 내가 안 들어주면, 같이 안 놀아요. 내 가족이 싫어하는 건, 남들은 세배 더 싫어한다고 생각하면 돼요. 답이 너무 쉽게 나와있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자리만 잡으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직업이에요. 현장에서 먹여주고 재워주죠. 또 잘 벌면 웬만한 중소기업만큼 벌잖아요. 그런데 생산과 투자가 없으면 안돼요. 고생하는 스태프나 지인들에게 고생한다고 음료수라도 좀 사주고, 그게 어려우면 현장이라도 일찍 나가야죠. 분장팀, 의상팀, 스태프들에 대한 고마움은 정말 말로 다 못해요. 그래서인지 그런 말이 있대요. 현장에서 성동일과 친하냐 안친하냐로 나뉜대요. 친하다면 그 다음 단계가 성동일 집에서 술 마셔봤냐, 못마셔봤냐고요.(웃음) 어제도 (이)광수랑 (김)성균이랑 영화 찍다가 새벽 1시에 집에 놀러 왔어요. 6시쯤 갔나?"
Q. 지금의 성동일을 있게 한 것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백프로죠. 저는 누구보다 가족의 소중함을 잘 알아요. 소중한 경험을 해보지도 않은 사람이 어떻게 아냐고요? 평생 저 차를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며 산 사람은 그 차를 가진 사람보다 그 마음이 클 거예요. 지금도 가장 행복할 때가 일 끝나고, 집에 들어가서 자는 아내와 아이들 얼굴 한 번 보고 나서 담배 한 대 필 때예요. 아이들이 있음으로서 '오늘은 뭘 할지, 오늘은 뭘 배우지'를 깨달아요. 사실 저는 연기 변신이라는게 없어요. 제 연기에는 사실 모든 역할에 모델이 있거든요. 그만큼 주변에 사람이 많으니까 가능한 일이에요. '바퀴달린 집'을 보면, 전국에서 지인들이 있잖아요. 실제로 그래요. 사람이 미래가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