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남자' 규현 인터뷰 / 사진: EMK 제공


[인터뷰①에 이어] 하나의 공연을 관람할 때, 관객들의 선택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극을 이끄는 주연 배우의 역량'이 아닐까. 실력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어떠한 역할을 한 사람이 소화하는 원 캐스팅이 아닐 경우, 각 배우들의 캐릭터 해석에 따라 극의 흐름이나 분위기가 조금씩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관객들은 각 배우가 어떻게 캐릭터 해석을 했는지 궁금증을 갖고, 이를 공연을 즐기는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로 생각하기도 한다.

지난 1월 9일 개막한 뮤지컬 '웃는 남자'는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끔찍한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순수한 마음을 가진 그윈플렌의 여정을 따라 정의와 인간성이 무너진 세태를 비판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에 대해 깊이 있게 조명한다.

특히 극을 이끌어가는 그윈플렌 역에 규현을 비롯해 수호, 박강현, 이석훈까지 쿼드러플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윈플렌은 기이하게 찢긴 입 때문에 '웃는 남자'로 불리지만, 관능적인 젊은 청년. 네 명의 배우는 각자 자신만의 매력을 담은 그윈플렌을 그려내고 있다. 약 4년 만에 뮤지컬 무대로 복귀한 규현은 '웃는 남자', 그리고 그윈플렌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이번 작품은 규현이 전역 후 첫 선택한 '복귀작'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규현은 "사회복무요원으로 지내는 동안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회사의 권유로 작품을 보게 됐다"라며 "사실 처음 봤을 때는 크게 감흥이 오지 않았는데, 두 번째 봤을때 그윈플렌이 왜 수많은 권력과 부를 던지고 다시 바닥으로 돌아갔는지, 죽음을 선택했는지 이해가 됐다. 처음부터 '이 극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본 것은 아니었지만, 넘버가 계속 남았는데, 제작사에서 제안을 받게 됐다"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웃는 남자'로 규현이 선택된 이유는 무엇일까. "연출자님께서 절 처음부터 염두에 두었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봤는데, 저도 몰랐었다"라며 규현은 "연출해주시는 분께서 제가 이 역할에 되게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는 들었다. 그윈플렌이 찢어진 입을 가졌기 때문에 처연한 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청년이다. 저도 긍정적인 성격이라 그런 면에서 비슷한 것 같았다"라는 생각을 전했다.

게다가 매번 입이 찢어진 듯한,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분장을 소화해야 한다. 이에 대한 염려는 없었는지 묻자, 규현은 "분장은 오히려 도움이 많이 된다"라며 "분장을 하게 되면 찢어진 입을 갖고 자라온 사람의 삶을 산 것 같은 착각을 얻을 수 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규현은 "분장을 하고 립스틱을 바르게 되는데, 이후에 음식도 못 먹고, 립밤도 못 바르고, 물도 잘 못마신다"라는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렇게 규현은 '웃는 남자'가 되어 무대에 올랐지만, '그윈플렌'이 처음부터 이해되지는 않았다. 뮤지컬 '웃는 남자'는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진다'라는 문구를 내세운다. 이에 부자와 가난한 자들의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서사가 이어지는 만큼, 그윈플렌이 신분을 되찾고 부자가 됐을 때 어떤 내용이 전개될지 궁금했다. 하지만 정작 그윈플렌이 부자가 된 이후에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다소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지점이다. 결국 변하지 않는 상황에 환멸을 느낀 그윈플렌은 자신이 원래 있던 곳으로 향한다.

먼저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진다'는 대사를 언급하는 상황에 대해 "권력자가 모인 자리에서 깽판을 친 것이다. 잡히면 사형에 처해질 수도 있는 그런 상황에서 '너희가 쓰레기'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보통의 용기가 아니면 할 수 없다. 그윈플렌이 굉장한 용기를 가졌다고 생각했다"라며 "본인이 추구하는 것을 찾아 떠나는 용감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그윈플렌이) 이해가 된다"고 자신이 해석한 그윈플렌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사실 처음에는 '왜 저렇게 하다 말고 갈까' 생각했지만, 모든 것을 포기하는 그 자체가 용기 있는 행동 같았다"라며 "실제로 갑자기 누가 나에게 재벌가의 자식이라며 몇 천억을 주고 건물을 준다면 포기를 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서 떠날 수 있는 것이 용감하고 멋있는 행동이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그렇다면 실제 규현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제가 그런 상황이었다면"이라며 잠시 고민하던 규현은 "순응하고 살았을 것 같다"라며 "부자가 되고 바꿔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또한, 데아를 따라 죽음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도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안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윈플렌이니까 선택한 길인 것 같다"라며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온 것인데, 데아가 없는 삶은 의미가 없다고 여긴 것 같다. 그러한 마음에 대해 잘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데아와 함께 천국에서 행복하기 위해 떠난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규현이었다면, 귀족으로 데아와 아빠를 데려왔을 것"이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규현은 이처럼 뮤지컬 배우로서, 자신과는 다름 사람의 삶을 살아가는 것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특히 "제가 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희열을 느끼는 것 같다"라며 규현은 "제가 실제로 이 세상을 바꾸고자 하지는 않는데, 그윈플렌은 모든 권력가가 모인 곳에서 '제발 이러지 말자',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자'라는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행동들 또한, 용기 없이는 할 수 없을 것 같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러한 이유로, 규현이 극중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그 눈을 떠'라고. 규현은 "처음 봤을 때도 기억에 남았는데, 공연을 하면서 내용을 전달할 때 희열을 느꼈다"라며 '그 눈을 떠'가 등장하는 상원에서의 장면을 가장 좋아하는 부분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다 같이 잘 살자고, 지옥같은 세상이지만 행복하자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걸 비웃는 귀족들에게 분노를 해 나락으로 떨어지고 '웃는남자' 넘버로 이어진다"라며 해당 장면을 설명한 규현은 "힘이 많이 들어가기도 하지만, 하고 나면 후련해지는 것 같다"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인터뷰③] "더 맑아서, 더 극적이다"…규현의 '웃는남자'를 봐야하는 이유 기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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