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시윤 인터뷰 / 사진: 모아엔터테인먼트 제공


"제 경쟁력은 성실함, 열정이라고 생각해요. 결과가 좋지 않아도 계속 기회를 주셨던 것도 '열심히 준비할거라'는 기대 때문인 것 같아요. 경력과 나이로 으스대면 제 장점은 사라지는 거죠."

최근 종영한 TV조선 드라마 '대군-사랑을 그리다'(이하 대군)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전장에서 살아 돌아온 은성대군 이휘 역을 열연한 배우 윤시윤(33)을 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대군'은 동생을 죽여서라도 갖고 싶었던 사랑, 이 세상 아무도 다가올 수 없게 만들고 싶었던 그 여자를 둘러싼 두 남자의 뜨거웠던 욕망과 순정의 기록을 담은 핏빛 로맨스를 담았다. 윤시윤을 비롯해 주상욱, 진세연, 손지현 등이 출연했다.

특히 '대군' 마지막회 시청률은 5.627%로 TV조선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며 화제 속에 종영했다. 윤시윤은 '대군'을 통해 KBS '최고의 한방'이나 '마녀보감'에서 보여준 것과는 또 다른 연기로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군'을 끝내고 쉼없이 차기작을 고르고 있는 윤시윤과의 일문입답을 공개한다.


-TV조선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는데 소감이 어떤가
"뿌듯함 이상의 감사한 마음이 들죠. 제가 할 수 있는 역량은 아니에요. 여러 가지 상황이 맞아야 하고 많은 분들의 노고가 담겨 있죠. 누가 잘했다고 판단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것들이 (시청률을) 좌우하는 것 같아요."

-팀워크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건가
"팀워크이기도 하고 그 분들의 영향력이 큰 것 같아요. 회를 거듭할수록 크게 와닿는 건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팀플레이'라는 거에요. 배우의 겸손이 중요한 데, 단순히 인사 잘하고 웃는 건 태도, 예의의 문제이고, 겸손은 현장에서 배우 만큼이나 조명, 촬영, 편집 등 모두가 똑같이 이 드라마의 결과를 좌우한다는 걸 알아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시청률이 점점 올라갈 때 어떤 기분이었나
"사극은 중간 유입이 힘들어요. 세계관을 설명하기 쉽지 않잖아요. 1~2회부터 보지 않으면 용어도 어렵고 재미 요소를 찾기 힘들어서 중간 유입이 어려우니 6~7부에 가면 하락세에 접어들죠. 그래도 동료들에게 '기죽지마!'라고 말하면서 힘냈던 것 같아요. 다행히 세계관을 설명하고 배경을 설명하는 시점부터 시청률이 올랐고, 시청자에게 편하게 다가온 것 같아요. 기대를 못했는데 시청률이 계속 올랐고, '마지막에 5% 가자'길래 저는 대본만 봤어요.(웃음) 마지막회를 보고 종방연에 갔다가 집에 왔는데 너무 졸려서 휴대전화 매너모드를 안하고 잤거든요. 새벽부터 시청률 나왔다고 연락이 많이 오더라고요."


-시청률 5%가 넘으면 독신으로 산다고 농담삼아 얘기했다던데?
"제가 얘기한 게 아니라 다른 배우가 얘기한 거에요. 저는 입도 뻥끗 안 했고 숨도 안 쉬었어요. (독신 생각은 없는건가?) 네, 전혀요! 저는 사랑둥이에요.(웃음)"

-주상욱은 신혼을 한창 즐기고 있는데 부럽지 않나?
"부러운데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완벽한 준비를 하고 결혼할 순 없지만 책임감을 느낄 수 있을 때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연이 있겠죠. 결혼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결혼이 맘처럼 되지 않잖아요. 준비하고 결혼하고 싶긴 한데, 연애를 해야 결혼을 하죠."

-키스신도 부끄러워하고 연애 쪽으로는 순수한 것 같다.
"저도 남잔데 왜 사랑을 안 하겠어요. 정확하게 얘기하면 인연이 없어요. 저는 데뷔 전에 윤시윤이라는 사람이 특출나지도 않고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그러다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되니 나를 감추는 작업을 했죠. 나로서 사는 것은 참고 좋은 배우로 살고자 했죠. 쉬는 날엔 이성친구를 만나는 게 아니라 연기 연습을 더하면서요. 이성을 만나면서도 죄의식을 느꼈어요. 결과가 부진하면 '내가 작품에 집중을 못하고 이성 친구와 교제해서 그런건가' 싶고. 집중을 못해서 좋은 사람과 만날 수 없었죠. 일이 좋다기 보다 사랑할 수 있는데 스스로 방해한거죠."


-스스로에게 냉정한 편인가
"나는 객관적이고 냉정하다고 생각하고 남들은 잔인하고 객관적이라고 하죠. 성격은 변하지 않더라고요. 배우로서는 제가 노력한 만큼, 준비한 만큼 당당해지려고 해요. 제가 흘린 땀에 당당하고자 성실하게 준비하려고 하죠.

-군대 다녀오고 나서 생각이 바뀐건가
"맞아요. 내 취미를 가져보자고 생각했죠. (연기도 취미에 해당하나?) 취미는 안 해도 그만이니까 책임감이 없잖아요. 연기는 책임감을 갖고 해야죠. 제가 이 역할을 안했다면 다른 배우가 했을텐데 제가 그 기회를 가져갔다면 책임감 있게 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배우가 하느냐에 따라 그 역할의 톤도 달라지잖아요."

-'윤시윤' 하면 바른 이미지가 있다. 선한 영향력을 주는 배우 중 한 명인데, 반대로 작품을 할 때 역할이 제한되기도 할 것 같다. 불편하거나 아쉬운 점은 없나?
"저는 선하고 바른 사람이 멋져 보였어요. 손해를 보면서도 사람들을 아우를 수 있는 사람, 모든 사람이 밝아지고 편해지는 그런 누나, 형들을 동경했거든요. 대중이 생각하는 제 이미지와 달리 저희 스태프들도 고생 많이 해요. 제가 특이한 게 어렸을 때도 <삼국지>에서 관우, 조자룡이 아닌 유비가 맛있었어요. 모두를 아우르고 숙이는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악역이나 어두운 역할에 대한 욕심도 있나?
"기회가 있으면 하고 싶어요. 그런데 프로의 세계는 사람들이 보고 싶은 연기, 연출자가 기대하는 연기를 해내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안타를 치길 바라는데 멋있게 홈런을 치겠다고 하면 안되듯 원하는 걸 해낼 수 있을 때 해내고 싶어요. 어느날 어떤 연출자가 제게 악역의 기회를 주면 그때 열심히 해내야죠. 멋있게 해내고 싶어요."

-스스로 생각하는 나의 강점은?
"이 일을 성스럽게 생각하는 것? 그래서 제가 부족해도 한 번 더 기회를 주시는 것 같아요. 부족하지만 적어도 쟤는 열심히는 하더라. 부족함을 커버하려고 하더라고 생각해주시는 것 같아요. 제가 열심히 안 하거나 열정이 없으면 냉정하게 봤을 때 제 경쟁력은 없다고 봐요. 시청률이 좋지 않아도 제게 기회를 주셨던 이유도 제가 열심히 준비할 거라는 기대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연기 경력이나 나이 때문에 으스대면 제 장점은 사라지는거죠."

-벌써 차기작 얘기가 나오더라.
"지금 논의 중인 작품을 하게 되면 1인2역을 연기하게 돼요. 좋은 인연이 돼야 할 수 있을 텐데 좋은 인연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어요. 만약 이 작품을 하게 된다면 1인2역이지만 두 개의 캐릭터가 아닌 정확한 하나의 캐릭터를 완성해내고 싶어요. 메인 캐릭터를 잘 해내는 게 그 드라마의 관건이라고 생각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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