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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이보영 "내 딸 자라는 만큼 엄마 인생은 짧아" 눈물
[인터뷰①에 이어] 이보영은 지난 2013년 배우 지성과 결혼했다. 그리고 결혼 2년 뒤 딸 지유를 얻었다. 결혼 후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묻자 이보영은 “제 삶보다는 아이 위주로 돌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이보영에게 드라마 ‘마더’는 특별한 작품이다.
이보영은 “’마더’는 제가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지유를 낳고 ‘내가 나쁜 엄마인가’ 반성하게 됐다. 아이를 낳고 나서도 처음부터 모성애가 있진 않았다. 저와 관계없는 사람들이 ‘엄마는 이래야 한다’고 훈수 두는 게 힘들었다. ‘모유수유를 왜 안 하냐’는 얘기부터 ‘아기 옷은 왜 이렇게 입혔냐’까지 별 얘기를 다 들었다. 오빠(지성)와 외출할 때도 아빠가 체력이 더 좋으니까 아이를 안고 있는데 오빠가 안고 있으면 ‘대단하다’고 하더라. 맞벌이 부부라서 일도 같이 하는데 오빠가 하면 대단한 거고, 내가 안하면 이기적이고 나쁜 엄마처럼 느껴져서 생각이 많았고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보영의 솔직한 육아 이야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책이나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아기를 낳으면 우리 애가 제일 예쁘고 사랑스러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아이와 가까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아빠와 아이의 시간은 충분히 인정해주면서, 엄마에 대한 이해는 당연시 되지 않았고, 그에 대한 반발심리가 있었다. 공동육아인데 누구는 칭찬받고, 누구는 질타받는 시선도 싫었다. 그래서 엄마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다. 저도 아기를 낳고 시간이 지나서야 아기가 예뻤다. 낳은정보다는 기른정이라고 생각한다. 애하고 쌓아가는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예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보영은 “아동학대 기사를 보면서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부모의 사랑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아동학대 기사를 보고 슬퍼서 울고 있을 때 이 작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서 제작사에 먼저 얘기했고 그렇게 작품을 시작했다. 방송일자가 다가오면서 본전도 못 찾을 원작을 시작했다는 생각에 무서웠다”고 ‘마더’를 선택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마더’에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엄마들이 등장한다. 그럼에도 사회에서 말하는 엄마는 단 한 명도 없다. ‘기른정의 중요성’을 언급하던 이보영은 “수진(이보영)의 대사가 좋았던 게 윤복(허율)이를 애로 보고 얘기하지 않는다. 아이의 단어로 얘기하지 않고, 솔직하게 ‘우리 엄마는 날 그렇게 버렸어’라고 말하고,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준다. 저는 그런 대사들이 좋았고, 우리 아이도 그렇게 키우고 싶었다. ‘마더’를 찍으면서 더 좋은 엄마가 돼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마더’에는 엄마가 되어가는 수진의 이야기와 더불어 엄마를 이해하게 되는 딸 수진의 모습도 그려진다. ‘마더’를 찍으면서 실제 부모님을 떠올리면서 찍은 장면도 있냐고 묻자 이보영은 “내 딸도 어머니도 떠올리지 않았다. 실제로 대입해서 연기하면 너무 힘들다. 어제도 누워있는데 엄마를 알게 됐다”고 답변을 이어가다 눈물을 쏟아냈다.
흔들리는 눈빛과 떨리는 입술로 이보영은 “내 딸이 자라는 만큼 엄마에게 남은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더니 이내 “애를 낳고 무슨 말을 하려고 해도 잊어버리고 정리가 안 된다. 애기가 나를 다 가져서 나는 껍데기만 남은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다. 제 남동생도 저한테 ‘자기 와이프도 애를 낳고 ‘내가 뭐하다 왔지?’라고 하는데 누나까지 그러면 슬프다고 하더라”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이보영과 지성은 연기대상을 수상한 ‘대상 부부’이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하고 있을까. 이보영은 “저는 결혼해도 (여자도)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안일은 아무리 해도 표가 안 나고, 인정해주지도 않아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물론, 일을 하면서 숨쉬고 있다는 걸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희도 아이를 낳고 나서는 일 외에는 가족에 집중한다. 결혼하고 나서는 가족이 제일 소중한 것 같다. 앞으로 우리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때문에 애가 힘들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조심하면서 살자고 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아이를 낳고 호르몬의 영향으로 우울해지기도 했다던 이보영은 “100일 전후로 심적 변화가 컸다.아이를 보면 눈물이 났고, 자고 있는 오빠를 보면 ‘우리 가장도 건강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큐를 보면 눈물이 주체가 안됐다”고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그런 이보영에게 ‘둘째 계획’을 묻자 그는 “갖고 싶다”면서도 “또 제 엑기스가 빠져나가면 어떻게 살죠?”라고 되물어 웃음을 자아냈다.
딸 지유가 배우를 꿈꾼다면 시킬 거냐는 물음에 이보영은 “오빠는 시키고 싶다더라. 저는 솔직히 재능 없으면 안 시키고 싶다. 연기자라는 직업은 대중이 키워주는 거지 부모가 해준다고 해서 잘되지 않는다. 아이가 탤런트를 갖고 있으면 20살 넘어서는 아무 말 안하고 시켜줄 수 있지만, 아직 아무 생각이 없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인생에 있어 또 다른 시작인 결혼과 출산을 경험하면서 더 폭넓은 감정선을 갖게 된 이보영의 차기작은 벌써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보영은 “제 나이대에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작품이 많지 않다. ‘이보영이랑 지성은 왜 힘든 것만 골라서 하냐’고 하시는데 최선을 다해서 고르고 있다.(웃음) 밝은 작품을 하고 싶지만 좋은 작품을 만나면 무거운 것도 해야 하지 않나”라며 여러 작품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