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곽도원, "정우성은 눈이 참 슬퍼..기댈 수 있어 좋았다"

배우 곽도원이 영화 <아수라>(김성수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정우성에 대해 "눈이 슬픈 배우"라고 말했다.

14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늘 개봉한 영화 <강철비>(양우석 감독)의 곽도원을 만났다. 극 중 남한의 외교안보수석대행 역을 맡아 열연한 그는 북한의 최정예요원 역의 정우성과 찰떡 호흡을 맞춘다. <강철비>는 북한 내 쿠데타가 발생하고, 북한 권력 1호가 남한으로 긴급히 내려오면서 펼쳐지는 첩보 액션 블록버스터다.

이날 라운드인터뷰를 통해 곽도원은 "캐릭터의 욕심보다는 엔딩에 이끌렸다"며 "긴장감 속에서 숨을 쉴 수 있게 해줬다란 평을 들어 뿌듯했다. 만약 우리도 '핵'이 생긴다면 통일이란 게 빨리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고 출연소감을 밝혔다.

곽도원은 정우성과 호흡에 대해 "치열한 현장에서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정우성이다. 그의 눈을 보면 슬퍼 보인다. 배우 생활을 오래했던 친구라, 요령없이 무턱대고 저지르는 스타일이 아니더라. 그는 정말 죽을 거처럼 노력을 했다. 특히, 좁은 차 안에서 서로 감정이입 하면서 편안하게 연기를 끄집어 냈다. 사투리 대사를 리딩할 때에도 이미 북한특수요원으로 완전히 바뀌어 결국 나만 잘하면 되겠다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수 집에서 (정우성과) 서로 마주보는 장면이 있었는데, 서로 수갑을 채운 채 나란히 앉는 설정은 제 아이디어다. 또, 빅뱅의 지드래곤 노래 선곡도 저작권 문제가 걸림돌이었지만 현장에서 감독님을 끊임었이 설득을 했다. GD의 '삐딱하게'란 노래는 극 중 제 역할(이혼남)의 설정과 분위기가 잘 들어 맞는다. 이러한 몇명 장면 외에는 전적으로 감독님의 디렉션과 시나리오에 충실했다"고 전했다.

<변호인>에 이어 곽도원은 양우석 감독과 또 다른 인연을 맺었다. 그는 "'변호인'때 감독님의 해박한 지식에 놀랐다. 당시 현장에서 고문으로 계시던 실제 의사 선생님과 의학전문용어로 대화를 나눌 정도"라며 "이번 영화 속 병원 장면에서도 의료용 가위의 종류는 물론, 의료품의 이름을 죄다 외우셨다. 심지어 인터넷에 돌던 전세계의 군복 사진만 봐도 어느나라 군복인지, 그게 몇년도에 군인들이 입었던 것인지 다 아셨다. 왜 그렇게 힘들게 사시는지 도통 이해할 수 가 없었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곽도원은 그런 양 감독에게 전문적인 수업(?)을 받았던 일화도 털어 놓았다. "비단 세계사 뿐만 아니라, 보수와 진보의 차이 등등 관련 서적도 많이 추천해 주셨다. 그런 책들을 다 읽어 보려고 했지만, 끝까지 정독한 서적은 단 한 권도 없었다"고 웃으며 "배우가 대사만 잘 외우면 되는 거 아닌가. 감독님 강제 추천으로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란 책의 내용을 그대로 읽으며 써 본적은 있다. 그 책을 권해주신 이유가 바로 곽철우(극 중 배역)가 가진 외로움과 조용함, 차분함을 심어주려는 의도였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곽도원은 "깡패 같은 검사 역할은 해봤어도 실제 깡패 역할은 단 한번도 해보지 못했다.(웃음) 영화 '신세계'의 황정민 형이 맡았던 센 캐릭터가 탐이 많이 났었다. 정말 아쉬움이 컸다"라고. 멜로 도전에 대해 손사래를 친 그는 "'어디서 타는 냄새 안나니?' 등의 오글거리는 대사는 도저히 못하겠다. 이번 '강철비'의 대사 중 정우성에게 '반포동서 같이 살자'는 마지막 대사는 찰지게 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