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민 인터뷰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20대의 끝자락에서 화양연화를 맞이한 배우 정소민. 그는 올 한 해를 반짝반짝 빛나는 작품들로 채워나갔다. 이광수와 KBS연예대상 베스트커플상을 받은 '마음의 소리'를 시작으로 시청률 36.5%를 기록한 KBS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 그리고 최근 종영한 '이번 생은 처음이라'까지 연달아서 했던 세 작품 모두 시청률과 화제성 그리고 캐릭터 싱크로율까지 다방면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20대를 약 19일 정도 남겨놓은 지금, 정소민에게 지난 20대를 돌이켜 본 소회를 물었다. "20대에 한 결정 중에 이 직업(연기자)을 선택한 것이 가장 잘한 일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스트레스도 받고 압박감도 컸어요. 저 자신을 괴롭히는 스타일이었죠. 지금은 즐겁게 일하는 거로 채우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아요. 여유도 생겼고 재미도 더 느끼게 되는 것 같아서 행복한 직업인 것 같아요."

차가운 겨울에 만난 따스한 봄처럼 눈부신 배우 정소민과의 인터뷰를 지금 공개한다.


-'이번생은 처음이라'가 잘 됐는데 정소민이 생각하는 성공 비결은?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두 가지 이유는 재미있는 대본과 공감 요소가 많았다는 점이에요. 감독님이 대본과 배우의 연기가 잘 버무려지게 편집해주셨어요. 모든 게 잘 맞아 떨어졌던 작품이에요."

-극중 윤지호와 실제 정소민의 공통점이 많다던데.
"저한테 대본이 들어왔을 때 '운명'이라고 느낄 정도로 신기했어요. 한 두 가지 설정은 같을 수 있지만 너무 많은 중요한 줄기들이 비슷해서 저도 신기했어요. 대본도 재미있는데 캐릭터까지 공통점이 많았다는 점에 많이 끌려고 애착이 갔어요."

-작가님이 소민씨를 보고 쓴 건 아닌지?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우연이 맞아 떨어졌죠. 작가님과 서로 신기해하긴 했어요. (윤지호의 실제 모델이 따로 있었나?) 작가님 친구 중에 비주류 종목을 연구하는 분이 있는데 비슷하다고 얼핏 듣긴 들었어요. 명문대를 나왔는데 실제 그 분의 아버님이 '시골 내려와서 농장에서 일주일 일 해도 그것보다 많이 벌겠다'는 얘기를 들으면서도 개의치 않고 일을 하시는 분이래요. 결혼도 '한번 해보고 싶어서, 재미있을 것 같아서' 했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대요. 지호의 큰 맥락이 그분께 나온 것 같아요. 그분은 자신의 힘든 상황을 비관하지 않고 재치있게 얘기하는 분이시래요."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수많은 내레이션 중 정소민이 가장 공감한 대사는?
"지호 대사 중에 '터널이 이렇게까지 깜깜하고 외로울 줄 몰랐다'는 게 있는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누구에게나 터널을 지나는 시기는 있는 거니까요."

-윤지호는 꿈을 찾아가려다가 시련을 맞게 되는데 배우 정소민에게도 힘든 시기가 있었나?
"'터널' 대사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던 게 저는 데뷔 때나 지금이나 캐릭터를 만날 때 똑같은 분석 작업과 노력, 공부를 해왔어요. 하지만 당시에는 어떤 부분이 늘고 도움이 되는지 몰랐죠. 아무런 준비를 안 하는 것보다 훨씬 덜 불안하니까 최대한 준비를 많이 해갔어요. 하는 노력에 비해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으니까 무슨일을 하더라도 내가 하는 방법이 틀린 건 아닌지 조급해졌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힘든 일이라는 걸 고민했던 점이 지호의 터널과 맞아 떨어졌죠."

"그때 했던 고민이 이제야 조금씩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그때 노력을 안 했다면 지금 아무것도 없을 거라는 확신은 들어요. 저는 5주년 주기로 성장하는 걸 느껴요. 5년 전 캐릭터 분석을 위해 했던 노력이 실제 연기에 녹아 나오면서 지금 부족한 점들을 메우려고 노력하면 5년 뒤에 메워진 사람으로 성장해 있겠다는 생각이 드니깐 여유가 생기고 작업하는 게 스트레스에서 즐거움으로 바뀌었어요. 작년부터 즐겁게 일했죠."

-5년 주기로 성장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계기가 있나?
"데뷔 초반에는 들인 노력은 비슷한데 기적이 안 일어났어요. 작품의 성패를 떠나서 개인적인 성장이 바로 일어나는 게 아니잖아요. 5년 이상 돼야 그때의 노력이 지금 어느 정도 발현되는 것 같다고 느꼈죠. 제가 피아노를 10년 배웠는데 그때도 슬럼프가 있었어요. 체르니 30번에서 미칠 뻔했어요. 실력이 안 늘어서 재능이 없다고 울면서 학원을 갔죠. 그 이후에 쇼팽을 하면서부터 자유롭게 곡을 칠 수 있게 됐다는 걸 느꼈는데 연기할 때는 그걸 적용하지 못했다가 연기한 지 햇수로 9년 차인 지금에야 그런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비슷한 것 같아요."


-극중 지호는 남세희(이민기)의 옛사랑인 고정민(이청아)이 나타났을 때 시원시원하게 얘기하지 못하는데, 실제 정소민의 연애 스타일은?
"지호의 감정선이 생략된 점이 많다 보니 메꿔서 연기해야 했어요. 저도 좀 더 꼼꼼하게 연기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죠. 지호의 행동 양식이 일반적이진 않아요. 제가 느끼기에 지호는 단추를 잘못 끼워서 갔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당히 잘 메꿔서 불편함 없이 입을 수 있게 만드는데 지호는 다 풀어서 처음부터 채워야 하는 사람이에요. 저는 지호가 한 선택을 좇아가려고 노력했죠."

"실제 연애 스타일은 제 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면 물어보는 성격이에요. 과거의 문제가 현재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상관없지만,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면 마음에 걸려서 풀려고 시도할 거에요."

-앞으로도 '로코퀸' 타이틀을 계속 유지 하고 싶나?
"내 나이 또래의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어요. 그런 생각은 당연히 있죠. 현실적인 보통의 20~30대 사랑 이야기를 여전히 하고 싶어요. 어떤 장르보다 상대 배우와 호흡이 좋아야 하잖아요. 저는 상 욕심은 없는데 꼭 하나를 받는다면 베스트커플상을 받고 싶어요. '마음의 소리'하면서 이광수와 받았는데 정말 행복했어요. 동고동락했던 배우와 좋은 케미를 이뤄야 받을 수 있는 상이니까 의미가 깊고 감사한 일이에요. 두 사람이 호흡을 나눌 수 있는 로코와 멜로, 로맨스라는 장르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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