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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병헌, "제 필모에 '남한산성' 추가..뿌듯해"
"송영창 선배님, 김윤석 씨, 박해일 씨, 그리고 연극 무대에서 굵직하게 활동했던 여러 선배님들과 5개월간 함께 동고동락하며 수다(?)의 꽃을 피우며 지냈죠. 정적인 분위기의 영화였지만, 그 속은 액션영화보다 더 치열하고 열정적이었습니다."
영화 <남한산성>(황동혁 감독)의 '충신 최명길' 역을 맡았던 배우 이병헌을 만났다. 그는 김상헌 역의 김윤석과 호흡을 맞춘 소감을 전했다. "촬영 초반엔 당황스러웠어요. 제가 지금껏 만났던 배우들과는 많이 달랐죠. 특히나, 김상헌 역을 맡은 김윤석 배우는 리허설은 물론, 한 장면을 두고 여러 테이크의 연기가 제각각 이었죠. 주어진 역할에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듯한 느낌이었고요, 그게 저에겐 굉장히 뜨겁게 느껴져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게 해 준 작품이었습니다."
비슷한 취향의 연기 패턴이 아니었기에, 극 중 인조의 충신이자 사상이 달라 늘 부딪쳐야 했던 최명길과 김상헌. 그런 이유로, 영화를 보는 140분이 지루할 수 가 없었다고 이병헌은 덧붙여 말했다.
이미 <광해, 왕이 된 남자>(추창민 감독)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그였기에, 인조 역할은 왜 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개인적으로 믿음이 가는 배우가 박해일 씨였는데, 그가 마지막에 인조로 캐스팅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 들더군요. 제겐 최명길도 벅찼고..몇 번을 생각해도 인조는 못했을 거 같아요. 이 영화는 특정 인물이 중심이 아닌, 엔딩까지 왔다리갔다리하는 것이 주된 매력입니다."
충신 최명길은 매사 이성적이고 냉철한 판단으로 자신의 소신을 펼치기 위해 인조나 적장 앞에서도 절대 굴하지 않는 강직함을 보여준다. 이에 이병헌은 "전 감성적이라 배우가 되었다"고 웃으며, "김상헌이나 다른 신하도 마찬가지로 인본주의, 즉 백성을 아끼는 마음은 한결 같으나, 그 과정과 방법이 서로 달라 대립을 하게 되는 것이 <남한산성>이 주는 색깔"라고 말했다.
이병헌은 사극 연기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촬영 중간에 화장실을 가려면 적어도 백 미터, 수 백 미터를 겹겹이 껴 입은 두루마기를 입고 어기적 걸어가야 했고, 겨울철 딱딱한 산 비탈길을 홀로 말을 타고 내려오는 아찔한 장면들이 있어 매 순간 긴장의 끈을 풀지 않으려고 했다는 것.
그렇게, 식을 줄 모르는 열정으로 근래 '다작 배우'라 불리며 쉼 없이 달려온 이유가 궁금했다. "장기간 해외촬영을 다녀와도 한국의 드라마, 영화만큼 훌륭한 작품들이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렇다고 '한류'가 언제까지 지속되느냐는 아무도 모르는 거죠. 그래서, 좋은 작품 제안이 들어오면 기꺼이 합니다. 과거 재패니메이션의 전성기, 홍콩 느와르가 도배 되었던 지난날을 돌이켜보며 회고했던 거처럼 말이죠. 곧 드라마(미스터 썬샤인)도 예정되어 있지만, '그것만이 내 세상'(최성현 감독)도 있고,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저 멀리 '지아이조3'도 대기 중이라 즐겁습니다."
이병헌은 <남한산성>으로 정치인을 맡았지만, '정치'를 논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지금의 현실이 그 당시 380년 전 상황과 비슷하다고 느낀 게 감독과 생각이 같았고, 그걸 배우로서 동의하면서 좀 더 인간다운 세상이 왔으면 하는 바람도 내비쳤다. "제 필모그래피에 '남한산성'이 있다는 게 너무나 뿌듯합니다. 그만큼 진짜 좋은 영화에 출연했다는 생각이 매우 들고요. 영화를 통해 평소 세세하게 접하기 힘들었던 역사 공부도 할 겸, 긴 추석연휴에 극장에 꼭 와주셔서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심신 당부했다.
이병헌을 비롯해 김윤석 박해일 고수 박희순 송영창 등이 출연한 영화 '남한산성'은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속 조선의 운명이 걸린 가장 치열한 47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다. 10월 3일 대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