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나 인터뷰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1월 30일에 태어난 배우 강한나는 눈이 소복하게 쌓인 한겨울의 어느 날처럼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이었다. 영화 '순수의 시대' 이후 두 번째로 만난 강한나는 1년 7개월 전 모습 그대로 타인을 배려하는 착한 씀씀이와 예쁜 보조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달의 연인' 종영 기념 인터뷰로 다시 만난 강한나에게 "실제로 만나보면 선한 모습이 강한데, 작품에서는 연이어 악역이나 센 캐릭터를 맡았다. 그 이유는 무엇인지" 첫 질문을 건넸다.

"아직 제 성격을 보여드릴 만한 계기가 없었어요. 늘 캐릭터로만 만나서 그 모습을 더 기억해 주시는 것 같고, 아무래도 강렬한 게 더 인상에 남아서 그렇지 않을까요? 아직은 제가 연기하는 모습이 세고 심각한 역할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달의 연인' 감독님과 작가님도 첫 미팅에서 ''순수의 시대'를 보면서 연화가 앉아있네'라고 하셨대요."

내 안에 여러 모습이 있다곤 하지만 "독한 것과는 조금 안 맞는" 강한나는 "열심히 하는 게 독하다는 개념이라면 연결되지만, 누군가를 해치면서까지 무언가를 이루거나 안 좋은 일을 하면서 나의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건 내 삶의 가치관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저와 다른 모습을 연기한다는 건 캐릭터의 마음을 더 이해하고 생각해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시간도 걸리고 고민도 계속해야 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대신에 뿌듯함은 더 배가됐어요. 저로서도 새로운 것을 얻게 되고, 연기적으로도 공부가 되는 작업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생각해요."


SBS 드라마 '달의 연인'에서 황보연화 역을 맡은 강한나는 연화가 '킹메이커'라는 생각 때문에 대사톤을 무겁게 처리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극 초반 대사톤을 올려 달라고 요청했고 "시도해보지 않은 작업인 데다 내가 생각한 인물이 가벼워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다.

"감독님과 작가님을 믿고 더 많이 생각해보고 하다 보니까 그 말투도 굉장히 매력있고 새롭게 다가왔어요. 저한테는 새로운 시도였는데 역시 제작진을 믿고 가는 게 맞았다는 걸 느꼈죠."

작품 안에 다양한 인물 군상이 담긴 만큼 각 캐릭터에는 존재 이유가 있고, 특히 강한나는 자신이 맡은 황보연화의 캐릭터 당위성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시청자께서 연화를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 혹은 나처럼 느낄 수 있도록 살아 숨 쉬는 캐릭터로 만들고자 고민했어요. 제가 맡은 캐릭터였지만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는 너무 어려운 캐릭터였죠."

태조에게 가장 사랑받는 딸인 황보연화는 황자들과도 잘 어울리는 마음 착하고 아름다운 공주에서 집안을 지키기 위해 악행을 서슴지 않는 인물로 변모해간다. 연화의 심리변화를 섬세하게 보여주기 위해 강한나는 "인물의 방점이 되는 사건을 통해 변화되는 지점을 격차를 두어 표현"했다.

"대본을 보면서 다양하게 연구를 했어요. 10대부터 황후가 돼서 아들을 낳은 후의 모습까지 잘 표현하기 위해서요. 사실 저는 연화를 만나면서부터 몰입하니까 자연스럽게 그 마음이 이해된 부분도 있어요. 연기톤이나 대사톤에 변화를 주면서 자연스럽게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죠."


'달의 연인' 캐릭터별 이야기가 나온다면 강한나는 "연화의 어렸을 때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극이 시작한 1부부터 소와 같이 지냈던 어릴 적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해수도 하진이가 들어온 해수가 아닌 그 전의 해수로요. 그렇게 시작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연화는 처음부터 소를 좋아한 거죠?) 아마 많은 분이 헷갈리면서 보신 것 같아요. 야망을 위해 이용한 거냐. 좋아하는 마음 반, 야망 반이냐. 하지만 소를 짝사랑한다는 설정은 맞고, 자존심이나 야망 때문에 그런 마음이 덜 비춰진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아쉬워요."

결국엔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한 채 반쪽짜리 해피엔딩 인생을 살게 된 연화에게 강한나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연화야. 우선 나를 만나줘서 고맙고 고생했어. 네 삶이 안쓰럽긴 하지만 원하는 자리는 얻었으니 현명하게 그 뒤로 살았을 거라고 믿어.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살고, 아들도 왕으로 세우길 바라. 아들이랑 친하게 지내지?(웃음) 남편 사랑 못 받으면 아들과라도 행복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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