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 인터뷰 / 사진: 포토그래퍼 이제성 민트스튜디오, SBS '질투의 화신' 공홈


[인터뷰①에 이어] 운동을 좋아하고, 의리는 있지만, 낯도 가리고 친한 사람들에게만 편하게 대했던 김정현은 고등학생이 된 이후로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 ‘질투의 화신’ 속 표치열의 모습도 ‘거인’의 도현이 같은 모습도 그 안에 있다고 했다. “혼자 서울에 살면서 적적해지고 어두워지고 있었어요. 학교 다닐 땐 기숙사에 살았는데 밥 챙겨주는 사람도 없고, 혼자 밥 먹는 시간도 많아져서 저녁마다 선배들 술자리에 껴서 밥 대신 챙겨 먹고 그랬죠.”

배우를 꿈꾸지만, 생계유지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놓을 수 없었던 그는 “잔액을 보면 생활비는 있지만, 제 삶 같지 않았어요. 타협해서 사는 삶 같고. ‘초인’을 찍기 전에는 ‘이 길이 맞나.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고 힘들었죠. 고깃집에서 서빙하고, 주방일도 하고, 캐셔도 하고 다 했어요. 많이 해봤죠, 그런 일. 그때는 오디션 정보나 기회가 없었고, 회사를 알아보는 것도 어려웠던 것 같아요. ‘초인’을 찍고 난 후에야 마음이 풀렸던 것 같아요.”

‘질투의 화신’에서 김정현이 맡은 ‘표치열’은 의젓한 남동생이다. 아나운서를 꿈꾸는 기상캐스터 누나 나리(공효진 분)가 정말 좋아하는 꿈을 이루길 원하고, 누나의 희생을 발견한 순간부터는 절약하고 감정을 안으로 삭이는 속 깊은 인물이다.

“치열이의 책임에 공감했어요. 수입이 없는 고등학생인데, 누나가 나 때문에 힘들어하는 건 보이잖아요. 대학을 가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여전히 없죠. 저도 대학은 잘 갔는데 그건 잠깐이었어요. 열정 있는 형이나 친구들이 많았고, 당연히 그 안에도 경쟁이 있었죠. 그 모습을 보면서 힘을 냈어요.”


‘질투의 화신’은 각기 다른 연령층의 인물들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김락(이성재 분)를 사이에 두고 방자영(박지영 분)과 계성숙(이미숙 분)은 기싸움을 펼치다가 하나 되기도 한다. 표나리(공효진 분)는 이화신(조정석 분)과 고정원(고경표 분)을 사랑을 한몸에 받는다. ‘미친 18세’로 분류된 고등학생 3인방 이빨강(문가영 분), 표치열(김정현 분), 오대구(안우연 분)는 사랑과 우정 사이에 있다.

“그 친구들만의 반항하는 감성이 있는 것 같아요. 그 나이에는 클럽에 가거나 술을 마시는 게 되게 큰일이잖아요. 성인이 되면 금방 바뀌는 거지만, 그때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이 있는 것 같아요. 말하자면 불안하지만 파릇파릇한, 어떤 직선적인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나중에는 대사에도 나오듯이 ‘남자는 그런 거지, 여자는 이렇게 해야 돼’라는 전략이 생기잖아요. 근데 저희는 꾸밈없고 단순한 것 같아요.”

안우연과 스케줄이 비슷해 쉬는 날에도 자주 본다는 김정현은 “실제로 서로에게 질투할 건 없다”면서 “호탕하고 시원시원한 친구다. 쉬는 날에 술도 자주 마신다”고 말했다. 훈훈한 현실남매의 표본인 공효진과의 연기 호흡은 두말하면 잔소리라고.

“지금 되면 하루에 2~3시간밖에 못 자는데 분량도 많아서 스트레스가 많을 때래요. 근데 누나가 장난도 쳐주고 자유롭게 해줘요. 처음에는 제가 ‘선배님’이라고 불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차 안에서 대기하는데 누나가 ‘넌 내가 어렵니?’라면서 얘길 꺼내셔서 깜짝 놀랐어요. ‘아니요. 누나 하나도 안 어려워요. 좋아요’라고 했더니 ‘누나라고 불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도 저는 호칭만 선배님이었지, 대하는 건 편하게 했는데 누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셨나 봐요. 제가 나이가 어린데도 공효진 누나를 비롯해 이미숙, 박지영 선배까지 동료로, 배우로 대해주셔서 감사해요.”


누나가 이화신과 고정원 사이에서 어떤 남자와 잘 됐으면 좋겠냐는 물음에 김정현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 “고경표 씨요. 잘해주잖아요. 누나가 더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어요. 화신이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한데, 누나가 좋아하는 쪽으로 손을 들어줘야죠. 마음은 그런데 말은 못할 것 같아요. 눈치만 보다가 누나가 좋다고 하면 얘기하겠죠?”

올해 27살인(90년생)인 김정현은 실제 나이보다 8살이나 어린 고등학생 역할을, 김정현과 동갑인 고경표는 실제 나이보다 9살 많은 36살 CEO 역을 맡은 것도 ‘질투의 화신’ 속 또 다른 재미 포인트다.

“이상해요. 한 분은 사장이고, 저는 고등학생 연기를 하는 게 이질감 아닌 이질감이 드는 거죠. 고경표 씨와는 서로 존댓말하고, 존칭 쓰고 있어요. 반말하는 게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금수정 아나운서 역을 맡은 박환희 씨도 동갑인데 만날 일이 없어요. 아마도 종방연 때나 만나지 않을까요?”

되돌이켜 생각해 볼 때 기억에 남는 장면은 스태프들과도 처음 만났던 첫 촬영에 찍었던 윗옷을 벗는 신이다. “그 날이 계속 기억에 남아요. 3시간 동안 10번 넘게 벗은 것 같거든요.(웃음) 사실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괜찮았어요.”

“언제 어떤 역할이 주어져도 시나리오 안에서 인물로서 살 수 있게 분석하는 연습을 계속하고 있다”는 김정현은 책임감 있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다. 그가 말하는 책임감은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거나 시간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하는 어떤 노력을 하는 것이다.

“책임감은 뱉을수록 무거워요. 나중에 후회할지 모르겠지만 많이 뱉어놔야 책임질 수 있는 게 생기잖아요. 모든 배우가 인물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겠지만, 더 하고 싶다는 마음에 그런 얘기를 계속하고 있어요. 훗날 피곤하고 도망가고 싶어질 때 기사 한마디에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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