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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우성, “카체이싱 분노 폭발에 감독님 ‘욕 좀 그만해라’”
“악인들의 도시 ‘안남’, 배트맨 고담시티와는 달라”
“촬영 내내 너무 피곤했던 부패형사 ‘한도경’”
“청춘의 아이콘? 실컷 즐길 걸 그랬다”
“’청불’인데, 천만 예감하시나요?” 지난 27일 오후, 서울 삼청동 모처에서 만난 배우 정우성. 그가 주연한 범죄액션영화 <아수라>가 개봉(28일) 하루 만에 50만 관객을 동원하는 역대급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며 절찬 상영 중이다.
정우성은 극 중 이권과 성공을 위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악덕시장 박성배(황정민)의 뒷일을 처리해주는 강력계 형사 ‘한도경’으로 분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아무리 찌질해도 주인공이니까. 멋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 전혀 하지 않았죠. 잘생긴 남자주인공이 범죄액션물이라..욕심은 생겼는데 한도경은 정말이지 촬영하면서도 내내 그가 어떤 놈인지 계속 찾아 헤맨 기억 밖에 나지 않았을 정도로 몰두했던 거죠. 그게 더 멋지게 나와서 다행입니다.”라고 말했다.
‘잘생긴 정우성’은 욕설과 피가 낭자하는 거친 <아수라>에서도 외적인 빛을 발한다. “자꾸 나이를 먹어 가는데, 자랑하는 거 같고..그런 외모를 인정을 하는 것이 난감해지기도 하고요. 극도의 스트레스가 폭발한 한도경이 분노의 카체이싱 장면을 연기할 때 제가 욕을 너무 많이 하니까 감독님이 욕 좀 그만하라고 말리더군요.(웃음) 이런 착한(?) 영화를 만드는데 왜 그렇게 무섭게 욕을 하냐고요. 또, 시사회 날 영화 초반 10분은 ‘내가 알던 정우성이 맞냐’며 어리둥절 하셨던 몇몇 감독님들도 계셨죠. 그들은 그 시간이 지나니 오히려 한도경이 되었구나 하고 응원해 주셨던 기억이 나요.”
정우성은 김성수 감독에게 “왜 이런 이야기를 쓰셨냐”고 반문했단다. “살인이란 원죄를 가지고 시작한 캐릭터라 더욱 쉽지 않았죠. 어느 날 제가 감독님께 중간에 촬영을 마치고 술을 마시며 정말 죽을 거 같다고 하소연을 했답니다. 다른 배우들과 호흡은 잘 맞았어요. 다만, 연기스타일과 경력 등 제 각각인 배우들이 뭉쳐 서로 감정을 주고 받으며 작품을 하나하나 완성해가는 성취감과 짜릿함을 온전히 느낄 때 전 그럴 여력은 없었죠. 감독님이 이렇게 찍었다고 보여주시면 ‘아! 좋구나, 그래도 내가 잘 가고 있구나!’란 생각만 들었을 뿐, 한도경이란 캐릭터가 너무 피곤하니까 스스로 성취감을 느낄 여유가 정말 없었거든요.”
함께 동고동락한 동료 배우들에 대해 그는 이렇게 느꼈다. “곽도원은 얼굴 표정 하나하나의 움직임이 마치 물결 치듯이 바뀌었어요. 감수성이 예민하고 풍부하죠. 리액션도 굉장히 큽니다. 공연 스케줄과 맞물렸던 정민형은 촬영장을 왔다가는 것이 힘들었을 거예요. 혼자 바쁜 척 하는 것 같아 매번 미안함을 감추지 못하는, 그런 형을 우리가 더 안쓰러워 했고요. 그런 그가 악덕시장 박성배를 만드는 모습을 보면 감탄만 나오더군요. 정말 형 같아요, 형으로서 여유로움도 잃지 않으려고 해요. 게다가 동업자 마인드가 강해 동생들을 끊임없이 배려해주는 분이죠. 또, 주지훈은 한도경의 과거이자 거울인 역할을 하는 중요한 캐릭터죠. 그런 남동생이 있다면요? 정말 피곤하겠죠. 교활하지만 사랑스러운 후배이고, 아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더군요. 마지막으로, 만식이는 촬영장서 와이프 자랑을 끊임없이 해 짜증이 납니다, 하하!”
김성수 감독과 <비트>(1997)를 하면서 영화 현장에 대한 즐거움과 자신감을 얻었다는 정우성은 김 감독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으로 <아수라>의 시나리오를 보기 전에 출연을 흔쾌히 응했었다. “감독님이 (배우인) 제게 말하더군요. ‘제작은 왜 하냐? 사업은 아무나 하냐? 난 사업으로 10년의 시간을 허비했어!’라고 충고해줬죠. 그런 형과 동생입니다.”
정우성이 손꼽는 <아수라>의 매력 포인트는 바로 “안남이란 도시의 영화 속 구현”이다. “배트맨이 지키는 ‘고담 시티’와는 사뭇 다르지만, 안남이란 도시를 통해 영화적 세계관을 구축했다는 것이 대단한 것 같아요.” 더불어, 배우 정우성을 바라본 업계 시각은 “정우성이 모든 걸 다 쏟아 부은 작품”이라고 평했다. 이에 대해 그는 “성수 형 작품이니까요. 함께 출연한 배우들에게도 좋은 감독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했는데, 다들 좋아했어요.”라고 두터운 신뢰감을 보여줬다.
데뷔 당시 ‘청춘의 아이콘’이라고 불린 정우성. “영화에만 몰두하지 말고, 그때 좀 다양하게 즐길 걸 그랬나 하는 후회는 들어요. 대외적으로 보여지는 제 이미지에 대해서는 거의 모를 정도로 지냈건 거죠. 좀 더 여유로워지긴 했어요. 이 작품 준비하면서 조인성과 출연한 ‘더 킹’(감독 한재림)이란 작품도 하게 되었는데, 인성이 비중이 더 커서 부담은 덜 됐죠. 그렇지 않았더라면 한도경에게도 몰입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감독님이 지나가는 말로 ‘이 작품을 좀 더 확장해서 다시 찍었으면 어떠냐’고 했죠. 전 고민 않고 거절했거든요.”
정우성의 요즘 일상은 격한 운동을 즐기며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 출퇴근을 하는 것이란다. “결제해야죠. 업무보고도 받고요.(웃음) 여행을 잘 못 갔는데, 요즘엔 1년에 한 두 번 이라도 짧게 다녀옵니다. 해외활동요? 한국영화 사수하기도 바쁜데..시대물 위주인 중국영화와 저와 잘 맞는지도 모르겠고요. 뭔가 새롭고 절 자극시키는 것이라면 국내에서도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