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리 인터뷰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인터뷰①에 이어] 소녀의 영락없는 순수함을 한 치의 오차 없이 표현했다. 청춘을 오롯이 담아냈다. 캐릭터에 녹아드는 연기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배우 한예리를 8월의 마지막 날,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다음은 한예리와의 일문일답.

▲‘사냥’ 매체 인터뷰 당시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편하게 다닌다. 그렇게 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도 있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잘 전달하려면 사람들 사는 대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고 했다. 요즘에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나.
엊그제도 지하철도 타고 버스도 탔다. (사람들이 알아보지 않나?) 아무도 못 알아본다. (몇호선을 타나?) 3호선, 7호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사람들을 관찰하고, 연기에 적용하기도 했나.
대중교통이 빠르고 편해서 시간 약속을 지키기엔 그만한 것도 없다. 사람들을 보게 되긴 하지만, 연기에 적용하진 않았다. 짐을 들 땐 저렇게 서 있는구나. 요즘 친구들은 저런 얘기를 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보게 된다. 내가 재벌 2세나 스타를 연기하는 것보다는 평범한 사람을 연기할 기회가 많을 것 같아서 (대중교통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면 좋은 것 같다.

▲연기와 한국무용을 병행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좋아서다. 힘들기도 하고, 매우 좋아서 미칠 것 같기도 하고, 다신 하기 싫기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다 겪어서 그런 것 같다. 내 삶의 일부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연기는 그렇지 않다. 정말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이 크다. 그래서 더 싫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싫어지면 안 할 것 같다. 왜냐하면 그 과정을 겪었던 게 있으니까. 연기가 순수하게 싫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싫어지면 내가 다시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연기가 싫어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좋은 선택을 하는 이유도 연기를 계속하고 싶은 마음에서 하는 선택이다. 결과를 생각 안하 고 하는 게 내가 연기를 오래 하려고 하는 마음과 같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못 가고, 지하철을 못 타는 일이 안 생기도록 그걸 늦추고 싶다. 사적인 영역이 노출되는 것을 늦추고 싶은 이유는 인생이 복잡해지고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내 직업이 연기자여서 인생이 힘들어지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될까봐.


▲예전 인터뷰에서 ‘여배우 기근 속 빛난 한예리’라는 호평에 대해 “훌륭한 여배우는 많지만 지금 같은 상업영화 시스템 속에서 여배우의 존재감을 살려주는 시나리오가 기근인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한 지 몇 년이 지났는데 지금은 좀 달라진 것 같나.
달라진 것 같다. 여성이 주인공이 된 영화와 드라마가 조금씩 생기고 ‘청춘시대’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변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콘텐츠의 힘 자체가 얼마만큼 중요한지 입증되지 않았나. (배우들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게 되지 않을까. ‘청춘시대’ 제작발표회 때도 많은 분이 ‘뭘 할 수 있겠냐’고 걱정하셨다. 타사에서 엄청난 드라마를 하니까 ‘청춘시대’는 버리는 카드로 준비했냐는 댓글도 봤다. 그럼에도 그런 생각을 다시 할 수 없게끔 과감하게 잘해냈다고 생각한다. 그건 콘텐츠의 힘이었다. 다시 한 번 보게 되는 힘.

▲‘유명해지는 게 무섭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런가
아니다. 이제는 유명해질 것 같진 않다.(웃음) 내가 아무리 인지도가 상승해도 적당한 기준이 생길 것 가다. 내가 유명해진다고 해서 인기 아이돌 가수처럼 유명해질 일이 없다.

▲‘청춘시대’ 종영 인터뷰 이후의 행보는?
영화 ‘최악의 하루’ 홍보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휴식을 취하면서 다음을 준비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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