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2' 김예원 인터뷰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배우 김예원은 꽃과 음악을 좋아한다. 그는 꾸며진 모습보다는 수수한 일상을 따뜻한 감성으로 기록한다. 영화 ‘엘레지’(Elegy, 2008), ‘투와이스 본’(Twice Born, 2012), ‘가장 따뜻한 색 블루’(Blue Is The Warmest Color, 2013) 등의 영화를 좋아하고, 영국 배우 에디 레드메인 좋아한다. 감성 뮤지션 우효의 ‘반야드’와 ‘안녕’, ‘UTO’를 추천했고, 백아연의 ‘이럴거면 그러지말지’를 소개하며 “사랑스러운 목소리가 좋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위해 자료 조사를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정보다.

김예원의 데뷔작은 영화 ‘가루지기’(2008)다. 노출신이 있고, 웬만한 베테랑 연기자들도 소화하기 어렵다는 언어장애인 역할이어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써니’(2011)에서는 소녀시대 리더 역을 맡아 야무지게 신을 강탈했고, 드라마 ‘로맨스 타운’(2011)에서는 베트남 가정관리사 뚜 자르 린 역을 맡아 “정말 배트남 사랑 같다”는 호평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2011년에 영화 세 작품, 2012년에는 단막극과 영화, 드라마 여섯 작품에 골고루 출연했다. 2013년에도 필모그래피 상으로 한 편의 주말드라마와 세 편의 영화, 두 편의 드라마를 끝냈다. 2014년에는 드라마 ‘불꽃속으로’와 ‘사랑만 할래’ 두 작품에 주연으로 이름을 올렸고 뮤지컬 ‘디셈버’와 ‘올슉업’에도 참여했다. 쉬지 않고 작품을 했던 그가 2015년에는 쉼표를 찍었다. 이유가 궁금했다.

“뮤지컬 ‘올슉업’을 마치고 ‘복면가왕’에 출연했어요. 그때가 소속사가 바뀌는 시기였죠. 회사가 바뀌고 나서 처음으로 들어간 작품이 영화 ‘국가대표2’예요. 제가 해야 할 몫이 확실히 있을 것 같았죠. 관객에게 웃음을 주고 상기된 분위기를 깨주는 역할이요. 그렇다 보니 촬영 내내 걱정하고 고민했던 것 같아요.”

맡은 역할을 잘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고 했다. “’써니’ 때 불량스러운 역할에 처음 도전했어요. 당시 회사에서 ‘써니’를 하자고 설득했는데 그때는 여자로서의 걱정이 컸죠. 지금과 마찬가지로 두려움과 책임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성격상 걱정을 많이 하거든요. ‘마음 편히 보내도 되겠다’는 순간이 전혀 없었어요. ‘잘하는 거 맞겠지?’라고 늘 되새겼고, 물음표였죠.”


◆나를 숨기고, 캐릭터를 살리는 ‘진정한 신스틸러’

지난 10일 개봉한 ‘국가대표2’에서 김예원은 결혼정보회사로부터 1등급을 받기 위해 아이스하키 국가대표에 지원하는 ‘가연’ 역을 맡았다. ‘가연’은 운동보다는 외모 가꾸기에 치중하고, 인생을 즐겁게 사는 인물이지만 극 후반에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경기에 임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사랑스러운 면이 있다. 그런 ‘가연’이 된 김예원은 이번에도 영민하게 신을 살리며 ‘신스틸러’로서의 역할을 다한다.

“VIP 시사회 때 지인들이 취중연기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해줬어요. 그 신이 사실은 ‘건축학개론’에서 조정석 선배님이 키스에 대해 원맨쇼 느낌으로 설명하는 그 느낌을 생각하면서 연기한 거거든요. 대본에는 4~5줄 정도의 지문이 있었고 대사도 없었는데 이 부분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재미없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자세 중에 가장 이상해 보이는 자세를 찾아서 연습하고 몇 가지 예시를 만들어서 감독님께 보여드렸죠.”

“취중연기도 실제로는 제가 술을 잘 마시지 않기 때문에 술 취한 사람을 유심하게 관찰할 수 있었던 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내 안에 있는 모습도 녹여내야 해서 대사 연습하는 장면을 스스로 녹화하면서 여러 가지를 종합해서 만들어낸 장면이에요. ‘가연’이 캐릭터가 자칫 잘못하면 관객이 부담스러워 할 수 있기 때문에 관객이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끔 캐릭터적으로 표현하는데 중점을 뒀어요. 멤버들 안에 잘 녹아 들면서 관객에게 웃음을 줄 수 있도록 감독님께 끊임없이 여쭤봤죠.”


◆시작점에서 ‘배우 김예원’을 바라보다

매체로 접한 김예원은 엉뚱하고 약간의 백치미도 있는 개성이 뚜렷한 인물로 상상했었다. 그런데 인터뷰에 앞서 자료를 수집하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직접 그와 인터뷰를 해보니 모든 것을 깨끗이 지우고 다시, 새롭게 봐야 할 만큼 그에 대한 정보는 전부 오류에 가까웠다. 따뜻하고, 감성적이고, 무엇보다 아직 보여줄 게 너무나도 많은 배우였다.

‘줄곧 자신과 반대되는 역할로 카메라 앞에 서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김예원이 “모든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 모습이 내재돼 있고 100% 정반대의 인물을 맡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이라는 설명을 곁들이며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던 순간에도 잔잔한 감성의 영화에서도 만나보고 싶다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에 펼쳐졌다. 나의 단면만 계속 보여주고 있는 느낌이라면 아쉬움이 들지 않았냐는 질문도 건넸다.

“역할에 대한 갈증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다양하게 도전하고 싶은데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와 다른 역할을 연기한다는 건요. 나와 다른 사람을 봤을 때 강렬한 인상을 받곤 하는데 그때 관찰력이 생겨요. 그 인상이 기억에 남으면 내 연기의 소스가 될 수 있는 거죠.”


2017년, 데뷔 10년차 배우가 되는 김예원은 지난 시간을 되돌이켜보며 “꾸준히 한결같이 온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여러 작품과 장르를 경험했지만, 아직도 답은 찾지 못했다. 인지도보다는 역할에 대한 갈증이 커서 “늘 다작이 답”이라고 생각하며 쉬지 않고 달려왔다. 다양하게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그대로다.

‘국가대표2’에 이어 김예원을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은 오는 24일 첫 방송하는 SBS 새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이다. 그는 공효진의 직장 동료이자 미인대회 출신 기상캐스터 ‘장주희’ 역을 맡았다. 극 초반에 에피소드를 만들 수 있는 인물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공효진, 조정석 선배와 호흡을 맞추게 돼서 즐거운 마음이 커요.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공효진 선배는 복잡한 상황에서도 소품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보고, 앞뒤 상황도 고려하면서 연기하시더라고요. 그런 모습까지 팬심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같아요.”

9년동안 탄탄히 내공을 쌓은 김예원이 다시 한 번 출발선에 섰다. 연기를 향한 진심을 찾아가는 김예원의 여정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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