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손예진 / 영화사 거미 제공


"이게 영화가 될까.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때 느낌이었죠. 후반작업까지 마친 게 벌써 1년 반이 넘었네요. 후시녹음을 세번이나 하고, 편집을 하는 도중에도 새롭게 내레이션을 해야 했고..완성본이 너무나 궁금했어요. 역시나 특별한 영화가 나온 거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배우 손예진이 영화 <비밀은 없다>(감독 이경미, 제작 영화사 거미)로 돌아왔다. 서른 다섯, 아직 미혼인데 중학생 딸을 둔 엄마다. 그녀의 파트너는 바로 김주혁. 8년전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이후 다시 부부로 만나 호흡했다. "엄마 잃은 딸, 그 딸을 찾기 위한 엄마, 그 속에서 피어나는 모성애 등등 다룬 작품들은 많아요. 근데, 이번 이야기는 굉장히 많은 것이 숨겨져 있죠. 예측 못하는 캐릭터가 바로 연홍이었고, 마지막 촬영까지 잊지 않았던 건 아이에 대한 사랑, 그게 집착이든 광기든 연홍식으로 지켜주고 싶었거든요."

<비밀은 없다> 포스터 속 손예진을 언급했다. 눈이 충혈되어 있더라. 손예진은 "연홍을 연기하면서 몰입한 나머지 약간 미쳐 갔다"고 말했다. 극 중 연홍이 자신의 신체 부위를 자해하기도 했고, 어떤 장면에서는 이상하게 집착을 한다. 엄마로써 해야 할 행동이 아니었다고 생각했다지만, 막상 촬영 해보니 "내가 이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그 눈빛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을 했단다. "감정만이 중요한 게 아니었죠. 감독님은 연홍이 무조건 단발이었으면 좋겠다고 주문하셨어요. 나중에 그 단말머리가 헝클어지고 부시시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시간이 갈수록 옷 색깔도 더욱 화려하게, 상황은 극에 치닫지만, 그러한 분위기에 쉽게 어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그러한 연홍의 심리적인 표현법 모두가 감독님의 철저한 계산에서 나온 정확함이 있었기에 마무리를 잘 할수 있었던 거 같아요."

'청순가련의 대명사'란 말, 대중이 손예진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니냐고 물었다. "데뷔 때부터 전 스스로가 청순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몰랐죠. 저랑 상관 없는 이미지였고, 당시 앳되고 풋풋한 청순녀가 대세였죠. 그러한 이미지가 대중에게 강하게 어필된 것이 아닌가 싶어요. 솔직히 이미지가 극대화 되었죠.(웃음) 전 오히려 만화적인 연기를 늘 해보고 싶었어요. <내 머릿속의 지우개>를 찍을 때도 멜로란 장르에서 여배우는 예쁘게 나와야 하니까. 그런 멜로물을 계속 하다보니 제가 하지 않았던 거에 관심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외출>에서는 불륜을, <연애소설>에서는 유부녀 등을 경험해 봤죠. 안해본 걸 해보고 싶을 뿐이예요. 평소엔 스릴러 보는 걸 좋아해 <론 서바이버>를 보며 절벽에서 사람들이 떨어지는 리얼한 장면을 보고 손에 땀을 쥐고 본 기억이 납니다, 하하!"

특부수대를 소재로 다룬 영화에 감동 받았던 손예진. 동성인 이경미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감독님이 원하시는 연홍에 대한 표현 과정이 굉장히 힘겨웠어요. 촬영을 하면서 걱정 반 들면서 이해 안되는 부분도 많았어요. 어느 순간 쿵짝이 맞아 남자가 아닌 여성의 시각으로 연홍을 보기 시작하니 더 깊게 감독님과 소통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라며 "솔직히 감독님이 참고하란 영화도 잘 안봤고요, 굳이 어떤 캐릭터의 이미지를 참고해서 그것에 각인이 되면 똑같은 모습이 될 거 같아 시나리오에만 몰두했던 거 같아요."


앞서 이 영화가 개봉을 하기 위해 오랜시간이 걸린만큼 손예진은 <덕혜옹주>(감독 허진호) 촬영도 잘 마쳤다. "주혁 오빠야 늘 좋은 기억 속에 남는 배우라 현장에서 늘 대화하지 않아도 여전히 배려심 많고 착했거든요. '덕혜옹주'로 호흡을 맞춘 박해일 오빠도 늘 함께 하고 싶었던 배우였어요. 실존인물을 처음 연기하고 역사적으로 아픈 스토리였기에 그 옆에서 든든하게 지켜준 해일 오빠 아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착한 사람이고, 배우로서 고마운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싶네요.(웃음)"

더불어, <비밀은 없다>에 이어 <덕혜옹주> 촬영에 임하니 자신감이 충만해 있었다는 그녀. "제가 연기를 하면서 연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어준 작품이 '비밀은 없다'죠. 두려움이 없어졌어요. 그래서 '덕혜옹주' 촬영은 생각보다 수월했죠. 여배우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캐릭터잖아요? 두 작품 다 기대해 봅니다."

손예진은 요즘 눈여겨 보는 후배로 김고은을 지목했다. "'치즈인더트랩'을 봤는데,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갖췄고 사랑이 많은 느낌의 마스크를 가졌어요. 물론, '비밀은 없다'에서도 중학생 딸의 친구인 미옥(김소희 분)과 긴 호흡을 했는데, 연기 경험이 전무한 대구 출신의 중학생이었죠. 연기자의 꿈도 제대로 키우지 못한 풋풋한 아이였고, 예쁜 역할도 아니었지만 꿋꿋하게 연기를 잘해내는 모습을 보니 제가 과연 저 나이에 저런 역할을 할 수 있었겠는가란 의구심이 들었을 정도로 굉장한 친구였어요. 한편으론, 데뷔작부터 고생을 해서 모든 영화가 다 이렇구나 생각할까봐 걱정도 들었죠."

손예진은 데뷔를 드라마로 했다. 안방극장 컴백에 대한 궁금증과 해외진출에 대해 "늘 열려 있다"고 답했다. "요즘 사전제작 드라마가 많아지고 있어 그만큼 시간이 있으면 공을 들여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있죠. 최근 제주도를 배경으로 중국영화 '나쁜놈은 반드시 죽는다'를 찍었는데, 계속해서 러브콜은 들어 오고 있어요. 아무래도 지금은 한국영화가 우선이죠. 이 역시 더 좋은 상황과 여건이 있으면 얼마든지 해외활동은 해보고 싶어요."

영화 <비밀은 없다>는 오늘 6월 23일 개봉한다. 배우 손예진이 작품을 꼭 추천해 주고 싶은 포인트는 바로 "모두가 똑같이 울고 웃는 장면이 없다"라는 것이다. 그 만큼 손예진에게는 이 영화가 특별하다. 모성애와 가족애, 배신감 등등이 복잡 미묘한 감정과 적절히 잘 배합되어 몰입도를 극도로 올려준 그녀의 새로운 도전이 빛난 작품이라 흥행성적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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