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결혼계약' 이서진 /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이서진의 필모에 인생작 하나가 추가되었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는 명대사 하나면 누구나 아는 ‘다모’부터 사극 ‘이산’, 주말극 ‘참 좋은 시절’까지 이서진은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신뢰를 쌓아왔다. 최근에는 나영석PD와 함께한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덕분에 친근한 이미지를 얻었다.

배우에서 예능인의 옷이 더 자연스러울 무렵, 이서진은 MBC 주말드라마 ‘결혼계약’을 만났다. ‘결혼계약’은 진부한 멜로에 그칠 수 있는 시한부 선고받은 미혼모와 재벌 2세의 사랑 이야기라는 소재에도 ‘주말극에서 보기 힘든 연출 예술’이라는 대중의 평을 받으며 웰메이드 드라마로 분류되었다.

김진민PD는 “연기를 끌어내는 연출” 방식을 취했다. 이서진은 김진민PD의 연출 방식에 대해 “잘 찍으면서도 빨리 찍는다. 새로운 걸 요구하는 게 많아 밤새는 촬영이 없는데도 촬영하면 피곤하다. 신을 찍고 나면 어마어마한 신이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정통멜로라도 작가가 다르다고 썼으면, PD는 더 다르다고 만드는 게 훌륭한 연출이라고 생각한다고 첨언했다.


피곤하긴 해도 이서진은 PD의 요구사항에 맞춰 연기했다. 캐스팅 단계에서 이서진은 평소 친분이 있는 김진민PD에게 그가 맡은 ‘한지훈’을 누가 봐도 착한 인물이 아닌, 점차 변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이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배우의 의견을 적극 수용한 정유경 작가는 3일 만에 대본을 고쳤고, 이에 감동한 이서진은 ‘결혼계약’ 행에 올랐다. 물론 그 이후에는 어떠한 요구사항도 하지 않고 작품에 매진했다.

‘결혼계약’ 속 이서진을 보면 어딘가 모르게 친근하다. 그는 한적한 시골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야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삼시세끼’에서 본연의 모습을 보여줘 대중의 호감을 얻은 만큼, 이번 작품에서 예능 속 이미지를 연장선상으로 보여줬다. 물론, 김진민PD가 항상 새롭게 던져주는 숙제를 감내하면서 즐겁게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서진은 한치훈을 연기하면서 “나도 어릴 때는 이런 사랑을 해본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다. “그땐 모든 걸 버리고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죠. 오래전엔. 한동안 잊고 살았던 감정을 연기하면서 제 생각에는 열정은 높은데 사랑에 대한 이해나 깊이는 나이가 들면 알게 되는 것 같더군요. 저보다 선배들이 멜로를 하면 정말 잘할 것 같아요. 주어지지 않아서 못해서 그렇죠.”


십 여 년의 세월이 흐르기 전과 후에 했던 멜로 연기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이서진은 “나이가 들면 누군가에 대한 배려가 생기고, 사람들이 연애하는 것도 보면서 ‘이렇게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다 보니 더 풍성해지고 풍부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제 나이에 일할 수 있다는 건 당연히 기쁘게 생각하고 고맙게 생각한다”는 이서진은 10년 후 자신의 모습도 덤덤하게 그렸다. “10년 전에 똑같은 질문을 받고 ‘애 하나 있지 않을까요?’라고 답했는데 ‘삼시세끼’를 찍었어요. 그래서 10년 뒤는 어떻게 될지 더 모르겠어요. 잘살고 있어야죠. 거창한 계획보다는 새롭게 시작한 KBS 예능프로그램 ‘어서옵쇼’나 잘 됐으면 좋겠어요.(웃음)”

[인터뷰②] 이서진 “17살 연하 유이, 날 믿고 따라줬어요” 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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