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다행히 15세 관람가라네요. 흥행 가능성도 활짝 열렸어요.(웃음) 영화 '곡성'은 미스터리 스릴러물이죠."

배우 곽도원이 영화 <황해>의 인연으로 6년 만에 내놓은 나홍진 감독의 신작 <곡성>의 주인공이 됐다. 이 작품은 나 감독이 3년이라는 공을 들여 완성한 시나리오. "2013년 10월 쯤인가..제 활동이 뜸할 무렵, 나 감독에게 전화가 왔어요. 작품에 대한 의논을 하자고요. 시나리오는 안주고 제 근황만 물어 보는 거예요. 두 번째 만남에서는 제 역할이 있는데, 어떤 캐릭터인지는 알려주지 않았어요. 술을 한잔 했죠. 나 감독은 그 자리에서 대뜸 제게 '시나리오 분석을 했냐, 그렇다면 우리나라 배우 중 누가 잘 하겠나, 그 이유는 뭐냐, 장단점을 말해 달라'고 묻다가 헤어졌죠. 세 번째 만남에서 그는 제 역할을 무슨 역할로 예상되냐고. 그래서 전 비중있는 조연이냐고 물었죠. 그러곤 주인공이라고 하더군요, 하하!"

이러한 캐스팅 비화를 밝힌 곽도원은 나홍진 감독에 대해 "사람들을 지독하게 뽑는다"고 혀를 내둘렀다. 대학로의 연극배우들 중 <황해>에 출연 경험이 있는 배우들이 거짓말(?) 더해서 절반 가량이었다고. "덜컥 주인공이라고 하니 시나리오를 다시 볼 수 밖에 없었어요. 나 감독은 <황해> 이후 줄곧 제가 출연한 작품들, 인터뷰까지 모두 다 봤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이번 '종구' 역할도 충분히 해낼수 있을거라고 말하더군요. 그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할 자신은 없었지만, 그런 제 장점을 끄집어 내준 나 감독과 현장에서 함께 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감사했습니다!"


곽도원에 대한 나홍진 감독의 믿음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곡성>의 제작 투자사인 폭스인터내셔널 측은 "곽도원 말고 다른 배우"라고 했다. 곽도원 또한 "제가 봐도 그 분이 맞더라고요.(웃음) 나 감독은 제게 자신있냐고 물었어요. 오늘 가서 그들의 의지를 꺽어야 한다면서..애초에 시나리오 작업하면서 주인공이 나였다고, 허허. 혹시나 <곡성2>가 나온다면 전 안할래요"라며 손사레를 쳤다.

"곽도원의 연기를 보면 기분이 나빠진다"는 말에 그는 웃었다. "'변호인'에서는 정말 악역이었어요, 인정해요. 그런데, '범죄와의 전쟁'은 주인공이 깡패잖아요? 전 공무수행중인 검사였어요. 또, '회사원'에서는 소지섭이 살인청부업자지 전 엄연한 내근직 역할이었습니다, 하하!"

<곡성>의 촬영을 앞둔 나홍진 감독이 곽도원의 '절대 악역' 이미지를 두고 한 말이 있다. "저 눈깔 봐라". "한달 간 '종구'가 되기 위해 노력했어요. 지극히 평범한 가정의 처와 외동딸을 둔, 시골파출소의 소심한 경찰이었기에 세상을 아름답게 봐야 한다네요.(웃음) 실제로도 전 그렇게 살기가 쉽지 않았죠. 과거 연희단거리패에 속했을때, 술자리를 하면 다음날엔 못 일어날 정도로 마셨어요. 무단이탈로 퇴단을 다섯번이나 경험한 제게 조영진 선배가 '10년동안 참아도 한번 실수는 널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며 따끔한 충고를 해줬어요. 그 소중한 한 마디가 절 '종구'로 만들었죠. 악한 마음을 갖고 무언가를 하는건 쉬운데, 누군가를 사랑하는건 어렵다. 내가 희생해야 한다. 참고 해내야 비로소 '종구'로 된다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주문했어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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