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구는 흥행불패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김은숙 작가 작품의 힘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남자인 나도 설렐 만큼 '밀당의 고수'다. '여자들이 되게 좋아하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들었다놨다를 잘한다"고 답했다.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요즘 이 남자 뜨겁다. ‘태양의 후예’ 서대영 상사 역의 진구다. 사랑하는 여자를 향한 묵직하고도 애달픈 순애보에 여심은 매료되었고, 동료를 아끼고 배려하는 강인한 군인의 모습에 시청자들의 기대와 관심이 쏟아졌다. 지난 2003년 SBS 드라마 ‘올인’ 이후 뜨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배우 진구를 만났다.

과거 진구가 거주했던 지역에 살았던 한 기자가 “나도 ○○아파트에 살았다”며 친근한 인사를 건네자, 그는 집 근방 여러 가게의 이름을 거론하며 “그 가게도 가보셨어요?”라고 편안한 대화를 이어갔다. 진구가 살았던 그 아파트에는 진구가 아닌 부모님이 거주하고 계신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하대하지 않고 동료처럼 생각해 준” 유하 감독·조인성
주연배우로서의 강점, 이중매력·틀에서 벗어난 캐릭터
“내 안에 깨방정, 다정다감도 있어”

진구의 아버지는 영화 ‘수탉’, ‘아찌 아빠’ 등 50편에 이르는 작품의 작업한 진영호 촬영 감독이다. 진구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부터 영화 촬영장을 오가며 자연스럽게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숱한 작품을 만들어온 진구의 아버지는 아들의 드라마인 ‘태양의 후예’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물었다.

“요즘은 한결같이 ‘좋다’ ‘잘했다’고 하세요. 영화 ‘마더’ 이전과 이후로 아버지의 조언이 달라졌는데 이전에는 아버지가 촬영 감독처럼 ‘카메라 감독이 누구야? 이 장면 잘 찍었다고 전해’라던가 카메라 워킹, 색감에 대한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이병헌 선배도 ‘이 장면에서 좋았다’고 칭찬해주시곤 했는데, ‘마더’를 찍고 나서는 ‘좋았어’ ‘잘했어’라고 칭찬만 해주셨고 ‘이제 나는 너한테 말 안 해도 되겠다’고 하셨어요. 아빠로 변한 것 같아요.(웃음) 두 분에게는 연락이 안 올수록 좋죠.”

연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인기스타’가 되고 싶어 연기를 시작한 진구는 “연기에 마력이 있다”는 말도 연기하다 보니 알게 됐다고 했다. 데뷔작인 ‘올인’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그는 “어린 나이에 큰돈을 만지고 작품도 많이 들어오다 보니 연예인 병에 걸렸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올인’ 때 인기는 15일 천하였어요. 화보 촬영차 한국을 1주일 비웠는데 한국에서는 진구가 없더라고요. 그 이후에 좋은 작품을 만나기까지 3년이 걸렸죠.”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맛 본 사람이 원치 않는 순간에 제자리로 돌아가야만 한다면, 그보다 가혹한 순간이 있을까. 진구도 지난 시간들을 “연기 하는 게 힘들고, 재미없었고, 떨어지기 위한 오디션만 보러 다녔다”고 기억했다. 욕망을 내려놓고 제작진이 원하는 연기를 보여준 순간 기회가 찾아왔다고 했다.

굳게 닫힌 진구의 마음의 문을 연 건 영화 ‘비열한 거리’(2006)를 만나면서부터다. “유하 감독님도 거장이고 (조)인성 이도 톱스타인데 두 분 모두 저를 하대하지 않고 동료처럼 생각해 주셨어요. 유하 감독님, 조인성, 천호진 선배님과 함께 연기하면서 ‘안 혼나고 욕 안 먹는 현장이면 매일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연기자로 활동하며 진구는 스스로를 찾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기존 틀에서 벗어난 모습이 많았어요. 범죄자를 연기하든, 정의로운 사람을 만나든 이중적인 모습이 제 강점이었죠. 유쾌하게 연기했을 뿐인데 우울함이 있다고 하신 분들도 계셨고요. 평가해주시는 분들이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하죠. 14년 동안 연기하다 보니 제 강점이 생기는 것 같아요”라고 자신이 가진 강점에 대해 언급했다.


그동안 진구는 강한 남성성이 드러나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선 굵은 배우’로 인식되기도 했고, 뚜렷하게 정의 내릴 수 없는 캐릭터들을 연기해오며 ‘연기파 배우’로 스펙트럼을 넓히기도 했다. 그가 바라본 배우 진구는 어떤 모습일까. “선 굵은 배우이기도 하지만 확실히 깨방정이기도 하고요. 다정다감과 알콩달콩한 면도 있는데 이런 모습들을 표현하고 연기하는 법을 못 깨우친 것 같아요. 이번에 ‘태양의 후예’를 하면서 많이 배웠죠. 멜로에 대한 부담감도 줄었고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진구는 그만의 서대영을 탄생시키며 또 하나의 인생캐릭터를 완성했다. ‘진구앓이’에 한창인 애청자들은 그가 지난 2014년 9월 결혼해 이듬해 6월 29일 득남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 아닌 충격(?)을 받았다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진구는 “너무 늦게 빠지셨어요. 일찍 빠졌으면 결혼을 막았어야지.(웃음)”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뜨거운 관심을 보내주신 모든 분께 정말 감사드려요. 결혼해도 좋아해 주시니까 정말 기분 좋아요”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태양의 후예’와 함께 배우 인생 2막을 연 진구는 영화 ‘원라인’(감독 양경모)을 차기작으로 결정했다. ‘원라인’은 작업 대출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범죄오락영화로, 임시완, 박병은, 이동휘 등이 출연한다. 서 상사 만큼이나 매력적이고, 그보다 더 새로운 진구의 매력을 만날 수 있다고 하니 기대하고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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