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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심은경, "'수상한 그녀' 이후, 늘 잘하는 모습만 생각했다"
"'널 기다리며'의 심은경, 광기 어린 소녀가 되다"
"연기력 부재? 희주란 복잡한 캐릭터가 처한 현실"
"앞만 보고 달린 배우의 길, 초심 잃고 싶지 않아"
스물두 살, 여배우 심은경을 만났다. 가까이 보니 두 볼의 살이 쏘옥 빠져 있었다. 영화 <널 기다리며>의 시사회가 있었던 전날, 고작 1시간을 자고 온종일 인터뷰 타임을 가져야했던 그녀. "요즘 입맛이 없네요.(웃음) 작품에 대한 심적 부담감은 아닌데, 예전엔 먹을 것은 잘 먹었거든요. 솔직히 궁금하기도 하고요. 제 영화를 본 관객들이 절 어떻게 생각할까, 이해가 될까 등등 궁금하고..개봉일도 기다려지구요."
작품 선택에 있어 고민과 걱정은 늘 하기 마련이라는 심은경은 <널 기다리며>의 메인포스터가 부담스러웠나 보다. 혼자 작품을 차지할 만큼의 연기를 보여줬나 하는 생각 반대 편에서는 지금도 스스로의 연기에 대해 많이 부족하다는 갈증을 느낀다.
"너무 궁금해서 기술시사회 때 이미 작품을 봤어요. 난 최선을 다했는데, 희주라는 캐릭터도 최상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캐릭터가 굉장히 복잡해서 관객들의 공감을 잘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궁금한 거죠. 아버지의 복수를 다짐하는 냉정함과 잔인함, 천사와 같은 순수함 등등 표현할 게 너무 많은 거예요. 처음 희주란 역할을 제안 받았을 때, 이해하기가 힘들었어요. 전 캐릭터는 적어도 이렇게 살았겠구나 하는 공감은 들었죠. 나의 연기력의 부재인가란 생각 자체가 그 혼란스러운 희주의 감정으로 비주어 질거라고 다짐하면서 연기에 임했어요."
심은경은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의외로 강한 모습을 보였다. 피가 낭자하는 장면들이 많았지만, 조금 더 쎄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녀는 살인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살인의 동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희주가 왜 그러한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어떠한 심정인지를 잘 보여주면 관객들도 동의할 거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의 영화 '렛미인'(2008)처럼 말이죠. 감독님은 제가 가진 순수한 눈망울을 잊지 말고 끝까지 가줬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내면 깊은 곳의 악이 존재는 하지만, 결국은 순수한 소녀의 모습이라고 말이죠."
"어릴적부터 호러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고 말한 심은경은 살인에 대한 장치를 보여주기 보다는 연기적으로 캐릭터를 보여주고자 했다. 그녀가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바로 옥상 장면과 그네를 타는 것이었다. "(웃으며) 전 고소공포증이 있어요. 옥상 모서리에 대롱대롱 앉아 친엄마와 의붓아버지의 일상을 엿보는 장면도 아찔했거니와, 그네 또한 복잡한 감정선과 함께 힘겹게 타야 하는 마지막 장면이었기에 너무나 힘들었죠. 제겐 그런 것들이 공포로 다가왔고, 이를 악물고 그 당시 상황에 집중하며 견뎌낸 기억이 나요."
<내일도 칸타빌레>, <수상한 그녀>의 어여쁜 말괄량이 심은경에게 가장 궁금했던 건 '왜 하필 이 작품이었냐'는 것이다. 그녀는 "연기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어요. 결국 그 답은 또 찾지 못했죠. 앞만 보고 달려온 것도 있고, 욕심이 많은 거죠. '수상한 그녀' 이후로 너무나 큰 사랑과 상도 받았고, 그로 인해 잘하는 모습만 생각하게 되고, 작품만 많이 하면 성공하는 여배우의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내가 처음 연기를 했던 그 설레는 감정을 되찾고 싶어요. 초심을 잃지 말자는 거죠. 앞으론 한 작품을 하더라도 더 많은 집중력을 기르자는 게 목표에요."
죽을 때까지 연기만을 고집하겠다는 신념은 버리지 않는 심은경은 "제가 예능 출연으로 외도를 해봤자, 별 다른 끼를 부릴 자신이 없어요. 늘 뛰기만 했던 기억이 나요.(웃음) 전 연예인이 아니거든요."라고. 그런 그녀가 출연하는 작품 중 올해 개봉 예정작만도 4편 이상이다. 그래서 "욕심 보다는 열정"이었다고 말하는 게 배우의 길을 선택한 그녀의 연기관에 더 잘 어울리겠다.
심은경이 주연한 영화 <널 기다리며>는 아빠를 죽인 범인이 출소하면서 그를 15년간 기다린 소녀(심은경)와 형사(윤제문), 그리고 살인범(김성오)의 7일간 추적을 그린다. 오는 3월 10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