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검은 최근 '더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월 6일 KBS2 '연예가중계'에 출연한 개그우먼 박나래가 자신의 집에 마련된 '나래바'에 초대하고 싶어하는 것을 전하자, "초대해주시면 감사하죠. '연예대상'때 처음 뵀는데 유재석 선배님과 함께 제게 신인상을 주셔서 매우 영광이었어요. '나래바'에 초대해주신다니 정말 감사해요"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날짜에 대한 기억이 맞다면 2015년 1,2월쯤 지하철에서 박보검을 봤다.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에서 왕십리역으로 가려던 참이었다. 일요일 이른 아침이라 사람이 거의 없었다. 나는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고, 박보검은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긴 패딩에 머리는 무스로 깔끔하게 정리한 모습이었다. ‘꼭 한번 인터뷰해야지’라고 생각했던 배우라서 그를 기억하고 있던 때였다.

지금껏 살면서 지하철에서 연예인을 본 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어서 “설마 연예인이 지하철을 타겠어?”라는 생각만 했었다. 그래서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진 않았지만, 무표정한 사람들과 달리 그다지 무덤덤하지도 않은 선한 느낌으로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 특별하게 느껴져 지금도 그때가 또렷이 생각난다. 지하철에 몸을 싣고 나서야 업계 지인에게 “박보검이 지하철을 타고 다니냐”고 문자를 보냈었다. 지인은 “응. 소속사에서 아직도 대중교통 이용하게 한다 더라고”라고 확인해주었다. 그때 당시 몇 날 며칠을 ‘지하철을 타는 개념 배우’로 얘기했던 기억이 있다.

이후 박보검은 시청률 20% 돌파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대세 배우’가 됐다. 이제 다시 지하철에서 그를 보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지하철을 이용하는 그의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됐다. 그는 언제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을까? 지난 24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박보검과의 인터뷰는 이 이야기로 시작했다.

이야기를 듣던 박보검은 “어디 갔던 걸까요? 궁금하네. 저 혼자 잘 다녀요. 개인적인 일정은 혼자 지하철 타고 잘 다녀요. 아마 머리에 무스를 바른 거 보면 촬영 끝나고 간 것 같은데. 절 알아봐 주시고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기하네요”라며 해사한 미소로 인사했다. “잘 부탁 드립니다.”


◆박보검에게서 보여지는 가치관…경청, 소통, 반성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이 종영된 지 한참이 지난 후에 진행된 인터뷰여서 작품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하지 않았다. 대신 현재 출연 중인 ‘꽃보다 청춘’, ‘뮤직뱅크’에 관한 질문과 배우 박보검에 대해 몇 가지 물었다. 시작은 ‘배우 박보검’에 관한 이야기로 출발했다.

‘응답하라 1988’에서 천재 바둑기사 최택 역을 맡은 박보검은 이번 작품을 위해 처음으로 바둑을 3개월 동안 배웠다. 집에 바둑판도, 바둑돌도 있었지만 한 번도 잡아본 적이 없었다. 김지훈 사범에게 바둑을 사사 받은 그는 “처음엔 어리둥절했던 바둑이 배우면 배울수록 재밌었다”고 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바둑을 배웠어요. 그래서 솔직히 바둑 하는 분들이 ‘박보검 진짜 바둑 잘준다’는 칭찬을 듣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근데 그만의 실력이 안 돼서 감독님, 작가님께 죄송했어요.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죠.”

매 작품 캐릭터가 다 다르지만, 박보검은 언제나 대본에 충실 한다고 했다. ‘응팔’ 전에 했던 ‘너를 기억해’때는 변호사 역을 연기하기 위해 변호사를 처음 만났다고. “그때 변호사님이 하는 말투를 몰래 관찰했고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서 구체적으로 여쭙기도 했어요. 장나라 누나가 ‘학교’라는 작품을 하기 전에 선생님을 찾아가서 많은 대화를 나눴고, ‘너를 기억해’때는 직접 형사도 찾아가서 연기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배우려고 저도 많이 노력했어요.”


대본이 다 나와 있는 상태에서 작품을 만드는 영화와 달리 드라마 제작은 천차만별이다. 생방송에 가까운 수준으로 촬영이 진행될 경우 쪽대본이 난무한다. “영화는 캐릭터를 분석하고 인물의 일대기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여유로운데 드라마는 시놉시스에 대한 것이나 앞으로의 전개를 확실히 알지는 못해요. 그럴 때는 오로지 대본에 의지하고 내가 느낀 대로 감독님, 작가님께 여쭤보죠.”

배우로서 박보검은 “연기의 기초가 탄탄하게 되어 있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기초가 탄탄해야 발전할 수 있고, 인간으로서도 믿음이 자리 잡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믿음이 흔들리지 않으려고 그는 노력 중이다. “매우 감사한 점은 회사분들이나 가족들이 내 아들, 내 배우라고 해서 잘한다고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면 못한다고 객관적으로 보고 채찍질을 해주세요. 그 점은 제가 참 복 받은 것 같아요.”

잘되라고 하는 ‘쓴소리’도 가장 위로받고 싶은 내 사람들에게 들으면 때론 더 큰 상처가 되기도 한다. 해서 걱정스러운 마음을 내비쳤더니, 박보검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을 이었다. “가까운 사람의 말을 듣는 게 맞잖아요. 내가 잘못한 것을 바로 수긍하고 고치려는 습관을 들이고 있어요.”


◆박보검 인생 최고의 일탈, “연락 안 하고 늦게 귀가하기”

인터뷰하는 시간 동안 바라본 박보검은 듣던 대로 배려심 깊은 착한 청년이었다. 마지막 날, 마지막 타임에 진행했던 인터뷰여서 피곤할 법도 한데 힘든 내색은 전혀 하지 않을뿐더러, 모든 질문에 귀 기울이고 최선을 다해 답하는 모습이었다. 30분이라는 예정된 인터뷰 시간이 야속할 정도로 인상 깊은 인터뷰이였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착하고 바른 사람으로만 비춰지면, 한편으론 힘들지 않을까” 였다. 박보검은 “착하고 바른 이미지가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을 가끔 해주세요. 그런데 저는 ‘이미지’라는 말 자체가 좀 그래요. 제가 굳이 ‘난 착하고 바른 사람이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미지가 되고, 선한 이미지 때문에 힘든 것처럼 느껴지진 않거든요. 부담감을 느끼지는 않아요”라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일탈을 꿈꾸지도 않는다고도 했다. 인생 최대 일탈은 “연락 안 드리고 되게 늦게 들어간 것”이라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학교 다닐 때는 보충학습을 해서 늦어도 10시 정도였는데, 보통 학원에서나 제가 연락을 드렸어요. 성인이 돼서도 늦게 들어간 적은 없었고요. 늦게 들어가는 것도, 연락을 안 하는 것도 찝찝했거든요. 일할 때는 가족들이 알고 있기도 하고 연락을 드리니까 괜찮은데, ‘응팔’하기 전에 연락을 안 드리고 늦게 들어간 적이 있었어요. 그때 정말 많이 혼났어요. 가족들과 이야기를 안 할 정도로요. 그래서 많은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연락을 꼭 드리고 늦게 들어가라’는 거에요.”

대중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배우. 박보검의 최종 목표는 ‘같이 작품 해보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리한 목표였지만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다짐으로 다가왔다.

“’같이 작품 해보고 싶은 사람’ 안에 다 담겨 있잖아요. 그래서 쉽지 않겠지만요. 함께 하고 싶은 배우이자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인터뷰②] 박보검 “아이린vs혜리? 친구같이 편한 사람 만나고 싶어요”]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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