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배우 이병헌 / 쇼박스 제공


“조승우는 리액션 강한 남자”
“잘되면 속편? 재미있어야 한다”

"사회성 짙은 영화 처음 해봤어요. 게다가 사투리까지..새로운 걸 도전하겠다는 거창한 욕심이 아니라, 제가 시나리오를 선택하는 기준은 재미있냐는 거예요. 이 작품도 그랬고요."

4일 가을 낮,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병헌. 그는 대한민국 남성들이 늘 흠모하는 대상이자, 이 시대 최고의 배우이다. 그가 웹툰 <내부자들>(감독 우민호)로 하반기 스크린 공략에 나선다. 그것도 철저하게 망가진, 복수심에 꽉 찬 정치깡패 '안상구'로 말이다.

"처음 감독님의 시나리오를 보고 '안상구'란 역할에 매력을 못 느꼈어요. 이강희(극 중 조국일보 논설주간)가 가장 탐났죠.(웃음) 그 역할을 백윤식 선배님이 너무나 훌륭하게 잘 해주셨어요. 또 다른 캐릭터인 우장훈(조승우) 검사는 이미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고요" 이병헌은 이러한 세 명의 캐릭터들이 조화를 이룬 이 작품 자체가 탐 났던 것이다.

남자의 또 다른 상징, 수트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카리스마 있는 그의 모습이 영화 처음부터 압도한다. 그의 입에서 순간 투박한 전라도 사투리가 나올 즈음엔 충격이었다. 사투리 연기를 못해서가 아니라, 지금까지 보여줬던 배우 이병헌의 선입견이 한 순간에 깨진 느낌이었기에 마냥 신선했다. 이에 이병헌은 "우리나라 말이니 할리우드 가서 영어로 대사를 하는 것보단 쉬웠죠. 전라도 광주출신의 깡패였지만, 서울로 상경한 지 오래된 설정이라 어느 정도는 표준화된 느낌의 투박한(?) 사투리를 구사했어요. 지방 출신의 주변 스태프들의 조언도 이를 연기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라고 말했다.

이병헌은 아시아의 한류스타로, 최근엔 할리우드의 톱 배우 '에단호크'와 호흡을 맞춘 <황야의 7인>의 촬영을 무사히 마치며 월드스타로의 활발한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그는 "제가 에단호크와 동갑내기더군요.(웃음) 실제 촬영장에선 서로 모니터링도 해주고, 리허설을 통한 연기에 대한 연구도 많이 했어요. 그는 참 좋은 매력을 가졌어요. 진정 배우의 얼굴을 가진 사람이에요."라고 함께 작업한 에단호크와의 찰떡 궁합을 자랑했다.

<내부자들>을 통해서도 이병헌은 자신이 맡은 '안상구'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정치깡패이면서 그 이면엔 연예기획사 대표로 활동했던 안상구는 "영화광에 패션도 도드라지게 신경을 쓰는 캐릭터였어요. 실제 이 영화의 최종 완성 본, 즉 디렉터스 컷은 무려 3시간 40여 분이거든요. 영화사 관계자들과 배급사에서 고민을 많이 했죠. 1, 2편으로 나누어도 될 만큼 속이 알찬 작품이었어요. 제 캐릭터에 있어 감독님도 욕심이 많았나 봐요.(웃음) 극 중 안상구의 장발 헤어스타일 만큼은 <케이프피어>의 ‘로버트 드 니로’처럼 아주 센 분위기로 펄럭이며 가줬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하하!"

그 뿐이었을까. 복수심의 서막을 알린 안상구의 오른팔이 잘리는 장면의 촬영 순간을 떠올린 이병헌은 혀를 내두르며 "제 잘린 손목을 스스로 집어 가는 장면까지 담아내고 싶었다는 감독님의 생각,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였어요. 감독님은 '안상구가 왜 복수를 끝까지 하려는지 설득력이 필요해서'라고 말했지만 결국 관객들의 상상력에 맡기고 편집을 당했죠."


이 작품은 '남남케미'가 유독 빛을 발한다. 이병헌의 상대가 바로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로 분한 조승우다. "저랑 잘 어울리나요?(웃음) 그런 반응이라니, 놀랍네요. 승우랑 이 작품에서 처음 만났지만, 내 애드립을 다 받아줄 정도로 리액션이 굉장히 강한 친구예요. 갑작스럽게 '어이, 깡패!'라고 불러줄 때도 내가 진짜 깡패가 아닌지..하하!"

이러한 두 배우의 호흡은 극 중반으로 넘어갈수록 블랙코미디적인 요소로 작용해, 때론 관객들의 배꼽을 시원하게 잡아 줄 예정. 이는 1천 2백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광해>의 유쾌발랄한 어릿광대 '하선'역 처럼 보는 이들로 하여금 충분한 재미와 웃음을 선사한다. "전 이 영화의 원작 조차 접하지 않았어요. 선입견이란 게 두려웠거든요. 감독님도 말렸죠. 그저 단순 무식하며 저돌적인 모습만 대중에게 보여줄 거라고..그러면서 제 스스로 캐릭터를 만들어 나간 거죠.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로 다가옵니다."

본래 배우가 꿈이 아니었다는 이병헌. 어린 시절 삼촌을 따라가 극장에서 처음 본 영화가 바로 <빠삐용>이다. "주인공이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장면만 새록새록 해요. 너무나 임팩트한 장면이었거든요. 그 당시엔 내가 영화를 좋아 한 건지, 극장을 좋아 한 건지 잘 몰랐어요. 한 켠에서 피어 오르는 오징어와 땅콩 냄새, 자욱한 담배 연기와 시멘트 벽에 붙은 곰팡이 냄새 등등..그 장소가 놀기 좋았던 걸로 기억나요" 지금도 그의 마음이 가장 자유로워지는 순간은 집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영화를 볼 때란다.

어머니 친구분의 추천으로 군입대를 앞둔 대학시절 탤런트 시험에 합격했을 당시에도 "내 꿈은 배우가 아니다"라고 되뇌었다는 그는 배우 이병헌이 되기까지 지난 24년 간 함께 걸어준 그의 필모그래피가 그저 신기한 듯, 뿌듯하게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이번 영화가 흥행하면 속편에 출연할 의사가 있냐고 물었다. 그는 "속편에 출연한 경험이 없어요.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제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까요?"라고. 또, 최근까지 자신의 개인사로 벌어진 일들에 대해 "<협녀>와 <터미네이터 제네시스> 개봉 당시엔 스케쥴상 너무 힘든 시기였죠. 힘들다고 피한 건 아니었어요. 이병헌이란 사람이건, 배우 이병헌이건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지금 이 자리에서도 하고 있어요"라고 그 동안의 복잡다단했던 심경도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배우 생활은 힘이 닿는 데까지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와 함께 이병헌은 <내부자들>을 "다양하면서도, 좋은 연기들을 한 영화에 다 모아 놓고 볼 수 있는 작품이죠. 자랑하고 싶어요"라고 힘주어 홍보했다.

-<내부자들>에 대한 기자의 한 줄 평 : "처음부터 끝까지 훅(hook)이 들어오는, 긴장감 가득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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