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유아인 인터뷰 / 사진 : 더스타 이은주 기자,star1@chosun.com


"훌륭한 소년이 될 거예요?"
유아인의 첫 번째 스크린 주연작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마지막 질문이다. 2007년도 작품이니 무려 9년 전 작품이다. 당시 인터뷰에서 유아인은 "흔들리는 청춘의 이야기라면 내가 얘기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 이야기는 고스란히 9년 후 '사도'라는 작품에서도 이어졌다.

영화 '사도'(감독 이준익)에서 유아인은 사도세자의 역할을 맡아 아버지 영조(송강호)로부터 뒤주에 갇혀 죽음에 이르는 8일과 그 사건 속에 담긴 28년을 담아냈다. 조선 시대 왕가의 이야기다. 하지만 그보다 소통할 수 없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다.

"처음 영화를 봤을 때 조금 걱정했던 부분이 공감대였어요. '사도'는 한 명씩밖에 존재할 수 없는 왕과 세자의 이야기잖아요. 그래도 요즘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의 인과관계와 크게 벗어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물론 자식이 왕이 되지는 않겠지만, 다들 왕자님 공주님으로 키우면서 12시간씩 학원을 보내곤 하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감정선이 있는 것 같아요."


유아인은 '사도'를 보며 부모들이 생각이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들, 딸을 어떻게 키워야 한다는 생각보다 '이 사람은 뭐지?'라는 사람을 보는 시선으로 바라봐주길 바랐다고. "저는 그래도 10대, 20대 친구들의 편이거든요. 사람으로 대하는 시선의 부재 때문에 외로움이 생기고 갈등의 시작이 생기는 것 같아요"라고 덧붙이는 그다.

그렇다고 유아인의 학창시절이 학원 12시간으로 채워진 나날들은 아니었다. 알려졌듯 그는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았다고 생각했고 자퇴를 했다. 이후 그는 검정고시를 통해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고 대학에 진학했다.

"부모님이 저를 그렇게 키워서는 아니에요. 그렇다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라' 하신 적은 없어요. 그런데 공부도 강압적으로 시키시지는 않으셨어요. 오히려 제가 점수 떨어질 것 같으면 '나 수학이 떨어졌어, 학원 보내줘' 이런 식이었거든요. 공부를 열심히 하다가 흥미가 떨어졌고, 그래서 미술을 시작해 예술 고등학교에 갔고, 그 시절 연예계에 입문하게 됐어요. 예고를 그만둘 때는 할 일이 명확하게 있었어요. 사실 학교에 가는 이유가 수학에 대한 연구와 탐구를 하고 싶어서 다니는 게 아니잖아요. 저는 내가 먹고살 길이 있다는 걸 생각하게 된 거죠."

유아인이 공부에 미련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는 "종종 그런 서운함이 들 때도 있어요. 그 사람의 실질적인 지성과 무관하게 SKY(서울대, 고대, 연대를 지칭하는 말) 나온 사람들의 말은 알아서 곧이곧대로 듣잖아요. 그런데 제가 무슨 말을 하든 그냥 20대 연예인이 하는 말로 치부받는 현실에서 정말 학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워낙 생각이 많고 글 쓰는 것도 좋아하는데 학문을 통해 구조적 편이를 얻고 싶다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오래 걸리거든요"라고 덧붙이며 미소 짓는다.


그의 말처럼 그는 글을 통해서, 자신이 선택한 작품 속에서 방황하는 청춘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남겨왔다. 특히 '사도'는 아버지가 아들을 죽인 비극을 담았다. 이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유아인은 많이도 흔들리고, 응어리를 가슴 속에 꾹꾹 눌러 담은 채 살아가는 사도를 보여줘야 했다. 이는 그의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좀 더 길게 말해 그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주제들이기 때문에 선택했던 작품들과 같은 방향성을 가진다.

"저와 너무 멀리 간 작품을 연기할 자신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어요. 어릴 때부터 연기를 하다 보니 작품에서 영향을 많이 주고받았던 것 같아요. '진심으로 연기하자'는 촌스러운 말만 뇌리에 박아둔 채로 연기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그러다 보니 진짜 내 것인지, 캐릭터에게서 받은 영향인지. 그 둘이 모호한 부분이 있어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작품에서 저는 심하게 자기화시켜버린 경향이 있어요. 그게 참 위험한 일이라고 말씀드렸고, 앞으로 폭을 넓혀가면서 연기해야 할 때 크게 경계해야 할 일이 될 것 같아요. 굉장한 제 장점이기도 한데, 정말 위험한 요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마지막 부분을 '사도'를 마친 지금의 유아인에게 다시 물었다. 그는 대답에 앞서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에서 한 아이가 저에게 '훌륭한 소년이 될 거예요?'라고 물어보면 제가 '예'라고 대답을 하거든요"라고 당시의 장면을 또렷하게 설명한다.

"훌륭한 소년이 되려고 하는 것 같아요, 훌륭한 어른이 되려고 하는 게 아니고. 첫 작품이 배우에게 끼친 영향이 지대하죠. 지금 결국 '사도'라는 작품까지 활시위를 당겨준 작품이니까요. 지금은 '사도'라는 풍경을 지나가고 있죠. 그런데도 그 마지막 장면, 그 대사는 여전히 나란 인간에게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 대사라고 지금도 생각을 해요. 내가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보다 훌륭한 소년이, 소년성이라는 것을 부여잡게 하는 무언가라는 생각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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