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 인터뷰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키스신은 피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마음의 준비가 안 됐던 건 사실이에요.”
데뷔 10년차 배우 박보영은 소녀성을 간직한 배우로 기억한다.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사랑스러운 소녀, 이면에 영특하고 책임감 강한 사람으로 비쳐졌다. 7년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하며 박보영은 한층 성숙된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한번 더 해도 돼요?”라는 저돌적인 대사를 ‘국민 여동생’ 박보영이 하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7년만의 브라운관 복귀작인 tvN ‘오 나의 귀신님’에서 박보영은 발칙한 처녀 귀신 순애에 빙의된 소심한 주방 보조 나봉선 역을 맡아 자칫 잘못하면 부담스러울 수 있는 ‘응큼 빙의녀’ 연기를 사랑스럽게 소화해냈다. ‘나봉선 캐릭터는 박보영이 아니면 안 된다’는 배우로서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까지 이끌어냈다.

박보영은 드라마 복귀작으로 ‘오나귀’를 선택한 이유와 작품 선택 시기에 대해 “변화에 대해 항상 신경 쓰진 않지만 작품을 선택할 때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해요”라며 “저한테 항상 밝은 이미지라고 하는데 저는 밝은 캐릭터를 한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드라마를 하면 밝은 캐릭터를 하고 싶었는데 우연히 ‘오 나의 귀신님’이 저한테 오게 돼서 선택하게 됐어요. 나의 이미지 때문에 이 작품을 했다기보단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어떻게 해야 거부감 없는 연기를 선보일까’에 대한 생각을 했죠”라고 말했다.

애정신 역시 시간의 흐름에 맡겼다던 박보영은 “첫사랑의 풋풋함 정도는 욕심을 냈지만 애정신에 대한 욕심은 당장은 안 부렸던 것 같아요. 키스신은 피하기도 했던 것 같고, 굳이 해야 할 상황도 없었어요. 마음의 준비가 안 됐던 건 사실이죠. 다음 작품에서는 지금보단 잘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설명했다.


소녀로만 기억되던 박보영은 극중 처녀귀신 순애가 빙의 되기만 하면 “한 번만 하면 안 돼요?”라며 적극적으로 들이대는 연기를 꽤, 자주 선보였다. 박보영은 “아무래도 애정신은 처음이다 보니 조금 부끄러웠어요. 얼굴이 빨개질 때마다 ‘일인데 뭐 하는 거니? 무슨 생각하는 거니?’라면서 다른 생각도 하고 좀 쉬다가 다시 찍고 그랬어요”라며 순애가 빙의된 봉선이처럼 능청스럽게 말했다.

박보영의 부모님은 “이제 TV에서도 볼 수 있는 거냐”며 딸의 드라마 출연에 반색했다. 기뻐하는 부모님께 차마 캐릭터에 대한 얘기를 꺼낼 수 없던 그는 “내가 드라마에서 남자친구한테 이렇게 하면…”이라며 조심스럽게 에둘렀다고. 딸의 얘기에 ‘얼음’이 됐던 박보영의 부모님은 “너 혹시 노출하니? 베드신 있니?”라며 걱정하셨지만, 방송을 보고 난 후엔 “정말 재미있다”며 축하 인사는 물론 딸의 첫 키스신도 잘 받아들였다고 했다.

모두의 기대 속에 데뷔 10년만에 처음으로 키스신을 하게 된 박보영은 키스신 공부도 많이 했다고 밝혔다. 그는 “키스신 영상도 많이 찾아보면서 공부했어요. 오히려 두 번째로 했던 주방 키스신에서는 상상 키스신이어서 조정석 씨와 마주보기까지 NG가 많이 났어요. 마지막 키스신에서도 대사가 없어서 ‘뽀뽀 한 번 더 해도 돼요?’라고 애드리브를 했죠. 계속 보고 있기 부끄러웠거든요”라며 키스신 비화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심의제약을 덜 받는 케이블 채널이어서인지 ‘오나귀’ 현장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고 배우들은 별다른 고민 없이 연기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이는 현장에서 ‘유블리’로 통하는 유제원 감독이 사전에 알아본 방송심의규정을 머릿속에 두고 배우들을 지휘한 덕분이다. 특히 생애 첫 키스신과 과다한 꽁냥꽁냥 애정신, 1인 2역까지 주어진 숙제가 많았던 박보영은 유제원 감독에게 의지하며 마지막 단추까지 잘 꿰맬 수 있었다.

“유제원 감독님은 좋으신데 잘하기까지 하세요. 그런 분은 흔하지 않잖아요. 디렉팅도 배우가 돼서 하는데 “난 강선우고 넌 나봉선이야”라는 말투는 많이 따라 했어요. 할머니와 통화하는 신도 감독님이 할머니 목소리로 연기해 주셨죠. 나중엔 다른 스태프가 대신하니까 감정이 안 잡히는 거에요. 그래서 감독님께 얘기했더니 ‘그렇지? 내가 제일 잘하지?’라면서 또 호흡을 맞춰주세요.(웃음)”

작품이 끝나면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와 잠에 취하기 바빴다던 박보영은 ‘오나귀’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그는 네이버 V앱을 통해 새벽 2시에 깨어있던 누리꾼들과 마지막 여운을 함께 나누는 거로 종방의 아쉬움을 달랬다. 화제작이었던 만큼 ‘오나귀’ 시즌2에 대한 관심도 높다.

“스태프들끼리 농담으로 ‘시즌2는 출연진 바꿔서 한 번 하자’는 얘기는 했었어요. 제가 삐쳐서 ‘저희 싫으세요? 다른 분이랑 하세요’라고 응수했죠.(웃음) 시즌2를 하게 되면 스태프들과 또 만날 수 있으니까 좋죠.”

‘변신’은 쉽지만 ‘변화’는 어렵다. 그래서 배우들의 변화는 성공 여부를 떠나 도전만으로도 박수받아 마땅하다.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의 비난과 힐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기 위한 ‘아름다운 도전’이기 때문이다.

“목소리 톤이 떽떽거려서 보기 싫다”는 악플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던 박보영도 수면 위에 떠오르진 않았지만 고민과 타협 끝에 ‘오나귀’를 택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뒀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도 박보영은 시청자를 실망시키지 않을 특별한 면모를 보였을 것이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꾸준한 성장세도 이어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보영의 일탈은 언제든 환영이다.

[인터뷰②] '오나귀' 박보영의 못다한 이야기들 "풀떼기 먹으며 참았어요"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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