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인터뷰, '베테랑' 선택 이유 / 사진 :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좋게 말하면 일관성인데, 일관성이 만드는 지루함? 예측 가능해지면 재미가 없잖아요. 전 재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재미있는 배우였으면 좋겠고. 나도 내 새로운 얼굴이 보고 싶었어요."

유아인이 영화 <베테랑>을 선택한 이유다. 그가 <베테랑>을 선택한 이유에 관심을 두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짧게 말하면 첫 악역에 도전했다는 것. 조금 더 길게 말하면, 제 생각이 하나 없는, 하지만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재벌 3세, 유아인이 SNS 등을 통해 말해온 자신이 그렇게도 극도로 싫어하는 인간군상의 총집합급 캐릭터를 맡았다는 점에서다.

"살인마 연기하시는 분이 살인마를 좋아해서 연기하지는 않으실 거예요." <베테랑> 속 조태오처럼 대답하고는 이내 웃음 짓는다. "<베테랑>은 '정의'에 대한, 잘 사는 게 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고, 저는 그 속에서 무엇이 정의롭지 않은 지에 대한 연기를 한 거예요. 결국, 영화가 커다란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 저는 그 내부에서 악의 축을 담당하는 임무였죠. 선택과 시간 자체는 아주 보람되고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유아인이 맡은 '조태오'는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게 없다. 하루를 살기 위해 1인 시위를 하던 노동자(정웅인)의 자존심을 짓밟고는 그의 6개월 치 월급보다 큰돈을 쥐여주는, 자기의 아이를 가진 여자의 배를 발로 차는, 그러면서도 웃음 짓는 파렴치한의 극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가진 '것'은 많지만 가진 '마음'은 없는 그에게 유아인은 연민의 감정도 있었다.

"'에이, 태오가?' 하시는데, 불쌍하다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정말 괴물이 온 세상을 다 때려 부시는데 그 괴물은 막상 외로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태오는 환경이 만들어낸 괴물이에요. 그런 면에서 연민의 코드로 태오에게 공감한 부분은 있던 것 같아요. 악역이라고 공감대 없이 그냥 연기로 들이받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인간은 선과 악을 동시에 가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태오는 선도, 악도 아니고 그냥 무개념이에요, 멍청하고."

유아인의 악역은 달랐다. 물론 힘을 쓸 때는 힘을 썼다. 소리를 지를 때는 소리를 질렀다. 누구보다 억울해했고, 분노의 폭도 컸다. 하지만 기존의 악역에서 볼 수 없던 점이 있었다. 딱밤 한 대 때려주고 싶은, 쉽게 말해 '되게 만만한 악역'이었던 것. 그 역시 "조태오는 진짜 만만한 애예요. 주변이 안 만만한 거죠"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아인이 연기함으로 인해서 드러날 수 있는 단점을 최소화하고 파괴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감독님과 제가 함께 선택한 방식인 것 같아요. 제가 가진 이미지, 제 외모의 특성, 유아인이라는 20대 청춘스타라면 스타고, 배우라면 배우인 애가 연기했을 때, 이질감을 최소화시키는 방법은 기존의 룰이나 메뉴얼을 따르기보다 새롭게 천진성이나 소년성? 또는 멍청성을 가미해서 새롭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한 번도 보지 못한 유아인식 악역을 만났다. 당연하다. 유아인에게도 도전이었으니까. "남들이 질린다고 할 때는, 질리든 말든 했는데요. 제가 저한테 질려서요"라며 '조태오'를 선택한 이유를 전한다.

"제가 한 가지 얼굴만 가지고 한 가지 목소리만 가진 건 아니니까요. 새로운 지점의 얼굴과 소리를 드러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거기에 많이 집중했어요. 악역이라고 해서 나를 버리고 완전히 빙의되었다 나와서 힘들어하고 이런 과정이 아니고, 전적으로 나를 구하고 찾게 되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표현도 악역이지만 제 스타일대로 저답게 하고 싶었고요. 유아인이 함으로서 신선한 지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고민하는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베테랑>은."

유아인은 새로운 지점을 보여줬다. 그리고 인터뷰를 마친 다음 날 또 새로운 가면을 쓰고 <해피 페이스북>의 첫 촬영에 돌입한다. 이번에는 악역이 아니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본격 로코(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줄임말)'다.

"참 웃기죠. 20대에 로코하는 게 당연한 건데 그게 저한테는 시도라고 말하는 게요.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나는 사랑 이야기를 참 하고 싶어하는 애인데, 막상 내가 괜히 있어 보이고 특별한 척하려고, 짐짓 20대에 너무 무거워지려고 애쓰며 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요. 저는 정말 영혼과 육체가 노쇠하기 전까지는 제 모습을 다양하게 변주하면서 가고 싶어요."

홈으로 이동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