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절친악당들' 고준희 인터뷰 / 사진 :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나쁜 년이 되어야 해. 아주 나쁜 년."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 속 고준희가 되뇌는 말이다. 고준희가 영화 속에서 맡은 '나미'는 쿨하다. 직업은 사고 차량을 견인해 가는 것. 등에는 'STAY FUNK'라는 글을 문신으로 새겼다. '나미' 캐릭터에 대해 <나의 절친 악당들>의 임상수 감독이 고준희에게 부탁한 것? "그냥 고준희처럼 하세요" 였다.

고준희가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에서 임상수 감독의 뮤즈가 됐다. 임상수 감독은 <바람난 가족>, <하녀>, <돈의 맛> 등의 전작에서 이미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이슈메이커다. 고준희는 임상수 감독님의 제안을 받았을 때를 "너무 좋았어요"라고 회상했다. 그리고 류승범과 함께한다고 했을 때 "이런 분들과 같이 작업한다는 것만으로도 신나고, 폐 끼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임상수 감독님은 초반에는 나미가 생동감 없이 대사를 툭툭 치기를 바라셨다. 그리고 촬영 회차가 쌓일 때쯤, "나미를 연기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고준희처럼 하세요"라고 말했다. 고준희 역시 '나미'와 가까워진 것에 이런저런 설명이 없었다. 그냥 한 마디로 함축했다. "그냥, 했던 것 같아요."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 고준희 스틸컷


'나미'가 입은 옷들도 실제 고준희의 개인 소장품이다. 펑키한 여자로 컨셉을 잡고 스타일리스트와 회의를 시작했다. '나미'의 등에 새겨진 'STAY FUNK'라는 말처럼 "진짜 펑키한 게 뭔지 보여줄게"라는 말을 시작으로 콘셉트를 잡아나갔다. 고준희의 남다른(?) 감각에 '명품 옷'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실상 '나미'가 입은 옷에는 명품이 없었다. 저렴한 가격대의 SPA 브랜드들의 옷이 태반이었다고.

"나미가 내 상황이 안 좋다고 해서, 하고 다니는 것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자신을 표현할 줄 아는 여자라고 생각했어요. 비싼 게 아니더라도 자기를 표현할 옷을 찾는 여자라고. 그래서 SPA 브랜드에서 예전부터 독특하다고 사모아 뒀던 옷들을 꺼내서 믹스매치 한 것 같아요. 일반적인 옷들에 포인트를 하나씩 잡아갔어요. '나미'가 집에서 싸울 때 입었던 스트라이프 니트도 H모 제품이에요."

여배우의 액션에 때리는 것만큼 맞는 장면이 많이 등장했다. 예쁜 고준희보다 멍들고 깁스한 상태의 고준희가 스크린에서 더 눈에 띄었다. 그 역시 "메이크업한 예쁜 얼굴로 촬영한 게 얼마 안 돼요. 상처가 계속 있어요. 촬영하다가 너무 피곤하면 특수 분장한 채로 집에 가기도 하잖아요. 그때 엄마가 '도대체 요즘 뭘 찍고 돌아다니는 거냐'라고 막 그러셨어요."

평소 고준희에게 "예쁜 척을 아직 버리지 못했어"라고 하시던 아버지도 <나의 절친 악당들>을 보고서는 만족했다. "아빠가 걱정이 많으세요. 제가 처음에 연예인 하는 것도 반대하셨거든요. '내 딸이라서 내 눈에만 예쁜 거지. 어디 설 만큼 예쁜 건 아니지'라고 하시면서요. 지금도 인정은 안 하시는데 제가 일 하시는 건 좋아해요. 이번 영화 보시고 영화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다고 하셨어요. 직접 감독님 찾아가서 인사도 드렸대요. '제가 고준희 아빠입니다' 하시면서요."


'나미'는 '지누'(류승범)에게 마음을 연다. 앞서 말한 '나쁜 년이 되어야 해'라는 주문도 '지누'때문에 되뇐 말이었다. '나미'가 표현하는 여자라면 '지누'는 '나미'가 존재할 수 있게 받쳐주는 인물이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현대의 로망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인물을 만든 건 임상수 감독과 류승범이었다.

"연기에 답이 없다고 하잖아요. 지누가 나미를 헌신적으로 바쳐주는걸 지누가 약하고, 원래 성격이 그렇다고 하기보다 강한 사람은 약한 사람을 보호해줘야하니까라는 설정으로 하니까 더 멋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누' 때문에 '나미'가 더 돋보인 것 같고요."

임상수 감독과 류승범이 '지누'라는 로망남을 만드는데 의견을 보탠 점은 없느냐고 물었다. 고준희의 대답은 쿨했다. "제가 안 좋아하는 남자요? 저는 '이런 남자는 싫어' 그렇게 생각 하는 게 없어요. 대체로 남자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라고 답한 고준희는 방긋 웃음 지었다.

작품을 해나가면서, 시간이 흐르면서 고준희는 성장한다. <나의 절친 악당들>에 임하기 전 고준희는 서른이 되며 이른바 '서른 통'을 겪었다. "그냥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고, 아무것도 이뤄놓은 게 없는 것 같고. 이제는 어리다고 봐줄 나이가 아니잖아요. 20대 때는 어리니까 그런가 보다 할 수 있었는데. 어떻게 서른을 맞아야 할지 모르겠던 것 같아요. 원래 술도 잘 못 마셨는데, 그때 술도 마시고. 밀가루를 원래 안 먹었는데 그렇게 짜장 라면이 당기더라고요. 그랬던 시간이 이 작품을 하면서 잊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고준희는 자신의 '서른통'을 잊게 해 준 <나의 절친 악당들>의 개봉을 앞두고 자신의 SNS에 '나만큼. 그랬으면. 느꼈으면' 이라고 적었다. 무슨 의미였을까? "나만큼 신났으면 좋겠어요. 저 되게 신났었거든요, 촬영하는 동안. 그냥 저희 영화는 보고 본 대로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청춘에 메시지를 주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냥 같이 신나고 싶고 대리만족을 주고 싶었어요. 나미가 지누한테 한 번 더 하고 싶다든지, 너무 행복하다든지, 고맙다고 한 그 표현만으로도 대리만족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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