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림 인터뷰 / 사진: 현성준 기자, star@chosun.com


‘우리 결혼했어요’의 송재림만 놓고 보면 그렇게 능글맞을 수 없다. 그런데 송재림을 만난 사람들은 그를 매우 유쾌하고 엉뚱하지만, 진지한 배우로 기억했다. 오늘의 송재림은 어떤 얼굴일지 궁금했다.

화장한 봄날, 푸르른 잔디밭에서 ‘더스타’ 인터뷰 사진 촬영을 마친 송재림은 밝은 얼굴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아침에 하는 인터뷰는 마음이 촉박해서 힘들어요”라고 푸념 섞인 인사말을 건넸더니 그는 “전 아침에 일어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라며 필자와 같은 톤으로 대화의 물꼬를 텄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4’(이하 우결)을 하기 전과 후의 송재림의 이미지는 상반된다. 송재림은 “요즘은 과묵한 역할을 어떻게 할거냔 얘기를 많이 들어요. 질문이 180도 달라졌다는 건 저를 보는 시선이 그만큼 달라졌다는 거죠. 확실히 ‘우결’에서 날것의 느낌을 보여드리다 보니 편안하게 다가와 주시는 것 같아요”라고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송재림, 김소은 커플이 인기를 끈 건 ‘우결’의 스킨십 단계를 답습하지 않는 데 있었다.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정도의 과감함, 상대를 긴장하게 하는 ‘밀당 연애’는 2030 시청층까지 흡수하며 이들 커플을 지지하게 만들었다. 송재림은 느끼는 대로 행동에 옮긴 본인의 연애방식을 언급하며 “손잡는 데 시간 걸리고 짜인 형식대로 따라가고. 그러고 싶지 않더라고요. ‘19금 커플’이란 얘기도 나왔는데 저는 29살도 지났잖아요. 더한 농담도 할 수 있지만 방송은 15세니까 자제해야죠”라고 설명했다.

‘가상 부부’ 콘셉트를 1년여간 지속하다 보면 ‘우결’ 속 가상 커플들을 실제 커플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 불편한 시선보다는 대중의 관심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는 그는 “(김)소은이가 제 파트너이기 때문에 같이 생각해 주신다는 건 그만큼 저희의 합이 잘 맞았다는 거라고 생각해요.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선 하나누나랑 연기하고 ‘우결’에선 소은이와 호흡을 맞추니까 바람둥이가 된 듯한 느낌이긴 해요(웃음)”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우결’로 글로벌 워너비 남친에 등극한 송재림은 “당분간 스캔들 날 일은 없을 것 같아요”라며 스캔들을 원천봉쇄 했다. “사주를 봤는데 7년 동안 일만 하래요. 인연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거지만 정말 심하죠? 근데 예전에도, 지금도 연애보단 일이 먼저예요. 그래서 좋은 남자친구가 못 됐던 거고요. 물론 ‘우결’ 속 모습도 제 모습이지만 아무래도 연애의 좋은 모습 위주로 보여주게 되잖아요. 실제 연애처럼 까불고 괴롭힐 순 있지만 대판 싸울 순 없죠.”


모델에서 배우로, 8년 동안 ‘해를 품은 달’(2012), 네일샵 파리스’(2013), ‘투윅스’(2013), ‘감격시대’(2014), ‘잉여공주’(2014), ‘착하지 않은 여자들’(2015) 등의 작품에서 묵묵히 연기 내공을 쌓은 송재림은 이제야 자신에게 맞는 것들을 발견하고 있다. “’해를 품은 달’때 59kg였는데 엊그제 번지 점프하면서 몸무게 재보니 74kg 나가더라고요. 생각해보면 마른 상태에서 머리카락도 길고 올라가니까 마초적인 느낌이 강했을 텐데. 그때 꽃미남 연기하면 안 되는 거였어요. 지금 더 동안 소리를 들어요.”

최근의 소탈한 이미지만 잠시 지우면 꽤 학구적인 송재림의 단면도 확인할 수 있다. 정보시스템학을 전공한 송재림은 제작진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연기와 연출, 조명 등을 독학했다. 이론 습득 후 현장 경험을 쌓는 게 신인 배우의 도리라고 생각한 송재림은 최근 종영한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 속 까칠한 검도 사범 ‘이루오’도 대사와 서브 텍스트에서 추론할 수 있는 만큼만 자신을 녹여내 연기했다.

“이루오의 저돌적이고 능청스러운 점은 저와 비슷해요. 다만 루오의 감정선은 적극적으로 쿵, 쿵, 쿵하고 나가더라고요. 그 감정선을 잇기 위해서는 ‘저돌적인 연하남’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저의 모습을 녹인다고 해서 불필요한 모습까지 다 들어갈 순 없어요. 매 신 나와 가장 비슷한 모습을 생각하며 연기하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이날 송재림은 질문이 끝나면 느릿한 말투로 꼭꼭 씹어 말했다. 한번 쓰면 고칠 수 없는 문장을 말하듯 신중함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상대의 말을 유심히 듣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풀어놓는 방식은 묘한 설득력을 불어넣기도 했다. 특히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 얘기하는 송재림의 눈빛은 진실돼 보였다.

“채시라 선배, 김혜자 선생님 등 여러 선배들을 보면서 느낀 점이 정말 많았어요. 채시라 선배는 중2 여자아이를 둔 엄마인데 대본을 들고 감독님과 이야기 하는 순간 배우가 돼요. 주부와 배우의 간극 속에 캐릭터로 나오는 동일성은 제게 좋은 귀감이 됐거든요. 훗날 저도 후배들과 작업할 때 저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하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송재림의 전성기는 언제인가요?”라는 마지막 질문에 송재림은 “전성기라는 말을 버리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좋은 게 있으면 나중으로 미루고 싶잖아요. 색깔이 좀 바뀌었을지언정 아직은 멀었죠. 아직 오를 산이 있어서 지금이 전성기라는 생각은 버리고 싶어요. 사람들이 봐주는 것에 의식하다 보면 내 페이스를 잃어요. 페이스를 잃으면 일할 때 독이 되고요.”

송재림의 다음 얼굴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어떤 얼굴을 꺼내 보일지 어떤 색깔을 입힐지, 그리고 새로운 모습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을지는 미지수지만, 그 기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8년 동안 연기 내공을 갈고 닦은 송재림이 다음엔 어떤 카드를 내밀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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