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식 인터뷰 / 사진: JYP 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우식을 주목한 건 영화 ‘거인’(2014)을 본 후였다. 드라마 ‘짝패’(2011)에서 어린 귀동 역으로 데뷔한 그는 ‘특수사건 전담반 TEN’(2011), ‘옥탑방 왕세자’(2012), ‘패밀리’(2012),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 ‘오만과 편견’(2014)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연기를 보여주기에, 매력을 드러내기에 부족했던 배역의 분량 때문에 최우식의 잠재력은 좀처럼 발견하기 어려웠다. 귀여운 매력을 가진 배우에서 다양한 모습을 그려내기에 적합한 배우로 인정받기까지, 최우식은 켜켜이 자신만의 시간들을 쌓아 올렸다.

최우식은 ‘거인’으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했다. 마냥 밝고 어린아이 같던 최우식의 이면을 보여준 것도 ‘거인’이 기점이 됐다. tvN ‘호구의 사랑’에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강호구 역을 맡아 첫 주연에 도전할 때만 해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호구의 사랑’을 통해 배우 최우식의 기량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뒀어요. 유이의 상대역으로 왜 최우식을 쓰냐는 말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캐릭터가 저와 비슷해서인지 좋은 평가를 받아서 기분이 좋아요.”

이미지만으로 캐릭터의 완성도를 높일 순 없다. 최우식이 ‘국보급 순정남’ 강호구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준 건 첫 단추를 잘 끼웠다는 의미, 그 이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거인’으로 인한 모두의 기대감에 부담감이 컸던 상태였음에도 그는 취재진 앞에 설 때마다 강호구로 살고 있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자신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어요. 주인공이 불안해하면 주변 사람들이 더 힘들잖아요. 오히려 더 밝고 자신 있게 행동하려고 했어요.”

최우식의 진가는 첫 방송부터 봇물 터지듯 터졌다. 최우식 아닌 강호구는 떠오르지 않는다는 호평이 주됐다. 기술도, 문화도, 사람도 다 빠르게 소비되는 요즘의 시선에서 강호구는 치유의 아이콘과도 같았다. 소위 말하는 ‘스펙’은 평범해도 생명을 중시하는 태도나 누군가를 진심으로 대하는 마음만은 특별한 호구를 보며 시청자들은 위로받았고, 또 응원했다.

“솔직히 호구는 기존에 없던 주인공이에요. 호구는 주인공 옆에서 받아주는 역할을 하는 조연인데 이번엔 주인공의 자리에 서게 된 것 같아요. 호구가 기존 드라마 주인공들처럼 회사 대표, CEO 아들, 너무 가난해서 열심히 하는 친구가 아니어서 고민하다 콘셉트를 아기로 잡았어요. 이성보다 감성이 먼저인 사람이 있으면 아기랑 비슷하겠다 생각해서 감독님과 많은 노력을 했죠.”


최우식과 강호구 사이에 셀로판지 한 장을 놓고 봐도 별 다른 점을 발견하지 못할 거란 생각을 많이 했다. 실제로도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고, 유쾌하고 관계자들에 ‘떡볶이 대접’도 할 만큼 착하며 애교가 많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다. ‘호구의 사랑’이 끝난 후에는 드라마 속 이미지까지 더해져 ‘애교 많은 막내딸’ 같아 보였다. “그런 점이 없지 않아 있을 거에요. 제가 늦둥이인 이유가 딸이 필요해서 딸을 낳자고 하다가 제가 태어난 거거든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저를 딸처럼 키우려고 했던 게 있어요.”

그에게서 ‘딸’ 같은 느낌은 받은 건 지난 인터뷰와 SNS에서 종종 어머니를 언급한 것도 한몫 했다. ‘호구의 사랑’에서 호구의 엄마가 아들 호구에게 ‘낮술로 막걸리 한잔 하자’는 제안에 호구가 “막걸리? 좋지~”라며 귀여움을 떨었던 모습 등은 최우식의 일상사처럼 다가왔다. 그런 최우식에게 어머니는 어떤 존재일지 궁금했다. 높은 목소리로 “음~ 음~”을 내뱉으며 고민하던 최우식은 “상담원처럼 항상 도움이 되고 꼭 있어야 하는 존재”라고 답했다. “고민을 물어보면 연결해주는 상담원처럼 어머니도 정확한 답은 안 주시더라도 좋은 쪽으로 연결해 주시거든요. 어머니는 참 필요한 존재예요.”

극중 쌍둥이 남매로 나오는 강호구와 강호경(이수경)은 서로에 대한 우애가 깊지만, 굳이 상하 관계를 따지자면 ‘연애 고수’, ‘똑순이’로 점철되는 호경이 오빠의 머리 위에서 호구를 지배(?)한다. 그럼에도 7살 위의 형이 있는 최우식은 ‘여동생이 생긴다면’ 극중 호구의 여동생으로 나왔던 호경이 같은 여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본을 보면 호경이가 자든 뭘 하든 제가 호경이 방에 그냥 들어가서 고민을 털어놔요. 호구는 항상 고민이 있으면 엄마보다 호경이한테 먼저 가서 얘기하는데 그게 좋은 것 같아요. 실제로 여동생이 생긴다면 호구가 호경이한테 대하는 것처럼 똑같이 할 것 같아요. 제가 호경이한테 했던 것들은 연기가 아니라 진심이었어요.”


인터뷰 초반 “호구와 달라서 많이들 실망하시더라”던 최우식의 말을 뒤로 하고 최우식과 강호구를 하나하나 맞춰가던 그때, 호구처럼 ‘열애 흑역사’도 없느냐고 물었다. “대부분이 흑역사죠, 뭐.(웃음) 저는 다양한 사랑을 한 것 같아요. 오래도 만나봤고 짧게도 만나봤고 물론 데뷔하고 나서는 거의 가뭄인데. 좋은 연애도 해보고 나쁜 연애도 해보고 좋은 남자도 해보고 나쁜 남자도 해봤어요. 배우에게 연애 경험은 중요한 것 같아요.” 이쯤 되면 최우식의 강호구를 정의로운 인물로 호구를 규정할 땐 ‘다르다’고, 따뜻하고 정감 있는 내면을 보여줄 땐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동요 ‘삐약삐약 병아리’에 맞춰 애교 댄스를 선보이던 최우식은 다음엔 액션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초등학생도 귀여워할 ‘국민 귀요미’에서 ‘상남자’라니 어쩐지 괴리감이 있지만, 생각해보니 ‘거인’ 2만 관객 돌파 기념 포스터에서도 깜짝 놀랄 만한 복근을 공개하던 그가 아니었던가. ‘호구의 사랑’에서도 지붕과 트럭을 폴짝폴짝 뛰어넘는 나름의 운동 신경을 발휘하는 액션 신도 곧잘 소화했다. “제가 운동신경이 뛰어나서 액션이 쉬워요. 지금은 작품 검토 중인데 곧 액션 신을 보여드릴 것 같아요.”

영민함과 순수함 사이에서 적재적소에 맞는 말을 꺼내어 말하는 듯한 최우식에게는 묘한 매력이 있다. 소년과 남자, 그 사이를 줄타기하듯 아슬아슬하게 건너는, 규정짓기 어려운 느낌. 알면 알수록 어떤 배우인지 궁금해지는 최우식에게 ‘호구의 사랑’은 어떤 작품인지 물었다. “저는 이제 첫걸음마를 뗀 것 같아요. 이번 작품으로 대박스타가 되려고 했던 것도 아니었고요. 앞으로 지켜봐 달라는 수신호를 잘 보낸 작품인 것 같아요.

첫 주연작, 그 이상의 의미를 안겨준 ‘호구의 사랑’은 배우 최우식을 다시 보게 한 작품이자 그 스스로를 성장하게 만든 시간들이다. 의심을 기대로 바꾼 최우식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실망하게 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함축된 다짐은 그를 주목하는 모든 시선을 붙잡아둔다. 다음에도, 그 다음에도 당신을 놀라게 하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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