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뢰' 박성웅 인터뷰 / 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star@chosun.com


영화 <살인의뢰>가 처음으로 공개된 언론-배급 시사회 당일, 시사 후 예정된 기자간담회에 박성웅이 참석하지 못했다. 관계자는 "박성웅이 영화를 보다 어지럼증을 느끼고 응급실행을 택했다"라는 짧은 양해의 말을 구했다. <살인의뢰>에서 박성웅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눈앞에 잔상이 어리는 극악한 연쇄살인범 '조강천' 역을 맡았다.

시사회 이후 박성웅을 향해 <악마를 보았다>의 최민식보다, <추격자>의 하정우보다 더한 악마의 등장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살인의뢰>의 '조강천'(박성웅)에게는 과거가 없다. 어린 시절의 결핍도 등장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아무 이유가 없다.

"제가 감독님께 어린 시절에 핍박받고 암울했던 모습을 그리는 게 어떻겠냐고 여쭤 봤더니, 그게 없었으면 좋겠는 게 콘셉트라고 하셨어요.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지 했는데, 다 만들어진 영화를 보니 무슨 이야긴지 알겠더라고요. 오히려 그래서 더 극악무도한 살인마 같아요. 아무 이유 없는."

인터뷰를 위한 자리에 앉자, 박성웅은 미리 준비한 찹쌀떡을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건넸다. '찹쌀떡은 무슨 의미?'라는 물음에 박성웅은 답을 했다. "강천이 같은 거죠." '조강천' 역을 맡은 박성웅에게 직접 그 대답을 듣자 더욱 섬뜩했다. "아무 의미 없다고요"라고 덧붙이며 미소짓는 그를 보며 차마 밝게 웃지 못했다.

영화 '살인의뢰' 스틸이미지


그만큼 박성웅은 악역의 이미지가 강하다. 전작 <신세계>와 <황제를 위해서>에서의 강렬한 이미지는 <살인의뢰>에서 정점을 찍는다. 조강천은 "살려는 드릴게"를 넘어선다. 하지만 박성웅은 이에 무시무시한 해석을 더 한다.

"조강천은 보신 그대로예요. 부녀자 10명에게 애정표현을 한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사랑하니까 소유하고 싶어서 죽인 거죠. 그래서 앞마당에 묻어놓고, 보고 싶으면 다시 꺼내보고. 방법이 잘못된 거죠."

<살인의뢰>에서 '조강천'과 '손명수'(김의성)의 샤워 장면은 박성웅이 생각해도 "앞으로 10년간 이런 장면은 못 나올 것"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해주는 장면이다. 그 장면을 위해서 그는 42시간 물을 먹지 못했다.

"정말 촬영만 18시간을 했어요. 몸을 만들어야 해서 물을 못 마셨어요. 18시간만 못 마시면 나은데, 전날부터 못마셨어요. 그러니까 24시간을 더해 42시간 동안 물을 못 마신 거죠. 앵글을 바꾸거나 하는 잠깐의 틈에도 저는 쉬지를 못했어요. 계속 펌핑을 해서 몸을 유지해야 됐어요. 그러니까 그렇게 엉덩이가 딱."

센 역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딱 봐도 쉬운 장면이 하나 없는 역할이었다. 그런데도 박성웅은 <살인의뢰>를 택했다. "저는 매 작품 할 때마다 도전이라는 걸 같이 가지고 가거든요. 예전에 센 역할을 했지만, 살인범은 이번이 처음이잖아요. 마지막이 될 것 같고"라고 웃음 지었다.


언론-배급 시사회 당시 응급실행을 택했던 것에 대해서도 "몸이 힘든 것도 있었고, 보기 힘든 것도 있었어요"라며 "영화를 보는데 감정이입이 피해자 가족 쪽으로 되더라고요. (김)성균이가 오열하는데, 말 그대로 제가 죽여놓고 제가 미치겠더라고요"라고 답하는 그다.

그만큼 그에게도 '조강천'은 힘든 역이었다. 언론시사회 현장에서 <살인의뢰>를 연출한 손용호 감독은 "박성웅 씨 안에 소녀가 있다. 그래서 힘든 촬영한 날이면 잠도 못 주무셨다"라고 말했다.

"소녀의 마음이 아니라, 일반 사람이어도 잠이 오겠어요? 수갑으로 경찰 목을 베는데요. 그게 진짜 사람 목에 인조 피부를 덮은 거예요. 그 부분을 실제로 베는데 느낌이 나거든요. 또, 특수분장해서 그대로 피까지 흐르니까. 한 번에 오케이가 안되고 두 번 세 번 하다 보면 정신이 피폐해지는 거죠. 센 역할만 해서 그렇지 실제로 성격이 세지는 않아요."

박성웅은 "외모랑 체격 때문에 강한 역할이 들어오지만, 그렇다고 또 소녀 감성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런데 배우가 되면서 떼 묻지 않으려고 심적으로 노력은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또래들보다 젊게 사는 것 같고요. 이 얼굴이 고등학생 때 얼굴이거든요. 그땐 진짜 늙어 보인다는 말 많이 들었는데"라고 웃으며 말을 덧붙인다.

사람들은 '악역'이라고 말하지만, 그에게는 모두 새로운 도전이었다. 시간이 지나며 그의 위치도 달라졌다. <신세계> 이후 달라졌다며 당시 캐스팅되기 위해 혼자서 별짓을 다 했던 시간을 회상했다. 박훈정 감독을 처음 미팅하는 자리에 그는 검정 슈트에, 검정 코트를 입고, 가죽장갑을 끼고 등장했었다. 그리고 그 강렬한 이미지가 캐스팅으로 이어졌다. 연기를 시작한 후 지금까지 19년째 이어진 노력의 일부분이다.

"이제 악역은 은퇴하는 걸로. 근데 또 모르죠, 좋은 작품이 들어오면 한 몇 년 뒤에는 가능할지도? 지금은 조금씩 조금씩 밝은 쪽으로 가고 싶어요. 너무 훅 가면, 보시는 분들이 헷갈리실 테니까 가랑비에 옷 젖듯 차근차근 가려고요. 차기작은 다 좋은 놈이에요."

▶ 박성웅을 알 수 있는 말, 사나이-가족-의리-성공적 [인터뷰②]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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