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중 인터뷰 / 사진: 나무엑터스 제공


배우 김아중이 드라마 ‘펀치’(2015)로 3년 만에 안방극장을 찾았다. 근 3~4년 동안 김아중은 한 해에 한 작품씩 선보였다. 작품에서 자주 만나볼 수 없으니 ‘신비주의’ 콘셉트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러브콜을 못 받는 건 아니냐는 일각의 오해를 사기도 했다. 다작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김아중은 “인연이 되는 작품이 없었어요.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작품이 많지 않았죠”라고 말했다.

“마음이 움직여서 재미있게 읽은 작품을 선택해야 연기도 잘 나와요. 저는 마음 없는 작품을 하면 연기가 안 나오는 편이에요. 작품 선택하는 데 있어 다른 사람들보다 신중하다면 신중한 거겠죠. 그런데 저는 작품 고르는 것만 그러지 않고, 식당 가서 음식을 고를 때도, 옷을 고를 때도 신중해요.(웃음)”

드라마 ‘싸인’(2011)의 법의학자 고다경 역을 맡아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던 김아중은 브라운관 복귀작으로 ‘펀치’를 택했다. 극중 김아중이 맡은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 신하경은 정의와 신념을 지키는 유일한 선(善)이었다. 그는 일곱 살 딸의 따뜻하면서도 강단 있는 엄마로,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위해 악과 맞서 싸우는 정의로운 검사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남편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만나는 인물에 따라 달라지는 신하경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만나는 상대에 집중했어요. 초반에는 신념 차이로 대립했던 박정환(김래원)을 미워하다 그가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걸 알았을 땐 정말 불쌍했어요. 최명길 선배(윤지숙 역)도 초반엔 진심으로 따랐고요. 상대에 집중하면서 느끼고, 제가 느끼는 만큼 캐릭터에 투영돼서 보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연기했죠.”

‘펀치’는 ‘추적자’(2012), ‘황금의 제국’(2013)에 이은 박경수 작가의 세 번째 야심작이다. 박 작가의 앞선 두 작품에서 완벽한 선이 없었던 데 반해 ‘펀치’의 신하경은 마지막까지 선을 지킨 캐릭터였다. 시청자 시선의 선역을 만들고 싶었던 박 작가는 김아중에게 “하경이는 선한 인물로 마무리될 테니 끝까지 잘 그려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캐릭터가 완성도 있게 그려져서 좋아요. 다른 캐릭터처럼 반전이나 통수의 재미를 주는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하경에게도 그런 요소가 있었다면 캐릭터가 훼손됐을 것 같아요. 신하경의 신념은 간단했어요. ‘딸 예린이를 위한 세상을 위해 한 걸음 나아가자.’ 그래서 정의는 실현돼야 한다는 목적이 뚜렷했죠. ‘애증의 관계’인 박정환과의 거리 계산이 젤 힘들었어요. 점차 드러나는 윤지숙 장관의 본심과 호성이의 변심은 저를 외롭게 만들었죠. 그래도 시작부터 신하경 캐릭터의 목표가 확실했기 때문에 후회되는 건 없어요.”


김아중은 신하경을 마냥 착한 인물로 만들지 않았다. 기존 드라마에서 봐왔던 정의로운 검사로만 신하경을 그려내지 말자는 게 김아중의 신조였다. 정의롭지만 사람과 적당히 타협할 줄 알고, 이혼도 선고하듯 먼저 말할 줄 아는 ‘질감이 다른’ 인물이었다. 한 줄로 표현되는 캐릭터로 완성하지 말자는 게 신하경을 연기한 김아중의 유일한 목표였다.

“시청자에게 제 캐릭터를 친절하게 설명하려 하거나 포장하지 말고 주어진 신에서 진솔하게 연기하자고 생각했어요. ‘열어두자, 갇히지 말자’고 매 순간 다짐했고, 그 목표에 가까이 갔던 것 같아요.”

작품을 고를 때부터 꼼꼼하게 골라 철저한 캐릭터 분석을 거치기로 알려진 김아중은 ‘펀치’ 신하경의 당위성을 주고자 외적인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준비했다. 실제 검사를 만나 취재하고 준비할까 박 작가에게 묻기도 했지만, 인간적이고 정의로운 검사를 만들기 위해 대본 속 신하경에 집중하기로 했다.

“신하경 검사를 소외된 이들을 위한 따뜻한 검사, 자신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사로 표현하기 위해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목폴라’가 떠올랐어요. 그래서 19회 내내 여섯 가지의 목폴라를 돌려 입고, 대부분 바지를 입었죠. 가방은 두세 개를 돌려 메고, 신발은 하나로 쭉 신었어요. 치장은 최대한 배제하고 소박한 패션을 추구했어요. 따뜻한 느낌은 니트 소재의 상의를 착용하는 걸로 표현했고, 헤어스타일은 웨이브도, 생머리도 아닌 꾸미지 않은 듯한 느낌으로 연출했고요. 한쪽 귀에 머리카락을 꽂아 더 야무지고 주관이 뚜렷해 보이도록 하기도 했죠.”

이토록 세심하게 준비하는 배우에게 ‘쪽대본’이 주어지는 드라마 제작 환경은 받아들이기 싫지만 받아들여야만 하는 숙명과도 같은 게 아닐까 싶어 “아쉽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연기자로서 고려하고 해야죠”라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다만 “9회, 10회가 방송될 때쯤에 촬영은 종료되는 시스템이 되면 작품의 완성도도 더 높아질 것 같아요”라며 “박경수 작가님의 대본을 보면서 우리도 한국판 ‘하우스 오브 카드’를 할 수 있는데 라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시간제한만 없다면 미드 못지 않은 한드를 만들 수 있단 생각을 했어요”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심사숙고해 고른 3년 만의 복귀작 ‘펀치’를 통해 “연기는 재미있구나”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낀 김아중은 ‘펀치’를 떠나보내 이렇게 말했다. “배우로서 필모그래피에 좋은 작품을 추가했다는 게 뿌듯해요. 훌륭한 배우들과 연기하면서 각자 작품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걸 보는 것 또한 재미있었죠. 내 드라마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6개월, 1년이 지나봐야 아는 것 같아요. 현장이 기억나지 않을 때 보면 더 잘 보이거든요.”

좋은 작품을 골라내는 ‘심미안’을 가진 김아중은 자주 볼 수 없는 배우다. 인터뷰 자리를 뜨기 전“많은 분들이 아중 씨를 신비주의 배우로 보는 것 같아요”라고 했더니, 그가 반짝이는 눈빛으로 “작품을 많이 안 해서 그런가 봐요”라며 나름의 이유를 들었다. 이내 부쩍 작품 욕심이 늘었다고 말하는 김아중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기대된다.

“저도 이른 시일 내에 다른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싶어요. 드라마든, 영화든 열린 마음으로 검토하고 있어요. 상업 영화가 아니더라도 독립영화, 중·단편 영화 제의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한테는 단편 영화나 독립 영화 제의가 안 들어와요. 단막극도 좋은데. 요즘 연기에 재미가 붙었고 스스로 연기 경험을 쌓고 싶은 나이가 된 것 같아요. 많이 불러주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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