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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늘 "'쎄시봉' 우리 아버지를 위한 작품" [인터뷰①]
부모님이 모두 연기를 하셨었다. 그리고 아이를 가지면서 생계유지가 어려워지자 꿈을 접으셨다. 아버지는 아직도 <쎄시봉>의 '오비스케빈'에서 노래하고 계신다. 아버지에게 기타를 잡게 한 사람은 '윤형주' 였다. 그리고 그의 아들 강하늘은 <쎄시봉>에서 '윤형주'의 옷을 입고 노래를 했다.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쎄시봉>(감독 김현석)에서 강하늘은 '윤형주'가 되어 정우, 조복래와 함께 '트리오 쎄시봉'으로 무대에 오른다. '미생'에서 엘리트 '장백기' 역으로 대중들을 사로잡은 뒤 그는 <쎄시봉>에서 70년대의 엘리트 의대생이자 최고의 인기를 끄는 가수 '윤형주'가 됐다. 남들보다 한 계단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듯한 잘난 모습, 그건 윤형주의 모습이었다.
70년대 '쎄시봉'에서 활동한 윤형주는 현재도 활발히 대중들 앞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와 싱크로율을 맞추는 것도 배우에겐 부담이라면 부담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강하늘은 "윤형주 선생님이 젊은 시절에 실제로 잘난 척이 조금 많으셨대요. 그래서 잘난 척한다는 기분으로 했죠. 이렇게 말하니 선생님께 죄송하네"라며 크게 웃음 짓는다.
김현석 감독은 인터뷰에서 "강하늘이 오디션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연기를 보여줬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하늘은 오히려 "별로 한 게 없어요. 되게 편하게 봤거든요"라고 말했다. "뭘 더 꾸미고 싶지 않았어요. 내가 집에서 치는 기타를 들고가서 기타 치며 노래했어요. 김광석 형님 노래도 불렀고, 윤형주 선생님의 곡은 '조개 껍질 묶어'를 불렀어요. 감독님께서 잘 봐주신 것 같아요."
"인물 분석이라고 할 게 없었던 게, 선생님이 아직 활발히 활동하고 계시고, 과거 일대기에 대해서도 주변 분들에게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쎄시봉>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우리 아버지가 가장 큰데요. 아버지가 실제로 지금도 라이브 카페에서 기타를 치시면서 노래를 하세요. 그 꿈을 갖게 하신 분이 윤형주 선생님이래요. 한 번만 만나뵙는 게 우리 아버지 꿈인데, 제가 <쎄시봉> 작품을 본 순간 이 작품을 제 인생에 새기고 싶다 생각했죠."
그래서 강하늘은 자신의 아버지와 윤형주가 만남의 자리를 만들었다.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녹화 당시 일산에 계시던 아버지를 여의도로 급히 불렀다. 그는 "아버지가 나이가 있으신데도 윤형주 선생님을 만나뵙고 눈가가 촉촉해지시더라고요. 아버지께서 현재 '쎄시봉'의 라이벌 가게로 등장한 '오비스케빈'에서 노래하고 계세요. 거긴 아직도 영업 중이거든요. 윤형주 선생님이 한 번 놀러 가신다고 하더라고요. 저에게 '윤형주' 역은 꼭 해야 하는 거였어요"라고 생생히 전했다.
70년대의 윤형주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그는 빨간색 목폴라를 입고 큰 안경테를 착용했다. 단정하고 세련된 윤형주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강하늘의 아이디어였다. <쎄시봉>에서 윤형주가 민자영(한효주)에게 일찌감치 퇴짜를 맞는 결정적 명대사, "내가 너라서 말해주는 거야" 역시 그의 아이디어였다.
"그 장면의 애드립이었어요. 대본에는 없었어요. 여자가 제일 싫어하는 스타일 중 하나가 컨설팅해주는 남자래요. 그래서 이 대사를 꼭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민자영에게 차일만 한 계기가 확실히 있어야 하는데 그 대사가 그럴 것 같았어요. 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절대 저런 말 안 합니다."
<쎄시봉> 속 강하늘에게 노래하는 건 연기하는 거였다. 이를 위해 소극장을 빌려서 '트리오 쎄시봉'인 정우, 조복래와 호흡을 맞춰보기도 했다. "앞에서 스태프분들이 보시는데, 처음엔 되게 부담스럽더라고요. 이거 '슈퍼스타K'인가 이런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세 번 정도 하고 나니 저희끼리 전에 없었던 교합이 생기기 시작하더라고요. 높은음이 나올 때 줄여주고, 한 사람이 튀어야 할 때 낮춰주고. 이런 케미가 생기더라고요."
아버지를 위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강하늘은 필모그라피의 또 다른 작품을 올려놨다. 목표는 하나였다. 윤형주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 그래서 그는 <쎄시봉> 시사회 후 "(강)하늘아 네가 제일 잘하더라"라며 엄지를 척 올리는 윤형주의 모습에 뭉클했다고 밝혔다.
tvN 드라마 '미생'이 끝난 후 그의 선택은 연극무대였다. 그리고 2월에 개봉한 <쎄시봉>에 이어 오는 3월, 그는 영화 <순수의 시대>와 <스물>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다양한 작품과 무대에서 다른 캐릭터를 보여줄 예정이다.
"진짜 다작을 하려고 한 건 아니고요. 쉬지 않고 하겠다는 욕심은 더욱 아니에요. 제가 하고 싶은 건 좋은 작품이 왔을 때, 필모에 새기고 싶다는 거였어요. 좋은 작품을 만나고 결정하다 보니 개봉 시기가 겹쳐진 것뿐인데, 많은 분이 쉬지 않고 촬영하고 일만 한다고 하면 조금 서운한 부분이 있죠. 저도 많이 고민하고 결정한 작품이거든요. 좋은 작품을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으로 봐주세요."
▶ [인터뷰②] 강하늘 "불가능한 꿈을 꿔요" 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