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연애 문채원 인터뷰 / 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star@chosun.com


남심이 열광했다. 여기저기 캡처 화면 넘쳐났다. SBS 예능 '런닝맨'에서 문채원의 "야 줘봐~" 한 마디에 남심은 사르르 녹아내렸다. 솔직히 여심도 약간 녹았다. 그런 '애교女' 문채원이 영화 <오늘의 연애>에서는 입에 욕을 물고 사는 '현우'로 변신했다. 중요한 건, 그것도 '문채원 스럽다'는 점이다.

<오늘의 연애>에서 '현우'는 유부남 직장상사 '동진'(이서진)을 사랑하고 18년 동안 자신의 뒤에 서 있던 '준수'(이승기)를 당당히 노예처럼 부린다. '동진'에게 상처받고 '준수'를 불러 족발에 소주를 마시며 웃다가, 울다가, 소리도 지르고, 노래하고. 결국은 준수의 등에 업혀 들어오면서도 다른 남자에게 전화를 건다.

딱 그런 친구가 있다. '현우'처럼 웃다가 울다가, 다음날 전화기를 보고 하이킥하는 똑같은 인물이 너무 가까이에 있다. 그래서 문채원도 '현우'처럼 낮에는 매력적인 날씨의 여신이지만 밤에는 다소 폭력(?)적인 술꾼일 것 같았다. 하지만 문채원은 "(이)승기는 준수랑 자기가 80% 정도 비슷하다고 하는데 저는 아니에요. 10%와 20% 사이 정도? 그게 좀 달랐어요"라고 부정했다. 그럼 그 리얼한 연기는?

"제가 수없이 봐 온 거예요. 거의 스무 살 때부터 술자리가 있기 시작하니까 지금까지 약 10년 동안 무수한 술자리에서 봤어요. 저는 술을 거의 안 마시거든요. 그런 사람에게 술자리는 고역이에요. 그런데 엄마가 '너는 그래도 사람을 표현하는 사람인데 언젠가 쓸데가 있지 않겠냐'하시더라고요. 원래 관심 없이 자리만 지켰는데 어느 날부터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귀여워지는 사람도 있고, 애교 부리는 사람도 있고. 그런 메모리칩이 많아지니 연기에 쓸 수 있는 게 많아졌어요."


<오늘의 연애> 전에 문채원은 뭔가 차분하고 청초한 이미지였다. '공주의 남자'때나 '착한 남자'때도 웃음보다 눈물이 더 어울릴 것 같은 외모였다. 하지만 그는 <오늘의 연애>에서 180도 다른 모습이다. 이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갈래로 갈렸다. 문채원은 "저랑 친한 지인들은 '뭐야 저런 걸 어떻게 했어?' 하시고, 저를 잘 모르시는 분들은 그냥 제가 저런 줄 아시더라고요"라며 미소 지었다.

실제와는 20%도 채 닮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래도 닮은 게 있다. 동진, 준수, 연하남 효봉(정준영)에게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이는 여우 같은 현우는 문채원이 아니다. 또, 사람들이 은근히 따돌림을 시켜도 괜찮은 척, 쿨한 척 넘기는 현우도 문채원이 아니다. 주량은 술을 잘 안 마시니 말할 것도 없고. 하지만 의외의 곳에서 공통점을 찾았다.

"춤 좋아하는 건 비슷해요. 저도 사실은 그 흥을 보일 데가 없어서 그렇지, 평소에 흥은 많거든요. 정형화된 흥이 아니라 '내 멋대로' 이런 느낌? 친구랑 펜션에 놀러 가면 핸드폰으로 음악 틀어놓고 춤추고 놀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오늘의 연애>에서 막춤 추는 장면은 네 번째 촬영 날 찍었거든요. 자기를 놓지 않고 의식하면 연기하는 사람도 재미없고, 관객들도 재미없을 것 같아요. 망가지는 것에 거부감은 전혀 없어요. 춤은 '막' 이예요. 막춤!"

문채원 "야 줘봐" 애교 / 사진 : SBS '런닝맨' 방송캡처


막춤이라니, 의외다. 그럼 '런닝맨'에서 이승기에게 건네는 한 마디, "야 줘봐~"로 남심을 대동단결 시킨 건 그의 실제 모습일까? 그는 "아니에요. 아직도 얼떨떨해요. 그게 왜 애교인지, 전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의도해서 저 사람에게 귀엽게 보이고 싶다, 이런 생각을 평소에 해본 적도 없어요. 그건 저랑 (이)승기랑 편해서 나온 건데 그렇게 봐주시니까 전 잘 모르겠더라고요. 왜 '야 줘봐'가 애교인지. 귀여운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라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제가 배우가 꿈이라고 했을 때 엄마가 '너같이 나무막대기 같은 게 어떻게 그런 걸 하냐'라고 하셨어요. 실제 연애를 해도 전 애교가 없는 편이고, (이)승기는 그냥 말을 예쁘게 해주는 것 같아요. 남자든 여자든 누가 저한테 애교하면 제가 이상해요. '런닝맨'이 참 이상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승부욕이 없는 사람도 나가면 승부욕이 생기게끔 만들어요. 저도 그런 의미로 한 것 같아요."

영화 속 '현우'가 족발을 고집하듯 문채원도 하나에 파고드는 편이다. "주변 사람들이 제가 뭐 하나 꽂히면 그것만 파고든대요. 옷도 한가지 꽂히면 그것만 입고, 먹는 것도 그렇고. 그런데 요즈음 든 생각이 '그게 답답한가? 나쁜가?' 싶어요. 그렇게 하면 오히려 미련이 없어요."

그래서 문채원은 일할 때도 '이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도 그림을 좋아해서 미술을 공부했는데, 지금 다른 일을 하는 걸 보면 세상 일은 참 모를 일이라고. "50대, 60대에 이럴 것이라고 함부로 얘기 못 하겠어요. 그건 모르는 거니까. 그래서 하는 동안 열심히 하려고 해요. 매 작품에서 '이게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어, 그러니 미련 가지면 안 되니까 열심히 해야겠네' 이런 생각으로 임해요. 그래서 열심히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문채원 스럽다'의 의미는 그래서 다양하다. 문채원은 자신을 내려놓고 캐릭터의 옷을 입는데 여배우로서 주저함이 없다. 청초하고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질 것 같다가도, 밝게 웃으며 "야 줘봐"하며 남심을 스틸 해갈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걸죽한 욕과 주사로 관객들을 놀라게도 하고. 그래서 대중들은 문채원의 '어쩌면 마지막'이 아닌 '지금'에 환호하게 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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