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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소라, 눈물의 의미 "'미생'으로 위로 받았어요"
털털하고 강인하게 보였던 강소라가 눈물을 보였다. 지난 23일 ‘미생’ 종영 기념 인터뷰 자리에서 강소라는 “’미생’ 종방연 때 눈물을 보이셨다고 하던데 ‘미생’은 강소라에게 어떤 의미였나요?”라는 질문을 받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겨우 마음을 진정시킨 강소라는 “4개월 동안 애정을 쏟다가 끝나서 그런가 봐요. 어떻게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을지, 정말 좋았어요”라고 소회를 밝혔다.
강소라는 tvN 드라마 ‘미생’에서 자원 2팀의 만능 인턴사원 안영이 역을 맡아 ‘잘난 여사원’의 고충을 몸소 보여줬다. 프레젠테이션부터 외국어, 제안서까지 모든걸 완벽하게 해내는 안영이는 ‘민폐’를 모른다. 그럼에도 나보다 잘난 ‘여’후배가 눈엣가시인 남자 선배들은 매사 안영이에게 딴죽을 걸고 그를 힘들게 한다.
“성 대리나 마 부장에게 당한 성차별은 영상에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참는 게 힘들었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했어요. 안영이가 여자라서 당하는 무시는 이미 아버지한테 당할 만큼 당했기 때문에 익숙한 부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오히려 약한 모습을 보일수록 더 무시 받는다고 생각해서 더 덤덤하게 표현했어요.”
직장 내 여사원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다. 여자니까 힘 쓰는 일은 당연히 안 할거고, 영업 능력도 뛰어나지 못할 것 같다는 선입견이 존재한다. ‘미생’의 홍일점 안영이는 그런 여사원의 애환을 잘 그려냈다. 취업을 해도 월급은 대학등록금으로 족족 나가는 대졸 신입사원들의 고충도 작품에 담았다. 일만 잘하면 예쁨 받을 것 같은데 안영이는 그렇지 못했다. 감정 표현과 소통에 서툴렀기 때문. 안영이가 로봇처럼 메마른 감정을 갖게 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제가 원작 만화를 봤을 때 안영이는 비현실적인 캐릭터 같았어요. 일은 잘하는데 인간관계에 서툰 이유는 어릴 적에 부모님한테 당한 게 많다 보니까 사람한테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벽을 치는 거에요. 폐를 끼치는 것도 받는 것도 싫어하는 성격인 거죠. 그러니까 부모님한테 빚 관련 전화를 받고도 상사한테 술 한잔 하면서 고민도 못 얘기하고 ‘신경 쓰지 마세요’라고 말했던 거고요. 업무와 상관 없는 개인사를 알리기 싫어하는 성격이라고 생각했어요.”
회사 생활의 경험이 없던 강소라는 대우인터내셔널에 출근해 인턴교육, 미팅, 교육 등 실제 업무를 일주일간 체험했다. 그는 대리와 과장의 관계, 신입사원의 태도 등 직장 내 관계를 신경 써서 관찰했다. 강소라는 대우인터내셔널에 안영이 같은 사원을 참고했다.
“미팅이 많으니까 하이힐과 재킷을 준비해 두시더라고요. 눈도 피곤하니까 안경을 많이 쓰시고요. 책상에는 키티 물품이나 극세사 방석, 처음 보는 아이템도 많았는데 안영이의 책상은 단조로울 거라 생각해서 소품 담당자께 사랑스럽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실제로 자원팀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도 많이 여쭤봤는데 서류작업 외에 지도를 많이 봤고 대사관에 찾아가서 각 나라의 문화도 알아보시더라고요. 드라마엔 많이 나오지 않았는데 안영이 장면에는 지도를 펼쳐놓고 정치적인 상황에 대한 화면을 틀어놨었어요.”
직장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강소라는 “직장인은 막연히 안정적이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몇 년이 지나면 승진하고 월급도 받고 일과가 정해져 있잖아요. 배우는 작품을 언제 할 지 모르고 승진도 없고 어느 날 잊혀질 수도 확 뜰 수도 있으니까요. 그 생각이 제일 먼저 깨졌어요. 회사는 제 생각보다 훨씬 치열하더라고요. 저는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표현하는 편인데 조직생활에선 생각을 공유하는 것도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어려웠어요.”
또한 강소라는 “‘미생’을 하면서 기획 단계의 중요성을 알게 됐어요. 또, 아버지를 많이 이해하게 됐고요. 왜 그렇게 술을 드시고 들어올 수밖에 없는지, 수염 안 깎은 얼굴을 들이미시는 지, 치킨을 사오시는지. 오 차장님 신이 아직도 많이 생각나요”라며 뭉클한 듯 미소를 지었다.
‘미생’ 종영과 함께 시즌2 소식이 들려왔다. ‘미생’ 시즌2는 대기업이 아닌 작은 기업 안에서의 에피소드로, 장그래, 오상식 차장, 김동식 대리, 안영이, 장백기, 한석율의 승진 등을 통한 변화와 윈인터내셔널의 입사 동기 4인방 장그래, 안영이, 장백기, 한석율이 갑과 을로 만날 때의 미묘함도 그릴 예정이다. 내년 2월부터 포털사이트 다음을 통해 웹툰으로 연재되며, 이후 드라마 제작에 대한 논의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시즌1 배우들 모두 다시 뭉치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태.
‘미생’ 시즌2 소식에 강소라는 “안영이가 삼성물산에서도 승진을 안 했으니까 승진했으면 좋겠어요. 자원팀 회식 장면도 나왔으면 해요. 공항을 나간다 던지 점심 식사를 하면서 인간적으로 친한 장면도 많이 그려졌으면 좋겠어요. 그때쯤 되면 장그래와도 훨씬 더 친근감이 있지 않을까요? 직장 동료가 아닌 친구로서 사적인 얘기도 더 할 것 같고, 장그래가 바둑을 했다는 얘기도 들었으면 좋겠어요”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작품 속 비중을 떠나 강소라는 안영이를 통해 성장했다. 작은 역할도 배우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빛을 잃는 것처럼, 단 1분만 나와도 진한 여운을 남기는 캐릭터들이 있다. 강소라는 ‘미생’을 통해 똑 부러진 겉모습과 달리 내면의 아픔을 가진 안영이를 1% 부족함 없이 그려내 대중으로 하여금 그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앞으로 강소라가 만들 캐릭터는 뭔가 다를 게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커졌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에 ‘미생’으로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이번처럼 욕심 없이 연기해 본적이 없었어요.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질적으로 향상된 고민을 한 것 같아요. 대본이 술술 이해가 잘 돼서 배우로서 즐거운 고민이 많았어요. 세 작품 연달아 부모님과 관계가 안 좋은 캐릭터를 맡았어요.(웃음) 다음 작품은 강소라의 모습이 투영된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부모님과 사이도 좋고 상처도 없는 인간관계가 매끄럽고 활기찬 캐릭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