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들 김우빈 인터뷰 / 사진 : 싸이더스HQ 제공


요즘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멈칫하게 하는 얼굴이 자주 보인다. 쇼윈도에서도 보이고, 스크린에서도 브라운관에서도 보인다. '너 어제보다 더 예쁘다'라며 여심을 홀리기도 하고 분위기 대신 커피를 타주기도 한다. 아마도 대중들은 김우빈을 보며 스타라고 말하는데 주저함이 없을 거다. 하지만 그는 "스타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겠고요"라고 말한다.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한 영화가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인천세관에 숨겨진 검은돈 1,500억을 제한시간 40분 안에 훔쳐내기 위해 뭉친 최고의 실력을 갖춘 기술자들을 담은 케이퍼무비 <기술자들>이 그 주인공. 그리고 영화 속 금고기술자로 전체 설계부터 속내까지 모두 갖춘 '지혁'역의 김우빈은 영화 전체를 이끌고 간다.

"촬영을 순서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나중에 컷을 붙여놨을 때 흐름을 깰 수가 있거든요. 어떤 면에서 <기술자들>은 지혁의 감정선대로 흘러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감정에 더 들어간다 하면 한 발 더 빠져보려고 했고요. 무엇보다 전체적인 조화와 흐름을 생각하려고 한 것 같아요."

지난해 김우빈은 드라마 <상속자들>과 영화 <친구2>로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했다. 무엇보다 그의 차기작이 궁금해진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는 <기술자들>(감독 김홍선)을 택했다. 그의 선택만으로도 대중들은 기대했다. 케이퍼 장르라는 특성에 힘을 둔 선택은 아니었다. 일단 스토리가 재밌었고, 무엇보다 큰 이유 중 하나는 함께할 수 있는 선배님들이었다.

기술자들 스틸컷 /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기술자들>에서 김우빈은 대선배인 김영철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선의 축과 악의 축으로서 맞닿아있는 장면이 부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제가 가장 가까이서 보잖아요. (김영철 선배님께서) 제 눈을 보고 연기해주시는데 눈빛 안에 씬 전체가 담겨있는 것 같았어요"라며 "너무너무너무 감사했어요"라고 '너무'를 세 번 힘줘서 감사함을 고스란히 전했다.

"제가 편안하게 지혁으로 이야기할 수 있게끔 도와주셨고, (고)창석이 형, (임)주환이형 다 저를 위해 배려를 많이 해주셨죠. 제가 경력으로 막내니까 이현우 선배님까지. 혼자 있었으면 이걸 할 수 있었을까 싶어요. 아마 못했을 거예요. 선배님들이 지혁이라는 인물을 지켜주셨고, 받쳐주셨고, 만들어주셨어요. 그 인물들이 없으면 지혁은 길을 잃은 아이가 됐겠죠. 선배님들이 만들어주신거죠. 너무너무 감사하죠."

김우빈은 큰 역이든, 작은 역이든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한 백문백답을 만든다. 전작 '상속자들'의 영도 때도 그랬고, 이번 <기술자들>의 지혁에게도 그랬다. 백문은 쉬운 질문들이다. 1번은 무조건 이름으로 시작한다. 인터넷에서 흔히 있는 '백문백답'의 질문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고 자신이 스스로 질문까지 만들 때도 있다. 김우빈은 백문백답을 스스로 채워가며 캐릭터가 살아있다고 생각하게 되고 좀 더 진심을 가지고 캐릭터와 만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목표는 하나다. "늘 그 인물처럼 보이고 싶어요." 김우빈은 "이번에도 지혁처럼 보이고 싶었어요. 실제 그런 인물이 있을법한 것처럼 관객들이 생각할 수 있게,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고. 그 안에서 구인(고창석), 종배(이현우), 조사장(김영철), 오원장님(신구)과의 사연들이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덧붙인다.

기술자들 김우빈 / 사진 : 싸이더스HQ 제공


김우빈의 시작은 모델이었다. 그리고 <뱀파이어 아이돌>, <화이트 크리스마스>, <신사의 품격>, <학교 2013>, <상속자들>, <친구2> 등의 많지 않은 작품을 통해 배우로 거듭나는 중이다. 그 사이 대중들에게 사랑을 얻었다. 그 애정은 지나가는 길거리에서 보이는, 텔레비전에서 눈에 띄는, 스크린에서 보이는 그의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작부터 지금까지 참 꾸준한 행보다.

"제가 생각하는 기준이 높다기보다는 안주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에요. 마음을 놓는 순간 그냥 제가 작아질 것 같아요. 가진 게 많지 않기 때문에 자꾸만 태엽을 감아야 하고, 그래야 조금씩 조금씩 시계처럼 갈 수 있을 것 같고. 조급하지는 않되, 그래도 한 걸음이라도 매일 걸어가고 싶죠. 그래야 언젠가는 위에 올라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휴식도 중요하지만, 그것도 천천히 걸으면서 하고 싶어요. 무작정 앉아있는 게 아니라 속도를 줄이면서."

이쯤 되면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기 위한 스타로, 작품성 있는 극에 임하고 싶은 배우로, 양 갈래의 길 위에서 고민이 될 법도 하다. 하지만 그는 "그 차이점이 정확히 뭔지 모르겠어요"라는 말로 고민을 접는다.

"배우도 찾아주시는 분이 있어야 일을 할 수 있거든요.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의미에서 스타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갑자기 너무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걸 저 스스로 인정하려해요. 제 것이 아니고, 갑자기 없어져도 당연한거라고요. 지금의 제 모습을 당연하다 받아들이지 않고, 그래서 더욱 감사함을 잊지 않고 가슴에 새기려고 해요. 늘 보답하고 싶고, 믿음에 실망하게 해 드리고 싶지 않죠."

예전에는 조급했다. 크지 않은 배역을 어떻게든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의 김우빈은 한 발 물러서서 보는 법을 배웠다. 주어진 것에서 최선을 다해가면 그다음 길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것도 다 선배들에게 배운 거라며 선배들 덕으로 돌린다. 이에 지금의 그가 자신이 생각한 길을 잘 가고 있는 것 같냐고 물었다.

"아직 모르겠어요. 열심히 문제풀이 하고 있어요. 정답이 그거였어? 이게 정답이구나. 아직은 맞는지 아닌지 모르고 문제 밑에 있는 공간에 열심히 풀이하고 있어요. 그럼 시간이 지나서 제가 판단하는 게 아니고, 다른 분들이 판단해주실 것 같아요. 전 그냥 좋은 배우이고 싶어요. 좋은 배우, 좋은 사람. 변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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